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1] 얼마 전 우연히 신문기사를 보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에 대한 이야기에 관한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나 또한 책을 쓰는 사람이기에 언젠간 한번 베스트셀러 저자로 등극하고픈 마음이 늘 있기에 눈여겨 관심 갖고 읽어보았다. 거기 20위까지 순위를 발표했는데, 너무 길고 많으므로 5위까지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통계는 누적된 통계라고 한다. 한 해 동안 팔린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누적된 통계 말이다.

[2] 물론 이 순위에서 제외된 책들이 있다. 우선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고 하는 책이 있다. <성경>이다. 성경은 통계가 정확하지 않아서 이 통계에서 빠져있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많이 팔렸을 테지만 가장 많이 읽히지 않은 책이어서 그렇기도 하단다. 이 대목에서 주일예배 외에는 성경을 거의 읽지 않는 크리스천들은 자신들 때문이라는 생각을 갖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경읽기에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3] 다음으로 수험서 중에서 많이 팔린 책이 하나 있다. <수학의 정석>이다. 집집마다 이 책 한 권쯤은 다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수험서라서 제외됐다. 또 하나가 있다. <운전면허 시험문제집>이다. 정말 많이 팔린 책이겠다. 여담인데, 나는 운전면허 실기시험을 4번 만에 합격했고, 우리 아버지는 20번 이상 만에 합격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내가 낫다.

[4] 어쨌든 이런 책들을 빼고 단행본으로 집계된 순위를 살펴보자. 5위부터 소개한다. 5위는 <갈매기의 꿈>이다. 읽진 않았더라도 한두 번 들어보긴 했을 책이다. 들어보지도 못했다면 스스로 심각하다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을 쓴 작가가 누군지 아는가? “조나단”이라 답할 분들이 많을 게다. 하지만 조나단은 작가가 아니고 책 속 주인공 이름이다. 책을 쓴 작가는 리처드 바크라는 사람이다. 그는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리고 주인공 이름이 조나단 리빙스턴이다.

[5] 조나단은 먹이를 찾느라 정신이 없는 갈매기들과는 달리 자유로운 삶을 찾아서 모험을 하는 존재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유명한 명언이 하나 있는데 기억할지 모르겠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맞다. 바로 그것이다. 이 문장은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현재 위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숙고하게 해주는 소중한 한마디이다.

[6] 그럼 여기서 ‘높이 나는 것’이 상징하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높이 나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내가 어디쯤에서 어떻게 날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할 기회가 될 수 있다. 한 마디로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존재하며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게 하는 중요한 문장이다.
높이 나는 경험 없이 낮게 날아가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스트레스와 압력은 감당하기 힘들다.

[7] 낮게 날면 늘 현실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왜 살아야 하는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보통 사람들과 차이 없이 아무렇게나 대충 사는 것은 크리스천의 진면목이 아니다. 우리를 걸작품(엡 2:10) 인생으로 이 땅에 보내주신 하늘 아버지의 뜻을 아는 이라면 높이 나는 연습을 날마다 해야 한다. <갈매기의 꿈>은 세상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참 하늘 백성들의 모습을 직시하게 해주는 소중한 작품이다.

[8] 갈매기의 꿈 다음엔 어떤 책이 많이 팔렸을까? 4위는 <이솝우화>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인생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는 책이다. 이솝은 그리스 사람으로 노예였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잘 들려주는 이야기꾼이었다. 이솝이 생각하기에 당시 귀족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이중적이고 우스꽝스러웠나 보다. 그래서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들의 이중적이고 비뚤어진 모습을 풍자하고 인생이 던지는 교훈들을 사람들에게 알려주려고 했다.

[9] <이솝우화>를 읽는 사람들이 인간의 본성과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삶의 교훈들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는 비텐베르크 성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이기 약 4년 전부터 자신의 설교 속에 이솝우화를 사용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루터의 글에는 이솝이 지었다고 전해지는 40편 이상의 우화들이 사용되었고, 그 중 13편은 루터 자신이 번안하였다.

[10] 루터는 이솝우화 안에서 어떤 인간과 종교의 모습을 포착했던 걸까? 하나님을 영광의 자리, 화려한 자리, 성공의 자리에서 찾으려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루터는 십자가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가 가장 외롭고 고통스러울 때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외쳤다. 그래서 그는 이솝우화 속에서 늘 약자였던 동물들의 모습 속에서 십자가를 기억하고 그 길에 가까이 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이솝우화를 통해 우리 역시 그런 교훈과 도전을 받으면 좋겠다.

[11] 3위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이다. <데미안> 말이다. 이것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다. 이 책은 싱클레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데미안이라는 정신적 멘토를 통해 훌륭하게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라는 문장이 기억날 게다.

[12] 새로운 자기를 만들기 위한 자기 극복이라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 닿는 책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 변화를 하려면 자신의 내면에 깨야 할 군더더기나 해묵은 것들이 많다. 안에서부터 깨지 않고선 새로운 바깥세상을 경험할 수 없다. 과감히 깨야 한다. 적어도 크리스천이라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으로의 변신이 늘 필요함을 인식해야 한다. 변신을 위해선 날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고 기도하면서 늘 자신의 문제들을 깨고 또 깨면서 새로운 피조물로의 변화를 시도함이 마땅하다.

[13] 2위는 <어린 왕자>다. 이 책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은 무엇인가? 모자나 장미 또는 여우가 생각 날 것이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남는 것은 관계에 관한 얘기다. 어린 왕자를 만난 여우가 뭐라고 하나? “나를 길들여줘!”라고 한다. 길들이는 게 무슨 뜻이냐고 어린 왕자가 묻는다.

[14] 여우는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하는 것,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어떤 존재에 들인 시간 때문에 그 존재를 다르게 보게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길들인다는 것은 결국 서로 관계를 맺고 알아가고 사귀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하면 다르게 보인다는 말이 그 말이다. 사랑하면 세상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확실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아무런 변화나 소망도 없이 우울하게 사는 이들이 많을 게다.

[15] 이런 때 사랑을 해보라. 세상이 달라 보일 것이다. 남녀 간의 사랑도 될 수 있고, 이웃을 사랑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해보라.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나보다 약하고 가난하고 힘든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먼저 내밀어보라. 설레임과 감동과 가슴 벅참과 기대와 소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리라. 이제 마지막 한 권이 남았다.

[16]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대망의 1위는 <해리 포터>란 책이다. 조앤 롤링이라는 영국의 여성 작가가 지은 작품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 한다. 덕분에 그녀는 엄청난 부자로 등극하게 됐다. 하지만 <해리 포터>가 나오기 전까지 그녀는 참 힘든 삶을 살았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도 못했고, 직장을 구했음에도 여러 번 실패해서 옮겨 다녔고, 결혼도 실패했다.

[17] 심지어 <해리 포터>를 탈고하고서도 출간해주려는 출판사가 없어서 거듭 원고를 거절당하는 아픈 경험이 있었다. 무려 열두 번에 걸쳐서 거절당했다고 하니 그 쓰라렸을 마음이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런 경험을 통해 조앤 롤링은 인생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실패를 반복하고 보면 가진 것이 없는 상황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통해서 배울 수 있게 된다.

[18] 조앤 롤링은 그 동안의 실패가 있었기에 <해리 포터>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패가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었다는 거다. 우리 역시 많은 실패를 경험한다. 그때 그 실패가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를 간파해야 한다. 우리 앞에 ‘걸림돌’처럼 보이는 것들이 잘만 극복하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해주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19]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있고 슬픈 일도 있기 마련이다.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고 슬픔, 고통, 가난, 시험들에서 면제되는 건 아니다. 그 속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고 믿음으로 극복하고 성장과 변화를 경험하는 것이 아버지의 바람과 뜻이리라.

[20] 성경말씀은 물론이요, 위에 소개한 베스트셀러 인문고전 작품들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과 깨달음과 지혜와 도전을 주는 보고들이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늘 찌푸린 우울한 모습으로 방콕만 하고 있지 말고, 많은 이들이 애독한 베스트셀러들은 어째서 그 명예를 누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직접 읽고 맛보고 알아가면 좋겠다 싶다.

신성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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