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림 동산교회 김정우 목사
김정우 목사 ©서울신림 동산교회 영상 캡처

김정우 목사(서울신림동산교회 담임)가 21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복음을 지킬 것인가,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목사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라틴어 문자 그대로는 ‘좋아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뜻인데, ‘외교상 기피하는 인물’이라는 외교 용어로 사용된다. 유대인에게는 이방인이 ‘페르소나 논 그라타’ 곧 기피 인물이었다”고 했다.

이어 “베드로가 안디옥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방인 신자들과 식탁 교제도 가졌다. 베드로는 더 이상 과거의 베드로가 아니었다. 베드로는 이방인과 함께 먹는 것에 익숙했고,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며, 그래서 이방인들과 ‘계속’ 식탁 교제의 자리를 가졌던 것”이라며 “그런데 예루살렘에서 온 할례 받은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이 들이닥쳤다. 베드로는 이방인 신자들과 함께하고 있는 그 식사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나 떠났다. 안타깝게도, 베드로는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을 의식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에게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베드로는 할례자들의 비난을 두려워했고, 또 그들과의 갈등도 원치 않았다”며 “이방인 백부장 고넬료의 집에 다녀온 후 할례자들에게서 받았던 비난이 생각났는지도 모른다(행 11:2). 베드로는 비난받는 것이 싫었을 것이다. 인정받는 사도로 남고 싶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더욱 심각한 사태는 지도자 베드로의 행동이 끼친 파급 효과였다”며 “다른 유대인들도 베드로를 따라 외식했고, 심지어 바나바도 그들의 외식에 넘어갔다. 그 자리에 황망히 남게 되었을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의 심정을 또 어떠했을까”라고 했다.

이어 “무슨 일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복음의 진리 앞에 솔직하게 서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말이나 행동이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이 훨씬 쉽다. 좋은 영적 공동체를 세우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 모른다”며 “그러나 그렇게 세워진 좋은 영적 공동체라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우리는 늘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특별히 지도자의 ‘외식’이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베드로와 바울을 비교해 보자. 누가 믿음의 선배요 교회의 선임인가? 베드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베드로를 향해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며 “그것도 대면하여 공개적으로! 유대인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최고 지도자를 공개적으로 면박했으니 인간관계의 파국은 물론이고 교회의 질서를 훼손했다는 조직의 역공에 부닥칠지도 모를 일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바울에게 이것은 ‘참된 복음’ 대 ‘다른 복음’의 투쟁, 본질이 걸린 문제였다.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었다”며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걸 뻔히 알면서도 잘못된 결정을 되돌리지 못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노력, 들인 비용이 아깝기 때문이다. 바울은 어떤 것을 묻어두고 갈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어느 쪽을 포기할 것인가? 예루살렘 공동체와 그간 쌓은 친교 관계를 위험에 빠트릴 것인가? 아니면, 이방인에게 전한 복음의 진리를 훼손할 것인가?”라고 했다.

이어 “바울은 과감히 전자를 묻어 버리는 쪽의 위험을 택한다. 사람들을 좋게 하는 쪽을 택하지 않았다. 복음의 진리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하나님께 좋은 쪽을 택했다. 나중에 갈라디아 사람들에게 그랬듯이, 안디옥에서도 바울은 동일했다”며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진리가 왜곡되는 것만은 가볍게 넘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베드로와의 사이에서 있었던 오래 전 일을 갈라디아 교회에 보내는 이 편지에서 꺼내 놓는 것도 동일한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믿음의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자칫 복음을 살짝 옆으로 밀쳐 내고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 ‘다른 복음’에 침묵할 수 있다. 사역도 그런 식으로 할 수 있고, 친교도 그런 식으로 하는 걸 오히려 권장할 수도 있다”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지나는 것은 화평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를 피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바울이 베드로를 책망한 것은 사사로운 감정 때문이 아니었다. 베드로가 미워서 책망한 것이 아니었다. 바울이 갈라디아 교회의 성도들을 책망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두 경우 모두 바울은 복음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 쉽게 할 수 없는 방식을 결행했다”며 “바울은 갈라디아 교회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런즉 내가 너희에게 참된 말을 하므로 원수가 되었느냐’(갈 4:16). 바울은 일시적인 관계의 단절이 발생하더라고 복음의 진리를 지키는 쪽을 택했고, 그것만이 허물어진 관계를 제대로 회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복음 외에는 허물어진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사도 바울은 확신했다. 다른 모든 시도는 그저 일시적인 미봉책일 뿐이다. 바울은 복음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 복음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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