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앞을 지나는 시민
▲서울 신천역 인근 부동산 밀집 상가에 한 시민이 월세와 반전세 등 매물 광고 옆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아파트 매매 시장이 주춤하는 형국이지만 세입자들은 여전히 고되다. 전세의 경우 금리인상으로 대출금리가 5%를 돌파했고, 이에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세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1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는 0.02% 하락해 2019년 6월 둘째 주 이후 약 2년9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송파(-0.14%), 용산(-0.12%), 강남(-0.10%) 등 고가 지역에서 하락세를 보였다. 송파에서는 신천동 잠실 파크리오,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등이 중대형 면적 위주로 1000~2500만원 내렸고, 강남은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1·2차 대형면적이 2500만원~1억원 하향 조정됐다.

이처럼 전세 가격이 소폭 내린 데에는 대출이자 부담으로 수요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중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고 5%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북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최고 5.09%로 나타났다. 부산은행이 5.05%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하나은행(4.95%)과 국민은행(4.92%)의 최고금리도 5%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시장은 갱신계약과 대출이자 부담에 따른 월세 전환 등으로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계약 만기가 임박해 가격을 내린 매물 위주로 거래되는 분위기"라며 "다만 봄 이사철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날 수 있어 추세 전환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대출이자의 압박으로 세입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반전세 등 보증부월세가 낫겠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전월세 전환율은 4.1%다. 전세대출금리가 이보다 높으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내는 것이 세입자로서는 유리하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은 오래 가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가 늘고 있고, 임대인 입장에서도 금리가 오르는 만큼 월세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 시세가 비싸지고 있다. 이 지역에 집을 가진 임대인은 종합부동산세의 증가 등으로 세 부담이 커진 측면도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99㎡는 지난달 25일 보증금 2억원, 월세 51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0월21일에는 동일면적이 보증금 2억원, 월세 450만원이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전용 114㎡은 지난달 5일 보증금 8억원에 월세 510만원에 거래됐다. 이보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1일 전용 119㎡가 보증금 8억원, 월세 400만원에 거래됐었다.

앞으로도 임대차 시장에서는 보증부월세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차 3법, 세금 증가, 금리 인상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 보증부월세의 비중 증가 및 월세 가격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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