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곳 이름을 기브롯 핫다아와(탐욕의 무덤)라 불렀으니 욕심을 낸 백성을 거기 장사함이었더라” (민수기 11:34)
하나님께서 공급하시는 만나보다 애굽에서 먹었던 각종 음식물을 더 바라며 추악한 불평을 일삼은 이스라엘 백성에게서 우리는 인간의 추악한 본성과 멸망에 이를 줄도 모르고 내리닫는 끝없는 인간의 욕심을 발견할 수 있다(약 1:15).
자기의 한쪽 다리를 삼킨 거대(巨大)한 고래 ‘모비딕’을 상대로 백절불굴(百折不屈)의 투쟁하는 인간상(人間像)을 묘사한 작품이 허만 멜빌(Herman Melville, 1819-91)의 장편소설 <백경(白鯨)>(mobyDick, 1851)이다.
이스메일(이스마엘)은 세계일주를 꿈꾸며 포경선(捕鯨船, 고래잡이 배) ’피쿼드호(號)’ 선원이 된다. 그 배의 선장 에이허브(아합)는 ‘모비딕’이라는 별명으로 불려지는 흰 고래에게 한쪽 다리를 먹혀, 영혼까지도 얼음처럼 차게 굳어버린 괴상한 사람이었다.
피쿼드호가 출항(出港)하기에 앞서 매플 목사는 설교하였다. “요나는 구원에 관해서는 모든 것을 신(神)에게 맡기며 스스로 만족합니다. 모든 고민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요나는 역시 신(神)의 신성한 전달(傳達)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피쿼드호는 백경(白鯨) 모비딕을 찾아 끝없는 항해를 시작하였다. 겨울 바다를 뚫고 열대 지방으로 들어가, 아프리카 최남단(最南端) 희망봉(喜望峯)을 돌아서 인도양에 이르렀을 때, 모비딕이 거대한 몸집을 초승달이 비추는 바다 위에 나타냈다. 그러나 포경선(捕鯨船)이 다가가기에 그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피쿼드호는 이번에는 폭풍우 속을 뚫고 전 속력으로 추격하여 마침내 모비딕을 따라잡는다. 흰 고래와의 처참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고래와 인간과의 싸움은 사흘 동안(예수가 무덤에 있던 기간) 계속되었다.
에이허브 선장을 비롯하여 선원 전체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흰 고래의 몸뚱이에 접근하여 뭇(큰 작살)을 꽂지만, 악마의 화신(化身) 같은 고래를 인간의 의지(意志)로써 굴복시킬 수는 없었다.
모비딕의 역습(逆襲)을 받아 피커드호는 산산조각이 되고, 바다에 내던져진 에이허브 선장은 흰 고래의 등에 올라타 뭇으로 미친 듯이 백경(白鯨)을 찔렀다.
여러 곳에 상처를 입은 모비딕은 바다 속 깊이 들어가 그 모습을 감추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흰 고래가 다시 수면에 떠올랐을 때에는, 에이허브는 뭇 줄에 그 몸이 칭칭 감겨 죽은 뒤였다.
모비딕에 의하여 산산조각이 된 피쿼드호는 바다의 소용돌이 속에 삼켜져 바다 밑에 가라앉았다. 미친 듯이 풍랑(風浪)이 일던 바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금 고요함으로 돌아갔다. 그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난 이스메일은, 선원이 준비해 놓은 관(棺)을 타고 살아나, 모비딕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작품 전체가 메타포이다. 백경(白鯨)은 악(惡)의 상징이고, 바다는 인간 세상이며, 선장 에이허브(아합)는 인간의 영혼을 상징한다. 신(神)에게서 탈출을 꾀하며 에이허브는 외친다. “파도여, 너희는 뚜껑도 없는 것을 못질하고 있다. 관(棺)도 그 받침대도 내게는 소용이 없다. 관(棺)의 끄트머리만 나를 죽일 수 있다.”
김희보 목사는
예장 통합총회 용천노회 은퇴 목사로, 중앙대 국문과와 장신대 신학대학원(M.div.)을 졸업하고, 샌프란시스코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D.Min.)와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월간 「기독교사상」 편집주간, 한국기독공보 편집국장, 서울장신대 명예학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문학과 기독교(현대사상사)」,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3권)」, 「지(知)의 세계사(리좀사)」, 「세계사 다이제스트1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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