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바르트의 신학을 공부하게 된 경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재진 목사. ©채경도 기자

얼마전 생명신학협의회(상임공동회대표 손인웅 목사)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처음 만나게 된 김재진 목사는 자신이 속해 있는 한국칼바르트학회를 소개하며 온라인에 있는 바르트 관련 강의를 들어볼 것을 권했다.

당시만 해도 '칼 바르트(Karl Barth)'하면 아는 것이 막연히 '신정통주의' 신학자 정도. 하지만 김재진 목사를 만나 바르트의 신학과 그의 삶에 대해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그를 왜 20세기 대표 신학자라고 칭하는지를 알게 됐다.

지난 7월13일 서울 광화문 종교교회에서 열린 생명신학협의회 제18차 전문위원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장신대 겸임 교수 김재진(사진 가운데) 목사가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자료사진

한국칼바르트학회 회장인 김재진 목사(장신대 겸임 교수)는 현재 서울 한영외고에 있는 섬김의교회를 담임하면서 케리그마신학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어떻게' 칼 바르트 신학을 공부하게 됐는가.

김재진 목사는 당초 루터 신학에 관심이 많아 지금의 루터교신학교의 전신인 루터신학원(Lutheran Theological Academy)에서 홍콩의 코츠, 일본의 도구젠 그리고 지원원 박사, 독일 노이엔데를샤우의 교수들로부터 루터신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김 목사는 루터신학을 공부하면서 연세대학교에서 전경연 박사가 번역해 놓은 '복음주의 신학총서'를 통해 바르트의 논문들을 접하게 됐고, 70~80년대 박정희-전두환 군사 독재를 경험하면서 박봉랑 교수을 통해 '본회퍼 신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이를 통해 그는 종교개혁의 신학을 다시금 오늘의 한국교회에 되살리는 것이 '바르트와 본 회퍼(D. Bonhoeffer) 신학의 종합'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그는 한국 대표적 조직신학자인 박봉랑 한신대 교수가 소천하기 전 병환 중에 박 교수의 전공인 '바르트와 본회퍼 신학'을 전수받고자 생각해 본 회퍼의 교수자격취득 논문인 'Akt und Sein '를 번역했다고 한다. 그후부터 그는 바르트와 본 회퍼 그리고 자신의 지도교수인 벨커(M. Welker)의 성경적 조직신학을 종합했고, '성경의 인간학', '성경의 성령론'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김 목사는 현재 '성경의 그리스도론'을 교정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재에 '히브리적 성경해석'이라는 책이 있던데...

김 목사는 그간 성경을 연구를 통해 '히브리적 인지구조'를 발견했고, 이를 토대로 '히브리적 성경해석'이란 책을 저술했다고 한다.

김재진 목사의 저서 '히브리적 성경 이해'를 기자가 들고 있다. ©채경도 기자

'히브리적 인지구조에 의한 성경해석'이 바로 자신의 '신학방법'이란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성경이 히브리인의 역사적 정황을 배경으로 있는 것, △그들의 사유체계와 인지구조로 기술됐다는 점을 들었다.

김 목사는 "왜냐하면 모세도, 예수님도 히브리인이고, 사도 바울도 히브리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에 김 목사는 독일 구약신학자들의 해석보다는 유대인 '마틴 부버(M. Buber)의 구약성경' 해석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이 히브리적 인지구조가 우리 동양의 '천지인'의 인지구조와도 상응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지금까지 많은 서구 신학자들이 헬레니즘의 이분법적 사유체계로 성경을 이해하면서, 신학을 그리스도인의 삶과 도외시하고 단지 대학의 강단에 가두어 두었고, 교회는 '인문주의'에 빠지고 말았다"며 "이 영향이 유교의 영향을 받은 한국인의 인지구조와 만나면서 '하나님의 말씀'이 '그리스도인의 삶이 없는 문자적 윤리교리'로 전락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래서 성경은 '종이 신(神)'이 됐다. '축자영감설(逐字靈感說)' 이것이 바로 '종이 신'의 전형적인 예다"면서도 "물론 성경은 영감된 책이지만,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데, '한 자 한 자 불러서 받아쓴 축자 영감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재진 목사가 '복음주의 신학입문'을 소개하며 한국 신학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채경도 기자

김재진 목사의 히브리적 인지구조에 따르면 한국 교회가 성경을 성경이 기록된 고유의 인지구조인 '히브리적 인지구조'로 읽음으로써 하나님-인간-자연(재물)의 관계 속에서 삼분법적으로 새롭게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히브리적 인지구조는 '하나님과 나의 관계'는 '나와 이웃' 그리고 '나와 물질(자연)'의 삼분법적 관계구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목사는 "기독교의 관계구조는 '인간관계', '물질관계'가 어긋나 있으면서, '하나님과의 관계'만 운운하는 기복신앙적 구조가 결코 아니다"면서 "오히려 하나님과의 관계, 곧 신앙이 바로 되어있다면, 자연히 행위가 뒤따르게 된고"고 설명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는 뭘까.

한국칼바르트학회 회장인 김재진 섬김의교회 목사. ©채경도 기자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를 볼 때 김 목사는 야고보서에서 주장하는 바 "네가 보거니와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하게 되었느니라"(약 2:22)는 말씀대로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그러나 역으로 현재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의 '행함이 없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가 선포하고 주장하는 믿음이 모두 거짓된 것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으로,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는 믿음은 강요하면서, 자신은 행하지 않는 '유대교 지도자'들과 같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군에도 갔다오지 않는 사람들이, 나라를 다르고, 국방과 조국을 이야기하는 것과 자기도 믿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하나님의 나라'를 믿으라고 선포하는 일부 목회자는 동일한 차원에 있다"면서 "'재물을 좋아하는 것은 우상숭배'라고 말하면서, 자기는 교회에서 재물을 챙기고' 율법을 강조하면서, 자기는 목회정년을 넘기면서까지 후임자를 간섭하고, 김일성 3대 세급을 이야기 하면서, 자기는 목회자리를 세습하는 것, 이것이 기독교인인가?" 반문했다.

그래서 김 목사는 "'한국교회에 교인은 많아도, 참 그리스도인은 극히 적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 안 나가는 교인' 곧 '가나안' 교인들이 생기는 것이다"고 진단하고 "오늘날 '성경 말씀의 신학'을 주장한 칼 바르트의 신학에 주목하는 것은 한국교회를 다시금 바로 세우기 위한 거룩한 몸짓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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