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며 영덕까지 번졌다. 불길을 피해 대피소로 몸을 피한 주민들은 불에 탄 삶의 터전을 뒤로 한 채 충격과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현재 영덕국민체육센터에는 약 1300명의 주민이 임시로 머물고 있다.
영덕군 영덕읍 삼계리에 거주하는 주모(85) 씨는 “불이 마을로 내려오는 걸 보고 옷만 걸치고 집에서 그대로 뛰쳐나왔다”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집이 모두 불에 타버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20년 전에도 산불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심각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산불 소식을 듣고 멀리서 가족을 찾아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울산 울주군에서 어머니 소식을 듣고 영덕으로 급히 온 조모(60) 씨는 “평소에도 혼자 지내시던 어머니가 걱정돼 달려왔는데, 집이 다 탔다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손을 떨고 계신다”며 “고향에서 남은 생을 평화롭게 보내시길 바랐는데, 이렇게 모든 것을 잃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조 씨는 또 “어머니가 복용하시던 약들도 집과 함께 모두 타버렸다”며 “대피소에는 구호물품이 정작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물품을 나눠주는 담당 공무원도 보이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저도 울주군에서 산불 진화 자원봉사를 하다 왔는데, 영덕은 불이 늦게 번지면서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산불은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돼 25일 오후 5시 54분께 영덕군의 한 야산으로 확산됐다. 이에 따라 다수의 주민들이 각지 대피소로 긴급히 피신했고, 영덕국민체육센터에는 현재 1300여 명의 이재민이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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