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덕분에, 다른 사람 덕분에 우리가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은 은혜다.
하나님 덕분에, 다른 사람 덕분에 우리가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은 은혜다. ©unsplash

지난 주간에 저에게는 기분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잇몸이 부실하여 어금니를 잃어버린 채 일 년 넘게 지냈는데, 작년 가을에 시술한 임플란트가 잘 아물어 이번에 치아 보철물을 끼우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던 제가 양쪽으로 씹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사람은 이처럼 뭔가를 잃어버렸다가 다시 회복하면 그 소중함을 더욱 절감하게 되나 봅니다.

옛날 부모님 시대였으면 어금니가 없어서 앞니로 겨우 음식을 먹었을 텐데, 좋은 시대에 태어나서 임플란트라는 신기술 덕분에 잃어버린 치아를 다시 얻어 건강하게 살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비절개 임플란트 기술과 3D 구강 스캐너라는 신세계를 경험했습니다. 비절개 기술 덕분에 잇몸을 절개하는 고통이 사라지고 치료 기간도 단축되었습니다. 그리고 3D 구강 스캐너 덕분에 구역질 나는 치아 본뜨기를 하지 않고도 정확한 보철물을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분 좋게 치아 보철물을 삽입하고 나서 뜻밖의 불편함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일 년이 넘도록 한쪽으로만 식사하는 불편이 해결되어 좋을 것만 같았던 기대와는 달리 치아 보철물을 넣고 며칠 동안은 오히려 어색함이 느껴졌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리에 치아가 들어왔음에도 마치 입안에 이물질이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치과에서 준 안내문에도 보철물을 삽입하고 나서 볼을 씹을 염려가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볼과 혀가 새로 해 넣은 치아에 적응이 필요한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 발치했을 때는 그 자리가 허전하고 볼이 홀쭉하게 들어가서 보기 흉했습니다. 혀도 아쉬운 듯 그 자리를 쓰다듬곤 했습니다. 그런데 치아가 사라진 기간이 길어지자 볼도 원래보다 두꺼워졌고, 혀도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원주인이 들어오니 자꾸만 새로 들어온 치아에 부딪힙니다. 원래 그 공간이 볼과 혀의 공간이 아니었으나 치아가 없는 사이에 그 자리에 드나드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사람도 다른 사람이 비워놓은 장소나 잠시 내려놓은 권리를 누리다가 원주인이 나타나면, 자기 것을 빼앗긴 듯 불편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현듯 전에 김진홍 목사의 간증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분이 젊을 때 반정부 시위를 하다가 감옥살이를 한 경험을 이야기했는데, 당시 감옥은 수용 인원에 비해 공간이 너무 좁았답니다. 밤에는 등을 붙이고 누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쪽 어깨만 붙이고 누워 일명 칼잠을 자는데, 하루씩 좌우를 바꾸며 잤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칼잠을 자다가 밤중에 화장실에 다녀오면 자기 자리가 없어져 버렸다고 합니다. 하는 수 없이 그날은 화장실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자야 하는 신세가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사람은 남이 비워놓은 자리, 남이 잠깐 내려놓은 권리를 임시로 누리게 되면, 그것을 자기의 정당한 권리로 생각하고 내어놓기를 불편하게 여기는 존재입니다. 이번에 치아 보철물을 해 넣고 나서 혀와 볼에서 느끼는 어색함과 불편함은 사실상 인간 세상의 문제입니다.

요즘 은혜롭게 듣는 CCM 가운데 ‘은혜’라는 곡이 있습니다. 이 노래의 가사에는 내가 태어나고 살고 꿈꾸고 기도하고 예배하고 전도하는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라는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살기 좋아지면서 내가 누리는 이 모든 것이 은혜라는 사실에 둔감해지고, 당연한 양 착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CCM ‘은혜’는 이 시대 사람들의 오해와 착각을 깨뜨려 주는 노래입니다.

최광희 목사
최광희 목사

우리가 하나님 덕분에, 다른 사람 덕분에 과분한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언젠가 혹 그런 혜택이 줄어든다면,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에 찬송을 드린다고 욥처럼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최광희 목사
신학박사(Th.D. 설교학), 행복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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