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州)의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 처리를 두고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팻 브래디 일리노이주 공화당 의장이 (남녀 간 혼인하는) 전통적 결혼을 지지하는 당 강령에 반기를 들며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법안이 지난주 상원위원회에서 8대 5로 통과됐으나, 현 입법회기가 끝나는 다음 주 수요일 전에 필요한 표를 모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브래디 의장은 시카고 선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남녀 성별과 관계 없이) 두 사람이 서로에게 일생을 함께할 성약을 맺길 원한다면 정부가 그들을 막아서는 안 된다"면서 "동성 커플에게 결혼의 자유를 주는 것은 보수주의의 최고의 원칙에 부합된다. 이는 가족을 튼튼하게 만들며, 법 앞에 모든 시민은 동등하게 대우 받아야한다는 공화당의 핵심 가치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화당의 대표로서가 아닌 한 시민으로서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는 분명히 밝혔지만
그의 개인적 관점은 전통적 결혼을 지지하는 정당의 입장과 직접적으로 대치되는 의견이다.

공화당은 강령 '전통적 가정의 채택(Embrace of the Traditional Family)' V섹션을 보면 "보편적으로 이룰 수는 없지만, 어린이들에게 이상적이며 최상인 환경은 한 여성과 한 남성 사이의 결혼이라는 원칙에 기반을 둔, 두 명의 부모로 구성된 가정이다. 공화당은 결혼 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을 수호하며 결혼보호법 안에서 정의되는 결혼을 소중히 여기는 헌법 개정안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D단락에서는 "우리의 법은 한 남성과 여성이 결혼을 통해 맺는 애정 어린 언약을 강력히 지지하고 축하해야 한다. 우리의 법은 새 생명을 출산해 임신에서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안전한 양육 환경 속에서 그들을 기르는 결혼한 부부들을 강력히 지지하고 축하해야 한다. 어떤 법도 이 연합의 중요성을 손상시키거나, 연합을 나누고, 자녀를 기르는 데 있어 부모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겨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마이크 비거 일리노이주 공화당 대표는 브래디 의장이 밝힌 동성결혼 문제에 관한 입장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대부분의 공화당원들과 시카고 외 지역의 의원들은 동성결혼에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거 대표는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에겐 그들 자신의 의견이 있다. 그러나 나는 강령 위원회 의장이자 가톨릭을 실천하고 있는 자로서, 결혼에 대한 정당의 입장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는 "내가 아는 한 이 문제에 관한 브래디 의장의 입장은 그의 말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기 전에 정당 내부의 어떤 사람과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일리노이 주의 공화당원과 교외 민주당원 중 전통적인 결혼 지지자와 사회적인 보수주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덧붙였다.

복음주의 교회를 비롯해 이슬람 성직자 등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가톨릭에서는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는 일리노이주에서의 종교적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적은 서한을 각 의원들에게 보냈다. 이 서한에는 이 법안에 반대하는 종교지도자 1700여 명의 서명이 담겨있다.

오는 10~11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일리노이주 상하원 투표에서 과연 동성 결혼 합법화 법안이 통과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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