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보 목사
김희보 목사

“이르시되 죽은 자들로 자기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라 하시고”(누가복음 9:60)

이 구절은 “영적으로 죽은 사람들로 하여금 육체적으로 죽은 사람들을 장사지내게 하라”는 뜻. 세상 일은 세상 사람들에게 맡기고 오직 성도들은 하나님 나라의 일에 전심전력하라는 의미다. 즉 성도들이 예수를 좇음에 있어서 결정적인 우선 순위를 세상 일과 하나님의 일 중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자세의 문제로서 그것은 뼈를 깎는 아픔을 동반하는 결단을 요청한다는 것이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한 젊은이가 느닷없이 사병으로 전선에 등장한다. 그 “현대의 예수”를 중심으로 하여 작자의 이상(理想)을 묘사한 것이 포크너(WilliamFaulkner, 1897-1962)의 장편소설 <우화(寓話)>(A Fable, 1964)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8년 5월, 대전(大戰)의 승패(勝敗)를 걸고 있는 서부전선에서는 독일군도 연합군도 한결같이 전투 의욕을 잃고, 어서 휴전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심지어 프랑스 군과 독일군이 “고요한 밤”이라고 함께 캐럴을 부리기도 하였다.

그런 때에 프랑스 요새(要塞) 참호 속에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은 한 사병(士兵)이 등장하였다. 그는 장성(將星)이 아닌 병장(兵長) 계급으로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성립시키려 하였다. 그 병사는 모습뿐 아니라 행동까지 그리스도를 닮았다. 어느새 그를 따르는 열두 명의 사병이 그의 지시를 받아 평화를 위해 행동하게 되었다.

그 무렵 영국에서 서부전선에 갓 배치된 데이비드는 자기 임무를 명령 받고 깜짝 놀랐다. 포탄이 소나기같이 쏟아지는 전선을 뚫고, 독일 장군을 연합군 최고사령관과 만나도록 안내하는 임무였다. 그리스도를 닮은 병장과 그를 따르는 열두 명 사병들은 이제 장성(將星)들까지 움직이게 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적군과 아군의 구별이 없었고, 장군도 사병도 반란을 일으킬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비행기에는 속에 폭약(爆藥)이 없는 폭탄이 실려 있었고, 고사포(高射砲)에는 불발탄이 장전(裝塡)되어 있었다. 이 모두가 그리스도를 닮은 병장(兵長)에 의하여 이루어진 일이었다.

이런 일련의 사태 때문에 병장은 체포되었다. 그는 군사재판 결과 사형이 언도되어 처형되고, 그의 시체는 폭격을 입어 폐허가 된 농장에 매장(埋葬)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닮은 그 병장의 생애는 죽음으로 막을 내린 것이 아니었다. 그 병장의 죽음과 동시에 잇따라 기적이 일어나고, 그 병장은 마침내 인류를 구원하는 무명용사(無名勇士)로 높이 받들어지게 되었다.

그리스도를 닮은 병장은 일찍이 연합군 사령관에게 냉소적(冷笑的)인 태도를 버리라고 주의를 주었고,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과 슬기라고 훈계했던 일이 있었다. 이제 처형된 그리스도를 닮은 병사의 유해(遺骸)는 다시 승리의 문 옆에 이장(移葬)되었다.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라.” 이 聖句(성구)는 누가만의 것으로 콘첼만(Conzelmann) 같은 학자는 본문에서 회개의 긴박성으로부터 전도의 긴박성으로의 전이를 보기도 한다. 아무튼 이 말씀은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의무는 예수를 따르는 일이요 그러한 예수 제자의 길의 핵심은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는데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여러 모로 ‘사람의 아들’ 예수의 속성을 찾아볼 수 있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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