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교수(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유현준 교수(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도시공동체연구소’ 유튜브

도시공동체연구소가 지난 18일 성남 성음아트센터에서 ‘도시와 교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유현준 교수(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의 강연에 이어 질의와 토론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유현준 교수는 교회 건축의 역사와 함께 70년대 한국교회부흥의 건축적 배경에 관해 설명하며 “한국은 독특하게 공간을 통해서 기독교가 발전했다. 1970년대까지 한국은 대부분 단층건물로 되어 있었고, 고밀화된 도시가 없었다. 1990년대 아파트 단지가 속출하면서 주거환경을 바꾸게 된다. 1960년대는 전 인구의 5%만 도시에 살았다면, 30년 동안 엄청난 인구인동으로 현재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 91%이다. 그러면서 상가건물이라는 새로운 빌딩 타입이 생기게 되고, 상가교회가 생기게 됐다”고 했다.

이어 “상거래와 종교활동이 원스톱으로 만들어지면서, 아파트 단지 앞에 대형교회가 만들어질 포텐셜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가교회와 실리콘밸리의 공통점이 있다. 창업의 턱이 낮다. 적은 비용으로 교회를 개척할 수 있었고, 월세만 낼 정도로 헌금이 모이면 유지가 되었다. 무한경쟁에서 경쟁력 있는 교회만 상가교회에서 대형교회로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한국교회의 위기가 찾아왔다. 학교가 남녀공학으로 바뀌고 성문화가 개방되고 도시화가 멈췄다. 70~80년대 대한민국 교회 부흥이 배경이 바뀐 것이다. 교회가 개혁의 공간에서 보수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도시화가 끝나서 인구이동이 없어지니 이미 자리 잡은 대형교회를 제외하고 새로운 기회가 없어졌다. 새로운 사람들이 선순환이 안 되면서 한마디로 기득권이 생겼다. 한국교회가 기득권이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세습이 되고 교회의 문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유 교수는 “우리가 교회의 많은 부분을 되돌아보면서 무엇이 성령 역사이고 복음의 본질인지, 어떤 부분이 도시화와 문화적인 배경인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우리의 문제와 배경이 바뀐 것을 대체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류역사는 끊임없이 도시의 밀도를 높이는 쪽으로 발달한다. 시너지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1990년대 즈음에 한계에 다다랐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갈 수 있는 빌딩 높이가 30층 정도로 끝났다. 그 상태에서 밀도를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 만들어낸 게 인터넷 가상공간이다. 현대인은 피지컬 스페이스라는 도시와 인터넷 가상공간이라는 두 가지의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피지컬 스페이스에서의 교회만 생각했다면, 사이버 스페이스 안에서 교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역사에서 교훈을 찾으면 이탈리아가 통일되면서 로마의 교황청의 토지가 대부분 몰수되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교황청은 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라디오를 이용했다. 라디오라는 신기술로 전 유럽에 말씀을 전파했다. 교황이 한목소리를 동시에 전 세계에 퍼뜨릴 수 있는 기술을 가지면서 권력이 더 커졌다고 한다. 공간을 이해할 때는 기술과 연동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는 도시를 해체할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온라인의 기회와 오프라인의 기회를 다 가진 사람이 이기게 되어 있다. 인간이 모여서 사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기술이 바뀌었을 때 우리의 공간이 어떻게 바뀌는지 생각해보고,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소속감이 높아질수록 생존확률이 높아지기에 끊임없이 그것을 요구한다. 교회 공간의 역할, 도심 속 예배당이 가지는 가치가 있다. 교회가 거대한 실내공간이라는 메리트를 어떻게 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역에 교회 공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맨해튼은 자기 집은 좁지만 걸어갈 만한 거리에 공원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서울은 크고 좋은 공원들이 있지만 집에서 걸어갈 만한 가까운 거리에 공원이 없다. 이 공간의 부족함을 커피숍이 커버한다. 전 세계 단위면적당 커피숍의 수가 제일 많은 도시가 서울이다. 뒤에 PC방, 노래방처럼 ‘방’이 붙는 가게가 많다. 머무를 공간이 없어서이다. 성경 말씀에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하셨다. 누구나 다 초대해야 하고, 일단 와야 한다는 것이다. 나하고 저 사람하고 같은 공간 안에 있을 때 비로소 얘기가 시작된다”며 ”교회는 공간적으로 누구나 초대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우리나라 집은 그것을 수용할 만큼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 그런 주거의 열악함을 카페가 단기간에 커버하는 완충작용을 해왔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그것들이 다 차단되었다. 지금 우리의 주거환경은 재택근무나 온라인수업을 수용하기엔 준비되어 있지 않다. 그 완충 역할을 교회가 할 수 있을 거다. 공간의 부족함을 열려 있고 품어줄 수 있는 교회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교회엔 친교실, 성가대 연습실, 분반 공부실, 중·고등부 예배실 등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대부분 주일 하루만 쓰고, 주중엔 대부분 비어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사회에선 주중에 필요로 하는 게 많다. 앞으로 그런 위성 학교의 역할, 공유오피스의 역할을 교회가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심 속 교회를 예로 들면, 구별된 예배당을 만들고, 저층부 분반 교실은 주중엔 최소한의 비용을 받고 공유오피스 등으로 오픈하고, 주말엔 다시 교회가 쓰면 된다”고 제안하며 “시간별로 필요한 공간이 다르다. 그것들을 새롭게 만드는 게 상가교회에서 배웠던 지혜이다. 이 시대에 맞는 교회의 새로운 프로토타입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새로운 공간은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 위기가 왔을 때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 그다음 단계로 진화하고, 실패하면 도태한다. 기타 여타 종교가 도시화가 됐을 때 산속에서 집회 장소를 고집했을때 도태했다. 그런 것처럼 온라인 공간,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는 시대에 어떤 공간을 만들어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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