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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예수와 십자가 처형』 ©ⓒ새물결플러스

신간 『예수와 십자가 처형』(새물결플러스)이 출간됐다. 영어권에서 전설 같은 설교자인 플레밍 러틀리지의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다.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에 담긴 모든 신학적 이슈를 현대문화와의 연관성 속에서 다루고 있다. 성공회 사제인 저자는 1,0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쓰기 위해 무려 20년의 세월을 바쳤다.

플레밍 러틀리지는 먼저 오늘날 현대 사회와 교회 안에 만연한 반 십자가 현상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그것은 십자가가 종교적 부적이나 장식으로 오용되는 현실과 더불어, 초월자로부터 오는 은총 대신에 자기 노력과 행위로 절대적 경지에 도달하려는 현대의 영지주의적 현상들이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폭력과 학대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유형의 시도들도 포함된다.

저자는 이런 왜곡을 바로잡고, 오해를 교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다양한 십자가 해석 중에서 특히 "승리자 그리스도 모델"에 강조점을 두면서도 여러 십자가 해석들이 경쟁하거나 서로를 배척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히면서, 전통적인 "형벌 대속론"과 "재연(총괄갱신론)"을 포괄하는 심층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또한 출애굽 모티프에 담긴 구속과 해방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통해 실현된 새창조의 은유 안에 담긴 풍성한 구원 교리를 서로 연결시킨다. 이 과정에서 성서신학, 조직신학, 역사신학 제 분야에 걸친 저자의 식견과 학문적 통찰력이 예리하게 빛을 발한다.

특히 형벌 대속론과 승리자 그리스도론을 설명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옥 강하"에 130쪽 이상을 할애하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더 나아가 본서는 고전적인 의미에서 십자가 신학을 설명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를 현대 사회 및 문화 현상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까지 논의를 밀고 나감으로써, 결국 십자가 신학이 시대를 초월하는 힘을 갖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본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장에서 저자는 십자가가 기독교 복음의 가장 중요한 특징임을 논증하며 교회는 십자가형의 불쾌감(skandalon)을 선포하고 살아내는 고통스런 어려움을 버리고 편리한 성육신의 매력을 넘겨받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장에서 저자는 예수의 죽음뿐만 아니라 죽음의 방식이 중요한데 극심한 고통을 받고 체면이 손상되며 사람들로부터 거절되고 하나님께로부터 버림받은, 가장 추악한 십자가 위의 죽음을 통해 모든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상상할 수 없는 사랑이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3장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진실과 화해 위원회 등의 예를 통해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혀야 하며 하나님의 정의/공의는 상황과 관계를 바로잡는 하나님의 행동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면서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역사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3장 정의 문제와 4장 죄의 중대성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가교 장에서 저자는 하나님과 그분의 피조물 간의 깨어진 관계가 "변제되지 않고 지나갈" 수 없다는 안셀무스의 주장을 설명한다.

4장에서 저자는 죄란 한편으로 책임 있는 죄책감으로서 이에 대해 반드시 배상이 이뤄져야 하며, 따라서 십자가형은 죄에 대한 희생제물로 이해된다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 무대에서 몰아내야 할 외부의 힘으로서 모든 인간은 이 힘에 사로잡혀 있고 이것보다 더 큰 힘으로 말미암아 해방되어야 하며, 따라서 십자가형은 죄와 사망의 권세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로 이해됨을 설명하고 우리에게 희생제물 개념과 승리자 그리스도 개념 둘 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5장에서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출애굽 사건을 그것으로부터 메시아이신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이해하는 구약의 특히 탁월한 사건으로 이해했으며, 그 이야기는 가장 초기의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랬듯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동일한 힘을 가질 수 있으며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애굽 내러티브가 계속해서 생명의 약속을 내밀어서 수백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압제받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이 그들 가운데서 행동하고 있다는 약속을 붙들게 했듯이 말이다.

6장에서는 근대 주류 교회에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희생제사로 이해하는 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피의 제사라는 모티프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우리의 구원 이야기의 중심이며, 이 주제 없이는 기독교의 선포가 그 힘을 상당히 상실하고 신학적으로 및 윤리적으로 영양실조에 걸리게 되므로 우리에게 피의 이미지가 계속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도의 피라는 모티프는 일차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잃어버릴 사람들을 구원하고 보호하고 지탱하기 위한 하나님의 헌신의 깊이를 의미한다.

7장에서 저자는 우리의 구속은 그리스도의 죽음이라는 비용을 들인 구속이며 그것은 죄와 사망이라는 예기치 않았던 변수가 등장하여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아 안에서의 완전한 사랑이라는 본성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설명한다.

8장에서는 세상이 모든 것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우주적인 결산이 요구되는 바 성경에는 심판대에서의 정죄 이미지가 만연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하나님은 모든 것을 바로잡는 능력(공의)으로써 자신의 창조세계에서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9장은 묵시적 관점에서의 승리자 그리스도를 설명하며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죄와 사망의 권세에 얽매인 우리를 해방시켜 주었다고 말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부터의 구출, 악한 우주적인 영향의 사악한 지배로부터의 구출, 그 요구들로부터 피할 길이 없어 보이는 율법의 짐으로부터 구출, 깨뜨릴 수 없는 악한 습관의 사슬로부터의 구출, 마지막 원수인 사망의 무서운 힘으로부터의 구출─이 모든 것이 구속자의 죽음과 부활로 말미암아 이루어졌다.

지옥 강하를 다루는 10장에서 저자는 지옥에 대한 성경의 배경, 포로기 이후 지옥 개념의 배후에 관한 우주론, 지옥에 관한 성경 텍스트를 제시한 후 그리스도의 지옥 강하의 의미를 고찰한다. 지옥은 외부로부터 기원하는 적극적인 구출이 없다면 거기서 탈출할 수 없는 감옥인데 그리스도는 이 감옥을 지키는 "강한 자"를 결박하여 우리를 거기서 구출했으며 이를 위해 하나님이 없는 영역으로 들어가 멸절의 극한의 한계에 이르기까지 우리와 연대를 맺었다.

11장에서 저자는 대속에 대한 해석사를 개관하고 대속 교리에 반대하는 논거들에 답한 후 예수의 십자가상의 대속적 죽음은 죄와 그 죄의 무기인 율법의 저주로부터 모든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삼위 하나님이 한뜻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함께 행동한 것으로서 인간의 대표자, 우리의 대속자인 예수는 인간의 의지가 어떻게 하나님의 의지에 맞춰질 수 있는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육신한 위격 안에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한다고 주장한다.

12장에서는 로마서에서 바울이 두 아담에 관해 설명하는 대목을 활용하여 그리스도가 인간의 삶을 다시 살고 잘못된 결정 대신 바른 결정을 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포로로 삼은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겼다고 주장한다. 예수가 인간의 이야기를 다시 썼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최악의 자아에 매인 죄수가 아니고, 우리를 파괴하려고 하는 악한 힘들의 죄수도 아니다. 우리의 삶의 어떤 순간에도 하나님은 그것을 바로잡는 또 다른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13장에서 저자는 하나님의 의가 없이는 어느 것도 이 세상의 악에 대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예수가 3일째에 부활한 데서 우리가 믿음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하나님의 힘을 본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저자는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공동체적·집단적·우주적인 중요성에 초점을 맞췄고 복음 메시지가 묵시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개별 신자의 신앙과 확신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한국신약학회 회장)는 "이 책은 십자가 사건과 관련된 전통적 주제는 물론 이와 연관된 주요 개념들, 가령 속죄, 구속, 심판, 용서, 화해, 피의 제사, 출애굽과 유월절 어린 양, 묵시적 전쟁, 지옥 강하, 대속 등 다채로운 인접 개념들을 폭넓게 다룬다. 서늘한 계몽과 각성의 일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추천사를 전했다.

허주 아세아연합신학대 교수(한국복음주의신약학회 회장)도 "예수의 십자가 사건과 의미를 이렇게 종합적이면서도 치밀하게 연구하고 성찰한 "한 권의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저자 러틀리지의 말대로 20년을 넘어 한평생 공들였다는 고백이 자랑이나 과장이 아님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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