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후보 간의 선거전도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잇단 성추문으로 공석이 된 대한민국 제1,2위 광역 단체장을 뽑는 선거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갈수록 노골적인 네거티브, 흑색선전에 물들고 있어 유권자들의 선거 기피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여당은 이번 보궐선거가 당 소속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우기 위해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그 ‘원죄’를 지우는데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그러기 위해 꺼내든 것이 물량공세와 네거티브 카드가 아닌가 싶다.

더불어민주당은 재·보선 전에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언하며 국회에서 20조원 가까운 추가경정 예산안을 처리해 29일부터 지급에 들어갔다. 지난해 4.19 총선에서 코로나19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까.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도 이에 질세라 당선이 되면 서울 시민에게 1인당 10만원 씩 위로금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선거에 있어 철저한 중립으로 본을 보여야 할 문재인 대통령의 처신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이낙연 당 대표와 국토부 장관까지 대동하고 부산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대통령의 가덕도 행차나 여당이 국회에서 밀어붙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4차 재난지원금 지급 처리 등은 선거를 앞둔 시점이 아니었다면 얘기가 달라졌을 사안들이다. 또 선거가 여당에 유리하게 흘러가는 양상이었어도 그렇다.

이런 여당에 맞서는 야당의 선거 전략에도 문제가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해 12월부터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여러 차례 고비 끝에 야권 단일화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덕분인지 본선에서 한껏 고무된 분위기에 들뜬 모습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야권 단일화를 바란 궁극적인 목적은 여당과의 차별화에 있다. 따라서 네거티브, 흑색선전에 핑퐁게임을 하는 것은 지지율이 높은 쪽이 손해보는 싸움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유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을 ‘중증 치매 환자’라고 표현했다가 호된 비판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최근의 각종 여론 조사는 특별한 반전이 없는 한 야당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YTN·TBS의 의뢰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재보궐 선거가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59.2%)이라는 응답이 안정적 국정운영(32.9%)을 바라는 응답자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정권 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54.2%로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후보를 찍겠다는 31.4%보다 크게 앞섰다.

이런 결과치는 최근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정부 여당에 대해 얼마나 급격한 민심 이반 생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한때 ‘콘크리트 지지층’으로까지 불리던 20대가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현실은 이번 선거가 다른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직전 대표가 여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잘못을 통렬히 반성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해찬 전 대표가 “(이번 선거를) 걱정했는데 다 이긴 것 같다”고 한 말과 대조된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여당에서 “잘못했다 반성한다”는 말이 나왔다는 그 자체가 ‘격세지감’이라는 반응이다.

물론 여권이 모두 다 ‘겸손모드’인 건 아니다. 야당 후보를 향해 각종 의혹 제기도 모자라 “쓰레기” “분리수거해야 한다”는 막말도 서슴없다. 예전 선거와 비교하면 여와 야가 뒤바뀐 양상이다. 여당의 강공이 지지층의 결집에 있다는 것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처럼 부동층의 투표 참여율을 떨어뜨려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정치에 관심이 덜한 20~30대들이 네거티브,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에 염증을 느껴 투표장을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면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여든 야든 혹시라도 당장의 표 계산 때문에 이런 전략을 쓴다면 민주정당으로서 이미 자격미달이다.

4월 7일 재·보궐 선거는 전국 21개 선거구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서울과 부산시장을 뽑는 광역단체장 선거 말고도 2개 선거구에서 기초단체장 선거, 8개 선거구에서 광역의원 선거, 9개 선거구에서 기초의원 선거 등이 하루에 동시에 치러지게 된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치러지고, 공휴일도 아니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투표율의 저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여야 후보 간의 정책 대결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진영 간에 계속되는 네거티브 공방이 선거 피로 내지 정치 혐오로 이어질 경우 투표율 저하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내가 가진 투표권을 바르게 행사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특히 크리스천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 이상으로 선거에서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참여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한 채 기도만하면 된다는 생각은 누워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다.

세계성시화운동본부와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호소문에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투표권을 바르게 행사하는 것이 백 마디 말보다 힘이 있다”고 했다. 내가 가진 힘을 정당하고 올바르게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장에 가야 한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