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9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배석하고 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9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배석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소위 ‘대북전단금지법’이라 불리는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에 대해 26일 위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법안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 조항과 관련된 헌법소원이 접수된 지 약 2년 9개월 만이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등 28개 단체는 지난 2020년 12월 29일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었다.

헌재는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조항(제24조 1항 내지 3항)의 위헌확인 사건에서 7대 2로 위헌 판결을 내렸다. 해당 법의 조항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헌재 판결로 성경 등을 담은 풍선이나 매체를 북한 상공으로 날려 보내는 행위가 가능해졌다.

이날 헌재는 “이 조항의 의도는 북한 체제가 용인하지 않는 표현 내용을 금지하고 제한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 조항이 대북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제재하지 않아도, 경찰이 살포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신체적 위험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한다면,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입법 보완함에 따라 행위자에게 살포를 제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조항이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벌금이나 징역형으로 금지하는 것은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며 “이 조항으로 인해 접경지역에서의 안전 보장과 평화통일 성취를 견인한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이에 반해 이 조항이 가져다 올 정치적 표현의 자유 침해는 매우 중대하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축 효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또한 “대북전단 살포로 북한 도발을 초래하여,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한다는 것은 북한의 잘못을 전단 살포자에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북한의 도발을 비난 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은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이 발의해 지난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는 그해 6월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 전단 50만여 장을 북한 상공으로 날린 것을 두고 북한 김여정 노동부 제1부부장이 발표한 비난 담화문이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당시 “쓰레기들의 광대놀음(대북전단 살포)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며 “전단 살포를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거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통일부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발표 후 약 4시간 만에 대북전단금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전단금지법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한변 등 28개 시민단체들이 26일 해당 법조항의 위헌판결에 환영을 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한변 등 28개 시민단체들이 26일 해당 법조항의 위헌판결을 환영을 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형구 기자

이날 헌재가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자 해당 법을 두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한변 등 28개 단체들은 헌재 앞에서 판결에 환영을 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변 명예회장 김태훈 변호사는 관련 성명서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김여정 하명법이었다”며 “이 법은 과잉금지 원칙, 명확성의 원칙,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고 자유권 규약 및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위헌법률이었다”고 했다.

이어 “올해 4월 4일 제52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21년 연속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겪는 권리 침해 가운데 알 권리 침해를 명확하게 지적했다”며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 개선책을 세우기는커녕, 북한이 2020년 12월 4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만들자마자, 이에 맞장구를 치는 듯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26일)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이 법률은 자기 책임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오늘 즉시 이 대북전단금지법은 효력을 상실했다”며 “이에 우리는 이 위헌 결정을 계기로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북한 정권은 즉각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도 시민사회의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알 권리 보장을 위한 활동을 적극 장려하라”며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도 대북방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 주민의 알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어진 자유발언에서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은 “북한 주민도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그들의 알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만이 아니라 세계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했다.

한변 회장 이재원 변호사는 “대북전단금지법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 및 북한 동포들의 알 권리라는 기본권을 희생하면서 북한 독재정권을 지키겠다고 하는 법이었다”며 “헌재가 오늘 제대로 위헌 판결을 내려준데 환영을 표한다”고 했다.

김일주 올인통(올바른 북한인권법과 통일을 위한 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저는 북한이 앞으로 긴급 사태에 의해서 무너질 것이라 예상한다”며 “이는 핵 폭발이나 천재지변, 외국 군대의 침략에 의해서가 아닌, 북한 주민의 봉기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긴급 사태의 결정적 방아쇠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대북전단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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