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크럼플러 목사
피터 크럼플러 목사. ©기독일보 DB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피터 크럼플러 목사의 기고글인 ‘왜 언론은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Why doesn’t the media understand religion?)를 최근 게재했다.

크럼플러 목사는 영국 허츠주 세인트 앨번스에 있는 잉글랜드 국교회(Church of England) 목사로 섬기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21세기의 세계를 이해하려면 종교적 신앙이 글로벌, 국가적, 지역적 사건에 미치는 영향을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많은 언론 매체가 이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기독교 목사이자 커뮤니케이터로서, 종교가 세계적인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또한 신앙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유대교 신앙과 이스라엘 건국의 역사적 배경을 모르면 중동 분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미국의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지 알지 못하면 그들의 정치적 동기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종교적 요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언론에서 종교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은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지난해 가을, BBC 뉴스 글로벌 디렉터이자 월드 서비스 디렉터인 조나단 먼로(Jonathan Munro)가 'Voice of the Viewer and Listener' 콘퍼런스에서 연설했을 때도 이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BBC 월드 서비스는 이러한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다른 방송사보다 더 나은 편이며, 'Heart and Soul'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의 영성과 신앙적 경험을 탐구하고 설명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다룬 주제만 보더라도 방글라데시 힌두교인들의 처우,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영성, 그리고 유대인의 추모 기도문인 '카디쉬(Kaddish)' 등이 있다.

희망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필자는 영국의 'Religion Media Centre'(RMC)가 점점 더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 RMC는 “언론이 종교와 신념을 더욱 잘 보도하고 이해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직”이다.

이를 위해 RMC는 언론인을 위한 온라인 브리핑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관련 배경 정보를 제공하며, 연례 콘퍼런스를 열고, 교육 세션을 주최하며, 신앙 전문가들과 언론인을 연결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RMC는 “우리는 종교 및 신념과 관련된 문제를 언론과 함께 공정한 시각에서 다루려는 유일한 조직”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RMC는 2009년 열린 콘퍼런스에서 신앙 지도자들과 언론인들이 만나 상호 이해 부족을 인식한 이후 자발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성장해왔다. 이후 자금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론인들이 신앙의 역할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은 여전히 큰 과제다. 옥스퍼드에 기반을 둔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Reuters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영국 언론인의 약 75%는 종교가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고, 절반 이상은 종교적 신념을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일반 대중의 인식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 연구는 2015년에 발표되었지만, 그 이후에도 언론계의 태도 변화는 거의 감지되지 않고 있다.

반면, 필자는 샌드포드 세인트 마틴 트러스트(Sandford St Martin Trust)가 주관하는 영국의 권위 있는 방송상(Broadcast Awards)을 높이 평가한다. 이 상은 종교적, 영적 또는 윤리적 주제를 탐구하는 라디오, TV 및 온라인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다.

1978년에 설립된 이 상은 종교적 이해를 돕고 신앙이 사람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최고의 방송 콘텐츠를 찾는다. 신앙이 있든 없든, 모든 종교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환영하는 유일한 상이기도 하다.

2024년 수상작에는 안락사 법안을 다룬 ITV의 'A Time to Die', 미국 브루클린과 이스라엘 야브니엘에 있는 브레슬로브 하시딤 공동체를 조명한 BBC 4의 'In the Name of the Father',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의 크리스마스를 다룬 라디오 4의 'The Indestructibility of Hope' 등이 포함되었다. 또한 역사학자이자 방송인인 톰 홀랜드(Tom Holland)에게 특별 공로상이 수여되었다.

이 상은 종교적 주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송인과 제작자들의 훌륭한 프로그램을 정당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BBC와 기타 공영 방송사에서의 예산 삭감은 이러한 제작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지역 단위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BBC는 영국 전역의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인기 있었던 일요일 아침 신앙 프로그램을 축소했다. 2023년 가을부터 기존의 39개 지역 프로그램이 13개 지역 프로그램으로 통합되었으며, 런던과 맨체스터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프로그램이 축소되었다. 새롭게 편성된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신앙 공동체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기능은 크게 감소했다.

오늘날 신앙을 이해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신앙을 제대로 보도하고 논의하며 질문하지 않는다면,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크리스천투데이 #기독일보 #기독일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