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애 박사
이경애 원장.

공감(共感)이란 말의 사전적 의미는 ‘같이 느낀다’는 의미이다. 내가 남이 아닌데 타인이 경험하는 감정의 선을 따라가며 그 떨림을 같이 경험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담사에게도 가장 요구되는 전문적 기술이 바로 공감이며, 상담실을 찾는 많은 이들이 상담에 기대하는 것 또한 자신의 감정을 잘 읽어주고 함께 느껴주는 경험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같이 공감한다고 할 때 같이 느끼는 감정은 대개 슬프거나 우울한 것, 다른 사람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무거운 마음과 함께하는 의미가 클 것이다. 영어에서도 공감을 ‘empathy’라 하는데 이것은 타인의 고통에 과감히 뛰어들어가 함께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로마서에서도 사도바울은 말씀한다.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롬12:15, 새번역)’ 우는 이들을 멀리서 보며 동정(sympathy)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함께 느낀다는 것은 너무도 고귀하고 성숙한 일임이 분명하다.

요즘 우리에게는 고통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회 안, 밖을 가리지 않고 우는 이들의 이야기가 들린다. 타인에 의해 꽃다운 청춘의 생명이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피기도 전의 생명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하는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이 시대가 슬픔의 시대이며, 우는 이의 곡소리가 넘치는 시대인 것을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에 같이 공감하고 같이 슬퍼하며 애통해하는 이들이 함께 있다는 것은 분명 남은 자들에게는 위안이며, 우리 시대의 소망이 아닌가 감히 생각하며 우리는 그래도 다시 희망을 갖는다. 우는 이와 함께 울어주는 이들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과연 타인의 기쁜 일에도 공감하는가 생각해야 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같이 울어주는 만큼, 타인의 기쁨에도 공감하고 같이 웃어줄 수 있는가 말이다. 로마서 12장 15절은 분명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라’고 말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이 잘되는 것에 대해 시기하느라 기뻐하지 못하지는 않는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속담 중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샘이 나서 견딜 수 없는 마음을 빗대어 하는 말일 것이다. 배가 아픈 것은 분명 나 자신에게도 부정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고통이라는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타인의 좋은 일을 인정할 수 없는 것, 그것은 바로 인간의 뿌리 깊은 죄 중의 하나인 ‘시기심(envy)’이다. 내가 고통을 받더라도 상대방이 잘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촌이 땅을 사는 것을 보며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은 그의 성취와 성과를 보며 나도 그만큼 생의 의지와 희망, 건강한 욕망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시기심과 다른 ‘질투심(jealousy)’이다. 이것은 타인을 보며 나도 성장하고 싶은 바람을 갖는 것, 그래서 상대방도 살고, 나도 살게 하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뻐하는 자와 같이 기뻐하는 것’이다.

같이 아파하고 슬퍼하며 나눔으로 슬픔을 반으로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귀한 일인가? 아니 우리는 이 시대 지금보다 더욱 슬픔과 아픔을 공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슬픔의 공감만큼 기쁨의 공감도 커져 나가기를 소망한다. 기쁨을 나누며 배가 되는 것, 그것은 그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는 것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주변에서도 누구에게 좋은 일이 있다면 같이 기뻐하고 기꺼이 축하해주었으면 좋겠다. 타인의 좋은 일에 옥의 티를 찾아 흠집을 내는 미숙한 행동을 멈추고, 기꺼이 그의 기쁜 일에 뛰어 들어가 같이 기뻐하는 공감, 이 때문에 우리 공동체가 더욱 기쁨으로 충만해지기를 기대한다.

신앙인으로 사는 것은 겨우겨우 살아내는 것이 아니다. 겨우겨우 자기 시기심을 반복하여 회개하고 자책하는 것과 같은 소극적인 초라한 자아에서 벗어도록 노력해나가야 한다. 오히려 더 기뻐하고 더 축하하고 더 같이 감사하면서 하나님의 은혜를 확장해 나가는 것, 결핍의 회복만이 아닌 넘치는 성장을 향하는 것, 이것이 하나님의 사람, 하나님의 공동체가 행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신앙적 덕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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