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전국입양가족연대가 19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CHTV 김상고 기자

전국입양가족연대(이하 입양연대)가 19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입양연대는 “1월 18일 월요일 오전 신년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입양 취소’나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에 대한 문제적 발언에 대해 새삼 거론하지 않겠다. 이후 다시 (청와대를 통해) 발표하신 입장문, 그러니까 입양가족이 아니라 사전위탁보호제를 염두에 두시고 하신 말씀이라는 말도 사실은 현재 법적 근거 없이 관행적으로 시행되는 사전위탁제에 대한 배경과 내용을 알면 하실 수 없는 말씀이었기에 그 부분은 짚어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사전위탁제 즉 입양전제위탁제도는 말씀처럼 법적 근거가 없다. 관행적으로, 복지부의 묵인 하에, 달리 다른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시행되고 있다”며 “법적 근거도 없는 이 제도가 시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2012년 시행된 현행입양특례법의 입법부작용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입양이 가정법원의 심사와 판결에 따른 절차로 진행되면서 입양 결연 후 재판까지의 5~6개월 동안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는데 이 때 애착관계 형성이 평생의 삶을 좌우한다”며 “엄격한 1차 자격심사 후 진행되는 입양재판의 결과 부결되는 확률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예비입양부모들이 위탁교육을 받고 정식으로 위탁허가를 받은 후 결연된 아이들을 데려와 따뜻한 품안에서 키우게 된 게 입양전제위탁의 처음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입양전제위탁제도는 현행법이 미처 준비하지 못한 제도적 허점을 민간에서 보완한 매우 포지티브한 관행이었다. (18일) 오전 (대통령) 회견문이 크게 보도가 되면서 오해를 불식하자고 내놓으신 오후 입장문에서 예비입양가족이 받을 상처는 그래서 더 깊고 아프다”며 “왜냐하면 실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입양전제위탁가정에서의 아이와 예비부모와의 관계는 사실상 입양가정과 같다. 예비입양부모에게 아이는 이미 ‘내새끼’”라고 했다.

입양연대는 “매일 엄마와 아빠의 품 속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그 이상의 안식처는 없다. 그리고 통계적으로도 이런 가정들이 대부분 큰 이변이 없는 한 입양가정으로 살아간다”며 “즉 입양전제위탁제도 하에서 취소니 바꾼다든지 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당사자들은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말씀하신 취소나 바꾼다는 경우는 아마도 과정에서 학대 징후가 발견된 경우가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정인이 만큼의 확률보다도 적다. 염두하셨다는 사전위탁제에 대해 이 정도 섬세하게 파악하고 계셨다면 결코 하실 수 없는 표현이 취소나 바꾼다든지 하는 말씀”이라며 “오전 기자회견에서 입양가족들이 말씀의 오해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면 오후 입장문은 사전위탁을 하고 있는 많은 예비입양부모들에게는 거짓 없는 상처를 준 셈입니다. 어떤 부모도 내새끼를 취소하거나 바꿀 수 있는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이 부분 자세한 설명을 드리는 이유는 이전 정인이 문제를 입양문제로 비화시킨 청와대발 입장문도 그렇고 1월 18일 기자회견 발언 문제도 결국은 입양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정인이 사태를 바라보고 계셨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씀드리면 또 과거 입양전제위탁 과정에서의 비극적인 사건들을 말씀하실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저희 입양가족들은 좌절한다”고 했다.

입양연대는 “비극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입양전제위탁에서 일어나기도 했지만 입양전제위탁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게 아니”라며 “대부분의 가족들은 입양전제위탁을 통해 매우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매우 만족한 입양가정으로 살아간다. 예를 들어 한부모나 계부모 가정에서 학대가 일어난 이유가 한부모나 계부모여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한부모나 계부모들도 행복한 가정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그냥 학대는 학대를 하는 가해자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적 시스템은 그런 나쁜 사람이 더 나쁜 짓을 하기 전에 개입해서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으로 작동해야지 특정한 가족형태에 집중하는 건 본질을 벗어난 어리석은 짓”이라고 했다.

특히 “사실 오늘 회견을 통해 간절하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어제 대통령 말씀에 대한 성토가 아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도 희생되고 있는, 당장 입양을 가야 하는, 말도 못하는 부모 없는 아이들”이라며 “작년 통계로도 매일 하루에 2명 이상의 아이들이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정을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지금 입양은 멈췄다. 어렵게 입양을 결심했던 사람들이 입양을 포기했다. 스스로의 결단을 뛰어넘고 가족들 동의까지 어렵게 받아냈던 예비입양부모들이 다시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근본적인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이들은 “입양기관은 업무가 마비되었다. 조직적인 항의전화와 국회의원과 관련 기관의 엄청난 양의 자료요구에 일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여 초기 입양상담조차 불가능하다”며 “입양아동은 친구들 카톡방에서 입양부모는 살인자고 입양아는 불쌍하다는 날카로운 글에 가슴을 베인다. 입양부모는 입양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표현에 일상에서 상처받는다”고 했다.

입양연대는 “그러나 이미 입양이 완료된 입양가족은 그래도 어떻게든 이겨내고 가족들과 함께 살아간다. 입양기관도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며 “문제는 아이들이다. 부모로부터 보호가 포기된 아이들이다. 아무런 힘도 없고 말 한 마디 할 수 없는 어린 아이들”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현재 이 사태의 결론은 내년 입양통계에 수치로 드러난다. 우린 그걸 숫자로 확인하겠지만 그 숫자의 의미는 단순한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라며 “하나 하나의 숫자는 곧 새로운 엄마 아빠를 만나지 못하고 시설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다.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로 사망한 정인이에게 입양이라는 굴레를 씌우는동안 그 아이들의 삶은 혹독한 겨울 찬 바람 속에 갈 곳을 잃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멀쩡하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지금 당장 이 아이들을 먼저 구해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리더들은 그늘진 곳에 웅크리고 있는 이 아이들을 먼저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이 아이들의 온전한 삶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입양가족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 드리는 간절한 호소”라고 했다.

아울러 입양연대는 △국가는 위기에 빠진 입양대상 아동에 대한 정상적인 입양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촉구했고 △입양 공공성 강화의 출발은 현 입양특례법의 입법부작용 개선이 시작점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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