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김진혁 검사(맨 왼쪽), 울산지검 남소정 검사(왼쪽 세 번째), 서울중앙지검 임진철 검사(왼쪽 네 번째) 등 평검사들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19일) 열렸던 전국 평검사회의 결과 브리핑 및 입장문을 발표 전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대전지검 김진혁 검사(맨 왼쪽), 울산지검 남소정 검사(왼쪽 세 번째), 서울중앙지검 임진철 검사(왼쪽 네 번째) 등 평검사들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응하기 위해 전날(19일) 열렸던 전국 평검사회의 결과 브리핑 및 입장문을 발표 전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19년 만에 열린 전국 단위 회의에서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두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 범죄를 만연하게 한다"는 우려와 함께 법 제정으로 생길 수 있는 실무상 문제점을 크게 4가지로 나눠 조목조목 비판했다.

평검사들은 자구책으로 국민 참여를 전제로 한 외부 통제장치, 평검사 대표가 정기적으로 모이는 대표회의를 통해 그간 논란이 된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에 앞장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지금의 위기를 촉발한 검찰 수뇌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19일) 오후 7시께 시작한 '전국평검사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5시께 끝났다. '실무 최전선'에서 활동한다고 자평하는 평검사들은 회의를 통해 검수완박 법안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실무상 문제점 지적에 주력했다.

이들은 ▲검사의 수사권 박탈에 따른 문제점 ▲인권보호기능 박탈에 따른 문제점 ▲구속 등 강제수사에서의 문제점 ▲부정부패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력 약화 등을 검수완박 법안의 주요 부작용으로 거론했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의 최대 문제점으로 수사가 제한됨에 따라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기소여부를 경찰의 '수사의지'와 '선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결국 범죄가 있어도 처벌하지 못하는 정의롭지 못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며 "억울한 사람의 입장을 검사가 들을 수 없게 돼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범죄자가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경찰 수사 방식에서 생길 수 있는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에 대한 검사의 인권보호 기능에도 빈틈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검수완박이 실현될 경우 검사는 경찰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에 대한 사건 기록을 요구하거나 재수사하지 못하게 돼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해도, 검사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고소인이 수사에 이의를 제기해도 검사는 경찰에게 사건을 돌려보내야 하는 등 '불복절차'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불법구금 등 강제수사의 법률적 판단을 경찰에게 맡겨 둔 개정안 일부 규정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평검사들은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이 있다'로 해석돼 위헌 논란이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217조 2항에 대해서는 "입법자가 형소법에서 '검사'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작업한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부정부패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력 약화에 관련해서는 "대형 부정부패, 공직부패범죄, 금융 기업범죄에 특화하여 전문화된 검찰 수사를 대안 없이 사장시킨다"는 표현으로 우려를 전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형 비리 사건 등이 3개월 뒤 경찰에 이관됨에 따라 '수사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뤄졌다.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두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 '범죄는 만연하되, 범죄자는 없는 나라'를 만든다"며 "힘없는 국민에게는 스스로 권익을 구제할 방법을 막아 결국 범죄자들에게는 면죄부를, 피해자에게는 고통만을 가중시키는 범죄방치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정해진 안건 없이 난상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회의 시간이 길어진 데에는 입장문에 담길 표현에 대한 의견들을 모으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회의장에서는 입장문을 단상 앞에 펼쳐 놓고, 회의에 참석한 207명의 검사들이 모두 보면서 표현 등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앞서 각 청에서 수렴한 의견을 토대로 회의 안건은 10건으로 추렸지만, 최종적으로는 이중 일부인 6~7건이 채택됐다.

우선 평검사들은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내외부 통제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대국민 차원에서 중대범죄 수사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외부적 통제 장치와 함께, 평검사 대표들이 정례적으로 논의를 갖는 내부적 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평검사 회의 간사를 맡은 김진혁 대전지검 검사는 이날 오전 관련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다를 수 있으나, 수사 개시에서 진행, 종결, 기소에 이르는 모든 부분을 감시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고, 국내에 도입된 수사심의위를 법제화해 운영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어느 것이든 가리지 않고 국민적 감시와 외부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하겠다는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검사들이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우리 간부들 중심으로 의사결정 이뤄지는 등에 대해 존재 자체로서 견제와 감시 효과가 있지 않겠나"라며 "구체적인 부분은 향후 과제지만, 회의가 정례화되려면 대검찰청의 도움이 필요해 이를 알릴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주요 안건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검찰 위기를 초래한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검사는 "검찰 위기 상황을 만든 분들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면서도 "소수(의견)여서 입장문에 담아야 한다고 하는 이들보다 이는 적절치 않고 우리가 논의할 것은 다른 부분이라는 의견이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총장을 비롯한 지휘부에 대한 행동 등에 직접적인 평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검찰총장과 검찰 간부급의 집단 대응에 이어 평검사들까지 동참하며 검란(檢亂)을 우려하는 시선에 대해서는 "집단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에게 피로감을 드린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공무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수사 담당 실무자로서 일을 진행하기에 곤란함을 느꼈고 이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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