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2일,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 당시, 판문점에서 선원 2명이 송환되는 과정이 담긴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당시 통일부 직원이 촬영한 사진엔 탈북어민이 포승에 묶인 채 군사분계선을 넘어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탈북선원 2명을 동료 살해 혐의를 이유로 북한군에 인계한 사건이다. 송환 당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관계자가 김유근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북송을 완료했다는 내용을 보고한 장면이 우연히 국회 출입기자 카메라에 찍히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그만큼 쥐도 새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말이다.

강제북송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이 두 사람이 북한에서 동료 어부 16명을 살해한 잔혹한 범죄자라고 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었다”라고 강제북송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 통일부는 어민들이 판문점에서 북한군에 인계되기 직전에 끝까지 북에 안 가려고 발버둥 치는 사진과 함께 자필 귀순 의향서를 쓴 사실도 공개했다. 이미 드러난 정황만 봐도 민주국가에서 국가권력이 어찌 이토록 끔찍한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 끔찍할 뿐이다.

당시 정부 조사에 의하면 북한 어부 3명이 2019년 10월 말경 선장의 가혹 행위에 불만을 품고 동해상에서 동료 어민 16명을 배 안에서 살해해 시신을 바다로 유기했다. 그러고 나서 공범 1명이 북에 체포되자 나머지 2명이 그 어선을 몰고 남쪽으로 도주했다가 11월 2일 우리 해군에 나포됐다.

당시 국정원은 통상 수 주일이 걸리는 합동 조사를 단 사흘 만에 끝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북이 인도 요청을 하기도 전에 북송 의사를 먼저 타진했다. 그리고는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두 어부에 안대를 씌우고 포승에 묶어 판문점으로 끌고 가 북한군에 인계했다.

그런데도 당시 통일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이들이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자필로 귀순 의향서를 쓴 사실은 아예 숨겼다. 동료 어부 16명을 죽인 흉악범이 북에 잡혀 처형될까 두려워 어선을 몰고 탈북하고 나서 “죽더라도 북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다. 12일 통일부가 공개한 탈북어민이 판문점에서 북 송환을 거부하며 발버둥 치는 사진이 증거다.

헌법 제3조는 북한을 탈출해 우리나라에 온 탈북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범죄자든 아니든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당연히 국민이 된다. 그런 사람을 다시 강제로 북송한 것은 명백한 범법 행위다.

수세에 몰린 민주당은 이들이 ‘흉악 범죄자’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통일부가 이런 자료를 공개한 정치적 배경을 문제 삼아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는 “국회 요구에 따라 해당 사진들을 제출한 것이고, (어부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이상 범죄 혐의가 있더라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할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설사 이들이 북한에서 범죄를 저질렀어도 정부가 이들을 북한으로 강제 추방할 권한은 없다. 북한이탈주민법 32조는 탈북민은 한국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와 90일 이내 이의를 신청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 모든 법적 권리를 박탈하고 즉각 처형당할 게 뻔한 데도 사지로 내몰았다. 반인권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일이 지난 정권에서 자행됐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다.

유독 인권과 민주를 부르짖었던 문재인 정부 하에서 왜 이런 반인륜 행위가 저질러졌을까. 당시 청와대는 탈북어민 송환 의사와 함께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김정은을 초대하는 친서를 함께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니까 남북 정상이 만나는 깜짝 이벤트를 위해 탈북어민을 김정은의 재물로 갖다 바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목숨을 걸고 탈북한 어민의 생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는 말이다.

한국교회연합은 14일 발표한 성명에서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이런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행위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질 수 있는지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이것이 동성애 성소수자 인권 보호에 그토록 목을 맸던 문재인 정부의 선택적 인권의 실체라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정부는 살인범이든 흉악범이든 우리 사법제도에 의해 재판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외면했다.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헌법 27조 4항도 어겼다. 탈북어부를 강제 북송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문재인 정부의 불법적 행위가 이처럼 한둘이 아니다. 누가 왜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진실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이런 불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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