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헌제 박사
한국교회법학회 회장인 서헌제 교수 ©기독일보 DB

한국사회는 대외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국내적으로는 여야의 극한적인 대립으로 국민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진보로 위장한 세력들이 국회를 위시하여 국가인권위원회, 언론기관, 법원 등에 포진하여 인권, 평등을 앞세운 반기독교적 법과 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각 교단총회는 9월 정기총회를 통해 다음과 같은 한국교회의 공공정책 과제에 대한 입장을 보다 선명하게 천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하여

국회의 동향 : 한국교회는 ‘차별 없는 세상의 구현’ 이라는 기만적 구호 아래 하나님의 창조원리에 반하는 동성애 합법화, 종교의 탈을 쓰고 사회적 해악을 끼치는 이단사이비 종교의 합법화라는 발톱을 숨기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 지금까지는 주요 교단 및 교회 지도자들과 기독 국회의원이 협력하여 차별금지법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있지만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입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계속적인 관심과 반대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추구하는 동성애 합법화, 이단사이비 합법화가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로 시행되고 있다. 다만 법 위반에 대해 제재를 가할 수 없고 시정권고를 할 수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동대문구 시설공단이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체육관 대관을 취소한 것을 헌법상 평등권 침해의 위법행위로 보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명함으로서, 사실상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강제력을 부여하였다. 이렇게 되면 굳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없이도 국가인권위원회법만으로도 동성애, 이단사이비 합법화가 이루어진다. 홍수를 막기 위해 힘겹게 쌓은 제방 밑으로 물이 줄줄 새고 있는 격이다.

유사차별금지법 :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막히자 이를 우회하려는 법안들이 다수 국회에 제출되어 있다. 대표적으로는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는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를 시도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 가족 대신 생활동반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동성커플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려는 생활동반자법 등이다.

동성 커플 피부양자 자격인정 :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우회하여 동성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원판결이 속속 내려지고 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행정 1-3부는 동성 커플이라는 이유로 가입자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을 박탈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하였다. 이로써 동성커플의 배우자에게도 법적 부부와 동일한 피부양자 자격이 인정된다. 만일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인정이라는 단순한 문제를 넘어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둘째, 국가인권기본계획(NAP)에 대하여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안(NAP, National Human Rights Plans of Action)은 인권과 관련된 법·제도·관행의 개선을 목표로 하는 5년 주기 국가인권정책 종합계획으로서 2023년이 제4차 기본계획이다. NAP는 선진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후진국형 계획으로서 법무부 훈령으로 시행하지만 사실상 전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제3차 NAP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추진, 차별·혐오 규제 강화, 성평등 추진, 낙태 합법화, 동성결혼을 인정 등 급진적이고 편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였지만 그대로 공포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차별금지법 추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제4차 NAP에는 기독교가 반대하는 독소조항이 대거 삭제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실무진에는 여전히 민변 등 진보인사들이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이에 한국교회는 곧 발표될 제4차 NAP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다.

셋째, 반교육적 학생인권조례에 대하여

최근 서이초 교사의 비극적 죽음은 그동안 쌓여있던 학교 내에서의 교권추락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 이면에는 교육권력을 장악한 진보세력들이 편향적인 인권 이데올로기를 각 지역으로 확산시킨 소위 ‘학생인권조례’가 있다. 2010년 김상곤 교육감이 밀어 부친 ‘경기도학생인권조례’를 시작으로 조희연 교육감이 제정한 서울학생인권조례 등 6개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학생 인권조례에는 임신,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등을 이유로 하는 차별금지가 포함되어 있어 미혼모와 동성애를 양성화할 위험이 있다. 나아가 자율학습 금지, 소지품검사 금지, 학생들의 집회자유 보장, 학교인권옹호관 강요 등은 학교나 교사의 교육과 생활지도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해서 교육현장이 붕괴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다. 그 결과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에서 학력저하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특정 종교에 대한 교육을 다른 종교에 대한 차별로 규정해서 종교교육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고등학생뿐 아니라 중학생, 초등학생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한국교회는 편향적 이데올로기의 산물인 학생인권조례의 부분적 개정이 아닌 전면적 폐지를 주장한다.

넷째, 기독교 사학의 자율성 회복에 대하여

종교교육은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믿음과 교리를 보수하고 이를 다음 세대에 전해줄 통로가 될 뿐 아니라 교육 자체가 선교의 유력한 수단이다. 이러한 기독교적 교육을 제도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기독교 재단이 설립한 사립학교이며 이는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어온 주역일 뿐 아니라 지금도 우리나라 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기독교 사학이 건학 이념인 기독교적 가치관을 가진 교육을 제대로 하려면 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권, 교사 임용권, 등록금 책정권, 사학법인 구성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공교육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고교평준화, 자사고 폐지 등을 통해 학생들을 강제로 배정함으로써 기독교 교육에 동의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으며 기독교 믿음을 넣어 줄 교육과정을 제대로 편성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더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일부 사학 비리를 이유로 2021년 8월 한국교회가 반대하는 가운데 ‘사립학교 교원 채용시험을 시도 교육감에게 강제로 위탁’시키고 개방 이사를 확충하는 사학법개정을 야밤에 기습적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기독교 사학은 기독교 믿음에 근거해서 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인 교사를 임용하는 자유마저 박탈당하고 말았다.

이에 한국교회는 사회적 합의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사학법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을 규탄하며, 사학법을 원래대로 다시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다섯째, 기독교 생명윤리에 반하는 낙태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2019.4.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규정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2020.12.31.까지 대체입법을 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법무부와 국회는 입법을 게을리하여 낙태처벌규정은 사문화되어 현재는 낙태가 무제한 허용되는 상태에 있다. 이에 반하여 미국 연방대법원은 2022년 낙태처벌이 미국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함으로써 낙태 자유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교회는 생명의 조성자, 주체자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고 생성 중에 있는 태아도 완전한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하여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근거로 하는 낙태는 죄라고 믿는다. 이에 한국교회는 태아가 독자적 생명체를 형성하는 시기인 임신 12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며 그 이전이라도 성범죄, 우생학적 이유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법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그리하여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이 아무 죄의식도 없이 버려지는 생명경시의 풍조가 없어지기를 소망한다.

여섯째, 기독교문화유산 보존 및 활용에 대하여

우리나라 국가지정문화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종교문화재는 대부분이 불교유산이며 기독교유산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실정이다. 또한 이를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노력도 미흡하였다.

그러나 기독교는 우리나라 근대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교회는 이를 보존하고 후세에 전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서 한국교회는 선진들의 믿음의 발자취를 보여줄 문화유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국가는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해 줄 것을 요구한다.

일곱째, 교회시설을 활용한 저출산 대책에 대하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출산율을 기록하여 심각한 인구소멸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지역 소멸로 아기가 출생해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이에 지역 어느 곳에나 위치하는 교회(종교시설)를 이용해서 아동돌봄을 해준다면 저출산 극복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행법상으로는 교회를 어린이집으로 용도 변경할 경우 다시 예배장소로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전국에 소재하는 교회시설을 평일에는 어린이집으로, 주일에는 예배장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입법청원에 교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여덟째, 교회의 화평에 대하여

한국교회의 급격한 부흥 이면에는 교단의 분열과 교회분쟁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다. 특히 교회분쟁이 교회내 해결되지 못하고 가이사에 법정까지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교인들에게는 큰 성처를 주고 있다.

이러한 교회분쟁을 예방하고 일단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서는 교회법이 확립되어야 한다. 교회법은 각 교단의 헌법과 지교회의 정관이 중요하지만 특히 일반 교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교회분쟁 해결의 기준이 되는 것은 각 지교회의 정관이다.

법으로 한국교회를 섬겨온 (사)한국교회법학회는 2019년 7월 한국교회가 정관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참고할 수 있는 6개장 68개 조항으로 구성된 ‘한국교회표준정관’을 제정하여 보급하고 있으며, 표준정관 조항은 교회법학회 스마트폰 앱 ‘처치앤로’에서 구할 수 있다.

교회정관은 전염병을 예방하는 백신과 같다. 우리 몸이 건강할 때 백신을 맞는 것처럼 교회에 은혜가 넘치고 평화스러울 때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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