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약학회 112차 학술대회
한국신약학회 112차 학술대회가 온라인 줌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신약학회 줌 영상 캡처

한국신약학회가 1일 오전 10시 ‘신약성서의 복음과 세상이 만나는 방식’이라는 주제로 제112차 학술대회가 온라인 줌으로 개최됐다. 이날 김종현 박사(한일장신대)는 ‘로마제국과 바울의 선교 전략: 현명한 복음-로마서 13장 1-7절의 주석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김 박사는 “지구촌이 유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사전이나 의학 분야에서나 들어보았을 법한 ‘팬데믹’(Pandemic)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익숙하다. 세계 곳곳에선 고통과 신음이 가득하다. 이 참혹한 절규가 더욱 인류의 삶에 깊이 닿는 건, 팬데믹의 기승전(起承轉)이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이루어졌기에 그렇다”며 “창조주의 질서를 훼손하고 함부로 여긴 결과는 이 땅에 긴 재난을 가져왔다. 이 재난은 하나님의 권위에 대한 반역이며 하나님과의 관계의 결핍이다. 이 반역과 결핍의 결과를 인류는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더욱 통탄할 일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전해야 할 공적 책임이 있는 그리스도인이 그 선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팬데믹’의 불안을 이용하여 왜곡된 성경관을 주입시키고, 성서 속 복음의 가치를 일정 부분 훼손하는 교회의 지도자들이 늘었다”며 “그들의 오해와 착각은 결국 국가와의 마찰과 대립을 만들어냈다. 팬데믹에 대응하는 국가 방식에 다수의 교회는 동의하지 않았으며, 위험성 짙은 예배를 지양하라는 권고에도 넌지시 교회를 향한 ‘박해’라는 이름으로 국가의 공권력에 저항했다”고 했다.

이어 “성경은 교회와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교회는 어떤 상황을 막론하고도 공동체 내의 관행과 실리를 추구해야만 하는 것인가. 반대로 국가는 대중을 향해 ‘공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게 정당화되는가. 어쩌면, 현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와 교회의 긴장 관계는 그들 각각의 이데올로기의 충돌과도 같다. 교회가 지향하는 ‘복음 정신’이라고 하는 이데올로기와 국가가 내세우는 정부 이데올로기가 서로 간격을 좁히고 조화를 이룰 수는 없을까”라며 “21세기의 현명한 그리스도인들이 1세기 로마제국과 그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 바울이 고심했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바울의 선교는 ‘로마제국’을 생각하지 않고는 설명될 수 없다. 그만큼 바울과 로마제국은 불가분의 관계다. 바울은 복음을 위해 제국에 도전했고, 그 복음을 효과적으로 제시하기 위해서 로마제국과 합리적인 타협을 이끌어냈다”며 “최근까지도 학자들의 다양한 예측 가능한 연구의 결과물들은 이러한 바울의 모호한 태도를 반영한다”고 했다.

이어 “로마서 13장의 원활한 연구를 위해 현재까지 이루어진 바울과 로마제국의 관계에 대한 선행연구가 중요하다. 먼저, 바울이 취한 로마제국의 대응 방식이 ‘반제국적’이라는 견해”라며 “여기에 속한 학자들은 그리스도의 복음과 제국은 상당히 적대적인 관계라고 밝힌다. ‘로마의 평화와 안전’(Pax Romana)은 ‘황제 제의’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고, 이 사상은 바울뿐 아니라 원시 기독교 공동체와 제국 사이의 갈등을 양산했다. 신약성서 내에서 반제국적 메시지의 상징을 꼽으라면, 단연 예수의 ‘십자가’ 처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헹겔(M. Hengel)은 십자가 처형이 로마의 계급사회에서 가장 낮은 부류나 제국의 질서에 저항하거나 혹은 위반했을 때 행해지는 형벌 제도라고 밝힌다. 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이들에게는 조금 더 ‘인간다운’ 형벌이 주어졌다”며 “십자가 처형 제도는 바울이 제시하는 평등한 ‘복음’과는 거리가 멀다. 바울은 약육강식의 제국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있던 고린도 도시를 향해서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전1:18)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형벌 도구를 최상의 복음의 메시지로 승화시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바울이 전한 그리스도의 복음은 제국의 이데올로기에 당당히 도전할 만하다”고 했다.

또한 “바울의 ‘반제국적’ 태도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 또 하나 흥미로운 건, 구약성서 내 ‘출애굽 내러티브’이다”며 “출애굽 주제들을 이용하여 로마제국에 맞서는 바울은 제국 이데올로기를 상대화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의 가치를 부각시킨다”고 했다.

김 박사는 “둘째로 바울의 ‘반제국적’ 메시지에 제동을 거는 입장”이라며 “김덕기 박사는 대표적인 연구자로 한국 신약학자인 김세윤 박사를 예시로 든다. 그는 제국의 이데올로기 용어를 통해서는 바울의 반제국적 메시지를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빌립보서에서 제시된 ‘하늘의 시민권자’(빌3:20~21)로서의 권리를 ‘예수의 종의 형체’(2:6~11)에 관한 논증과 연관 지어 재해석했다. 그 결과, 제국에 도전하고 저항하다 생을 마감한 바울과 로마제국의 관계에 회의적인 입장이다. 아울러, 그는 역사적 상황에서 드러나고 있었던 ‘임박한 종말론’을 전제로 바울이 로마제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도전하고 그들의 체제를 전복시켜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걸 지적한다”고 했다.

이어 “세 번째는 바울의 복음 선교가 로마제국의 아성(牙城)에 소극적으로 저항했다는 견해인데, 특히 오우크스(P. Oakes)에 의해 제시되었다”며 “로마의 식민지들에서 다분히 일어나던 퇴역군인의 거취 문제에 있어서 서민들의 토지 착취 및 강탈은 해당 사회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낳게 되는 화두였다. 또한 지역마다 열리는 연례행사를 원시 기독교 공동체가 거부한다는 것도 사회적 억압의 동기가 되기도 했으니, 바울의 정치적 입장이 어느 한쪽으로 치중될 거라는 예상은 쉽게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바울이 21세기의 목회 현장, 혹은 선교 현장에 서 있다면 그의 복음은 어땠을까? 또 그때처럼 지금도 바울이 전하는 그리스도가 대중의 눈과 귀와 마음을 매료시킬 수 있을까”라며 “분명한 건, 목회 혹은 선교 현장에 바울 같은 ‘유연함’이 없다면, 복음은 더는 매력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울 거라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바울의 유연함은 어떤 면에선 그가 처한 사정에 따른 자세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탄력성 속엔 바울의 지고지순한 하나님의 ‘의’가 있다. 그 의는 하나님의 창조 세계의 회복, 바울이 말하는 의는 하나님의 ‘관계’적 측면이 많다”며 “요즘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에게 커다란 과제가 하나 생겼다.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한 태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건강과 안전을 위한 국가 정책은 분명 국익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 교회와 지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 방침을 이행해야 하는 자세에 매우 소극적이며 심지어 적대적 모습까지 내비친다”며 “ 현 정부를 적그리스도로 규정해 버리거나, 인재(人災)로 판명된 팬데믹을 하나님의 징계라는 ‘보응 프레임’에 끼워 겁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성전 신앙에 익숙한 신자들에게 예배당을 등지는 건 유혹에 넘어가는 일이라고 말하는 사정도 목격된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 기독교는, 교회는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지탄받고 있다. 바울의 시선에서 이러한 상황은 전혀 현명하지 못하다. 교회는 세상과 투쟁해야 하는 집단이 아니”라며 “교회는 세상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계도하고 계몽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창조 세계 속의 다양한 질서나 규범,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현 상태는 교회의 이데올로기를 고집하기보다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부합하는 ‘생명 존중’의 보호가 우선이어야 한다. 그러할 때, 오늘날의 기독교 공동체는 세상 속에서 영향력 있는 실존이 가능하다”며 “세상의 권세가 하나님께로부터 왔고, 그 권세를 거역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 저항하는 일이라고 바울이 말했다면, 그 후엔 그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의 몫이 된다”고 했다.

아울러 “그때 로마에 있는 공동체는 생각하고 결단했을 것이다. 그들의 ‘현명한 복음’은 원시 기독교 공동체의 생존과 상생, 발전으로 이어졌다”며 “그 권세에 순복할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정부의 대응 방식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며 도전하고 저항할 것인가. 창조주가 선사한 그리스도인들의 ‘양심’이 제대로 작동되어야 할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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