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서광선 목사 추모예배
故 서광선 목사 추모예배가 8일 이화대학교회에서 열렸다. ©장지동 기자

故 서광선 목사 추모예배가 8일 오후 4시 서울 서대문구 소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교회(담임 장윤재 목사)에서 열렸다.

이날 예배는 장윤재 목사의 인도로, 구정혜 사무총장(한국YMCA연합회 사무총장)의 약력 소개, 추모 영상, 김경민 사무총장(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의 기도, 권진관 회장(죽재서남동목사기념사업회장)의 성경봉독, 안재웅 목사(기독교민주화운동 이사장)의 설교, 추모사, 회고 순서로 진행됐다.

안재웅 목사
안재웅 목사가 설교를 하고 있다. ©장지동 기자

‘죽은 사람 같으나, 보십시오, 살아 있습니다’(고후 6:4~10)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안재웅 목사는 “故 서광선 목사님은 삶의 대부분을 이곳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내셨다”며 “그리고 많은 후학들을 배출했고, 그중에는 이름만 대도 알만한 석·박사들이 많이 있다. 목사님은 평생 이 일을 큰 보람으로 여기며 사셨다”고 했다.

이어 “목사님의 생애를 회고하면서 남기신 글들을 보면서 일관된 사상과 학문의 관심이 ‘평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분단과 전쟁의 한(恨)은 목사님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 모두가 떠안은 고통이기도 하다”며 “우리는 이 땅에 참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한국교회와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선교적 사명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전쟁과 평화는 양립할 수 없으며 평화를 갈망해야 평화로운 사람이 된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덧붙었다.

그러면서 “목사님이 평화를 평생의 화두로 삼게 된 근거는 아마도 부친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순교를 당한 아픔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서광선 목사님은 평화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남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을 고대하셨다. 목사님의 이런 꿈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지난 2월 26일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셨다. 참으로 마음 아픈 현실이다. 목사님께서는 빈소도 차리지 말라고 하셨다. 시신을 의대생들에게 해부용으로 기증하셨다. 하지만 코로나로 숨을 거두셨기에 화장을 하였고, 현장에서 가족들만 모여 기도를 드린 후 장지로 모셨다. 우리에게 새로운 장례문화를 남기셨다”고 했다.

그는 “목사님은 논리가 정연하고 필력이 뛰어난 분이었다. 많은 선언문과 에큐메니컬 기구들의 근간이 되는 목적문들을 다듬어 내셨다. 그 중에 세 개의 대표적은 문건을 말하면 먼저,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이다. 일명 ‘88선언’으로 불리는 이 문건은 1988년 2월 29일에 발표되었다”며 “남북한이 합의한 ‘7.4남북공동성명’의 정신에 입각하여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통일의 3대원칙을 존중하면서 88선언은 한국교회의 선교적 방향을 제시했다”고 했다.

안 목사는 “둘째로 ‘도전21(Challenge21)’이라는 세계YMCA 미션 선언문이다. YMCA는 1855년 세계 YMCA연맹의 창립총회에서 채택한 ‘파리기준(The Paris Basis)’과 1973년 세계대회에서 채택한 ‘캄파라원칙(The Kapala Principles)’ 그리고 1998년 독일에서 채택한 ‘도전21’이라는 YMCA운동의 정신적 근간이 되는 세 개의 문서가 있는데, 목사님은 새 천년을 준비하면서 YMCA가 감당해야 할 방향과 책임과 의무를 제시하는 ‘도전21’이라는 진전된 문서의 기초위원회 위원장을 활약하셨다”고 덧붙였다.

또한 “셋째로 한국YMCA 목적문이다. 한국YMCA전국연맹은 1976년에 목적문 기초위원으로 당대의 신학자들과 함께 목사님은 이 문서를 다듬어 낸 일”이라며 “목사님은 신학자요, 교수요, 목회자요, 에큐메니컬 운동의 지도자였다. 한국 민중신학 1세대 학자로 존경받는 분이다. 목사님과 관련한 많은 기독교 기구들이 오늘 추모예배를 공동으로 주관했다”고 했다.

아울러 “침략의 기차 길, 나그네 길은 끊어지고 이제 평화의 기차 길이 새 시대와 함께 열리는 날을 꿈꾸면서 목사님은 「기차 길, 나그네 길, 평화의 길」이라는 자신의 저서에다 이런 말씀을 담아 제게 주셨는데, ‘인생의 나그네 길 종착역에서 다음 평양행 기차를 기다리며 드립니다’라고 쓰여 있다. 목사님은 죽은 사람 같으나, 저의 삶에 영원한 멘토로 살아 있으며, 우리와 함께 살아 있음을 경험하는 귀중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주님의 위로와 축복이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장상 박사(WCC 공동의장)가 ‘선생님의 지혜와 격려를 기억하며’, Carlos Madjri Sanvee 사무총장(세계YMCA연맹)이 ‘서광선 박사님 편히 잠드소서’, Angela Wai Ching Wong 부의장 (아시아기독교고등교육연합재단 부의장)이 ‘사랑하는 스승이자 친구, 서광선 목사님께’,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가 ‘치유되고 화해된 세상을 위해 살아간 주님의 참 제자’라는 제목으로 각각 추모사를 전했다.

먼저, 장상 박사는 “제가 기억하는 서광선 교수님은 언제, 어디 있든지, 사람들의 눈에 띄고 중심에 서셨다. 그분은 누구보다 빨리 문제의 핵심을 발견하고 그것을 명료하게 언어화하고, 함께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방법을 찾아내는 지혜로운 섬김의 자세가 있으셔서 무슨 일을 하든지 중심에 서셨다”며 “어느 단체나 기관에서 일하시든 그분의 명민함, 다른 사람을 설득해내는 능력은 단연 돋보였다. 선생님의 지혜와 웃음, 격려를 늘 기억하겠다”고 했다.

이어 Carlos Madjri Sanvee 사무총장은 영상을 통해 “서광선 박사님은 세계 시민의 진정한 본보기로서 국제 YMCA 운동의 사회 정의를 새롭게 만드셨고, 우리의 에큐메니컬 정체성을 심화시키셨으며, 그의 지도 아래 우리의 운동은 취약·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로 분명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며 “세계YMCA 운동은 박사님에 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우리에게 남긴 영감을 실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Angela Wai Ching Wong 부의장은 영상을 통해 “서광선 목사님과의 만남을 떠올리다보니 이 시간이 마치 예베소서 1장 17~18절에 쓰인 것처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고,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속한 소망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며 “서광선 목사님께 고맙다. 그분의 삶을 통해 비전과 믿음을 보여주시고, 우리와 함께해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이홍정 목사는 “이 땅의 교회와 세상을 위해, 하나님께서 고난 속에서 정성스럽게 빚어주신 선물과도 같은 목사님의 생애를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추모 드리며, 우리도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도록 자라가는 주님의 참된 제자로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며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목사님의 뜻과 삶의 본을 따르며,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로, 치유되고 화해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하나님나라운동에 매진하겠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가신 서광선 목사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회고 순서에서는 김영주 이사장(남북평화재단)이 ‘서광선 목사님을 추모함’, 남부원 사무총장(아시아태평양YMCA연맹)이 ‘시민사회와 함께 하신 삶’, Philip L. Wickeri 교수(전 샌프란시스코신학대학)가 ‘서광선 박사를 위한 헌사’, 박경미 교수(이화여대 기독교학과)가 ‘서광선 선생님을 기억하며’라는 제목으로 각각 회고했다.

먼저 김영주 이사장은 “북한 당국에 의해 학살당한 아버지, 인민군에 끌려가 생사를 알 수 없는 동생, 그리고 ‘1.4후퇴’의 고통의 세월을 겪으셨던 목사님께서는 아버지의 원수에 대한 복수의 마음을 극복하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몸으로 실천하셨던 분이었다”며 “이론적 반공주의가 아닌 체험적 반공주의가 견고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오늘의 한국사회와 교회는 목사님의 평화·통일 운동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하기에, 목사님의 부재는 크게 애석한 일이다. 오늘 목사님을 떠나보내는 지금, 우리는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며 다짐해 본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어떤 고난이 다가오더라도 평화·통일의 길을 걸어가겠노라’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의 길이 바로 우리 민족의 원죄를 극복하는 길이기에 예수의 제자 된 우리가 결단코 포기하지 않겠다’고”라고 말했다.

이어 남부원 사무총장은 “목사님은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를 마무리하시면서 ‘하나님의 정의는 희망의 정치이다. 하나님 나라를 희망하는 정치, 사랑과 평화, 그리고 생명을 창조하고, 지키고, 키우고, 보듬는 마음의 정치다. 희망은 생명을 살리는 힘이다. 그리고 우리의 정치는 희망으로 성숙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금 한국교회와 에큐메니컬 공동체를 넘어 시민사회를 섬기도록 초청하시는 당신의 정치신학의 여정을 본다. 이제 저희들의 몫이다. 목사님이 남겨주신 희망의 정치신학과 치열한 삶의 유산들을 받아 안겠다”고 했다.

Philip L. Wickeri 교수는 영상을 통해 “지난 2월 말, 안재웅 박사에게서 서광선 박사의 소천 소식을 듣고 충격과 슬픔을 느꼈다. 우리는 그의 영감, 경험, 꾸준한 손길에 의지했기에 그는 항상 그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는 많은 젊은 학자들을 위해 길을 예비했다. 서광선 박사는 그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그의 영의 일부를 남겼고, 그런 의미에서 그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박경미 교수는 “말년에 거의 귀가 들리지 않아 전화통화를 할 수 없게 된 선생님은 제자들이 쓴 짧은 글이나 책을 몸소 찾아 꼼꼼히 읽으시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며 자랑스럽다고 격려해주셨다. 늘 ‘경애하는’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선생님의 편지는 혹여 흔들릴지 모를 제자들을 지지해주는 따뜻하고 든든한 울타리였다”며 “선생님을 통해 기독교신앙이 참 좋은 것이고, 믿음이 인간을 고결하고 굳세게 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故 서광선 목사 추모예배
유가족에게 추모문집을 전달하는 사진(왼쪽부터 송인동 이사장과 유가족). ©장지동 기자

이후 참석자들은 추모의 노래로 ‘희년을 향한 우리의 행진’, ‘한국 에큐메니컬 평화의 동지들’을 다함께 불렀다. 이어 송인동 이사장(한국YMCA전국연맹)의 인사 및 유가족에게 추모문집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졌다.

송인동 이사장은 “유가족의 애도와 그리움처럼, 우리의 애도와 그리움도 현재형으로 남을 것”이라며 “시대의 아픔을 짊어지고 가신 평화의 사도 故 서광선 박사님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였던 하나님의 사람이셨다. 모질고 거친 세상에 스스로 찬바람을 맞는 좌표가 되셨고, 우리와 다음 세대에도 삶의 푯대이자 나침반으로 현재 살아계신다”고 말했다.

이날 예배는 고인이 생전 출석했던 봉원교회 담임 박용권 목사의 축도로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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