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이 파면됐다.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나는 윤석열의 파멸을 불러온 가장 큰 요인은 ‘경청(敬聽)’을 하지 않은 데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총선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대형교회 목회자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국정운영과 가족의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 국민에게 진솔한 사과를 권면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 목회자가 서신을 보낸 후로는 더 이상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그 목회자의 권면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면 12.3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그리고 구속과 파면으로까지 이어졌을까. 또한 윤 대통령 측근들이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보고하고 직언했더라면 파국을 맞았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는 문제까지 각계각층 지도자들의 의견을 두루 경청한 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판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소통비서관에게 종교계 지도자들을 찾아가 하고 싶은 말을 듣고 가감 없이 직보하도록 지시했다. 국회 정책협력 관계로 잘 알고 지내던 크리스천 형제가 그 일을 담당하게 되어 나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교계 핵심 지도자 몇 분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함께했다. 교계 지도자들에게는 칭찬이나 인사성 발언보다는 꼭 조언해야 할 내용을 준비해서 직언하시도록 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통을 가장 잘했다. 연합기관과 활발한 소통과 함께 교단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의견을 경청했다. 무척 듣기 거북한 발언도 과감 없이 했지만 문 대통령은 경청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아마도 문재인 정부가 가장 여론 수렴에 힘을 쏟았던 것 같다. 나도 시민사회수석들과 몇 차례 만나 의견을 제시했는데, 경청 후에는 반드시 피드백을 해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국립현대미술관 2층 회의실에서 문체부 고위공직자들과 서울대 종교학과 최종상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교수 4명과 목회자인 내가 참석해 회의를 가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임 제한 조치를 중대본이 취했을 때 종교계 중 한국교회가 가장 반발이 심했다. 그때 한국 기독교계의 여론을 과감 없이 전달했다. 그러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3년 동안 안타까웠던 것은 교계의 공적인 리더십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적인 리더십 대신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용산으로 불러 간담회를 가진 일이 더 많았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교계 전체의 여론을 전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과 문체부 종무관실과의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지난 4월 4일 윤 대통령은 파면됐고, 6월 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다. 대통령은 경청을 잘 해야 한다. 60분 중 55분을 혼자 이야기하는 사람은 안 된다. 마음과 귀를 크게 열어 쓴소리라도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판단하고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국정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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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