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얼마 전 아이가 진로와 관련된 독서를 해야 한다며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라는 책을 책장에서 꺼내 들었다. 그 책이 세계관에 관한 책임을 알지 못하고 그냥 물리학에 관련된 책이겠거니 하고 읽던 아이는 짐짓 실망을 금치 못하며 인류의 미래에 대해 소망을 잃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책에서 '열역학 제2 법칙이라고 하는 엔트로피 법칙은 모든 물질세계가 질서에서 무질서와 혼돈으로, 충만에서 결핍된 상태로 가게 될 뿐이며 인류가 희망을 걸고 있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는 단지 이러한 멸망의 시기를 늦추어 줄 뿐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를 위로하며 이 세상이 오직 물질로만 되어 있다고 믿는 유물론자들에는 엔트로피 법칙이 절망으로 여겨지겠지만, 이 세상의 종말이 오고 새 하늘과 새 땅, 새로운 질서로 운영될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오히려 소망이 된다고 말해 주었다. 물론 제레미 리프킨도 그의 책에서 자신의 전망은 물질세계에 국한된 것이며 정신적인 영역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굳이 엔트로피 법칙을 논하지 않더라도 하루가 다르게 진보, 진화하는 과학 기술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이며 진화인지를 의심하게 되는 사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유전자 조작이나 디자인 베이비, 인간 복제를 가능하게 하는 생명공학의 진보를 보면 섬뜩하기도 하고, 가상 화폐 비트코인이나 가상 현실 게임 세계가 현실 세계에서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최근 현실을 둘러싸고 있는 디지털 세계를 의미하는 신조어 '메타 버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란 '~을 넘어서는'이라는 뜻을 가진 '메타(Meta)'와 '우주'라는 뜻을 가진 '유니버스 (Universe)'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신조어다.

이런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가상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만들어서 활동하기도 한다. 현실에서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 가상세계에서는 다 가능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의 세상에서는 과학기술로 인간이 자신의 힘과 능력을 증강시킬 수도 있다고 한다.

영화 ‘터미네이터3’에서 여자 주인공이 주사 몇 대를 맞으면 엄청난 전투력을 갖추고, 마블 영화의 히어로들이 웨어러블 로봇으로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일들이 이제 현실 세계에서 트랜스 휴먼이라는 이름으로 가능하게 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세상이 과연 더 행복하고 살 만할까? 오히려 사람들이 현실과 유리되고 개인은 더 쉽게 조작과 통제가 가능한 존재로 환원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많은 과학자는 자신들이 인류 문명의 발달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고 자신들의 헌신이 꼭 옳은 방향,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방향으로 쓰임 받고 있다고 믿으며 오늘도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고 있겠지만, 이 모든 일이 엔트로피 법칙이 말하듯 오히려 더 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낳으며 인류를 자멸의 길로 이끌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한다.

아무튼 이런 시대에 필자는 기원전 약 3천5백 년 전에 쓰이기 시작했다고 전해지는 성경을 날마다 묵상하며, 기원전 2천3~4백년 전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생각하고, 예수님 오신 이후 3~4백년 이후의 어거스틴과 중세의 아퀴나스, 그리고 가장 최근이라고 해 보아도 1800년대에 쓰인 책들을 끼고 매일 씨름을 하고 있으니 퇴보도 이런 퇴보적인 인간이 없다.

그런데 필자가 묵상하고, 읽고, 공부하는 이 오래된 책들에 대해 요즘에는 온라인 줌으로 사람들에게 강의도 하고 서로 토론도 나누고 있으니 메타버스의 세계에서는 필자 역시 이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성경은 '해 아래 새것이 없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와 명철과 지식의 근본'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스도인들은 변치 않는 진리의 말씀을 붙들고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 가운데 방향감각을 잃지 않고, 삶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며, 소명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이 메타버스의 시대에 정말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이 아닐까?

정소영(미국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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