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교수
이상원 교수
우리는 S양이 비혼 출산을 결심하기까지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마음의 고통을 가볍게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남자친구와의 연애실패로 인한 마음의 상처,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싶지만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는 일이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데 따르는 안타까움 등의 문제들은 한국의 청년 남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이기도 하며, 이 어려움을 풀어가기 위한 상담적이고 제도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S양이 선택한 비혼 시험관수정방식에는 반(反)생명적이고 반(反)성윤리적인 문제들이 숨어 있다. 따라서 이 방식을 법적으로 지원하는 법제화시도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인위적인 방법으로 수정을 도와주는 기술로는 남자의 정자를 자궁 속 난자가 있는 곳에 집어넣어 수정을 유도하는 체내수정방식과 정자와 난자를 채취하여 페트리 접시 안에서 인위적으로 수정을 시킨 다음 자궁에 착상시키는 체외수정-배아이식방식이 있다. S양이 사용한 기술은 후자다.

체내수정은 인위적으로 배아를 파괴하는 일이 없고, 특히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신비로운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체외수정-배아이식(IVF-ET)방식은 시술과정 전체가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점들을 드러낸다.

첫째로, 난자채취과정에 사용되는 기술이 생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무리하게 변형시킴으로써 생체에 무리를 가져 온다. 이 기술은 난자와 난자를 지지하고 있는 세포들 간의 중요한 화학적 상호작용이 방해할 수 있다.

둘째로, 자연적인 성교 시 사정된 정자는 자궁을 통과할 때 질에서 분비되는 액체에 의하여 일정한 수가 죽게 되고, 또 난자에 도달하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통하여 가장 건강한 정자가 난자에 도달함으로써 이상이 있는 정자가 걸러지는 “여과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나 시험관 수정 시에는 이 과정을 거칠 수 없다.

셋째로, 시험관 수정은 그 실패율이 80% 내외에 달한다. 이 말은 한 개의 배아의 착상을 성공시키기 위하여 여러 개의 배아를 죽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시험관 수정은 배아를 폐기하지 않고 수행될 수 있음이 증명되기까지 전면적으로 중단되어야 한다.

넷째로, 시험관 수정은 여분의 배아를 만들어 냉동시켰다가 착상에 실패하는 경우에 사용하기 마련인데, 남은 잉여배아가 유전공학자들의 손에 들어가 배아복제와 배아실험의 대상으로 탈바꿈한다.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배아살해로 귀결된다.

다섯째로, 시험관에서 수정되어 만들어진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기까지 배아가 시험관에 노출되는 시기를 이용하여 산전 진단이 실시된다. 산전 진단을 통하여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배아를 착상시키지 않고 폐기시키는 경우가 많다.

여섯째로, 시험관 배아의 착상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하여 3개 이상의 배아를 만들어 동시에 자궁에 착상시킨다. 이 과정에서 선별낙태가 뒤따른다.

일곱째로, 시험관 수정은 배아 자신으로부터 고지된 동의를 얻어낼 수 없다. 고지된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시술은 인격체로서의 배아의 자율적 결정권을 침해하고 배아를 불임부부의 대상적 소유물로 전락시키는 비윤리적 행위다.

일곱째로, 시험관 수정에서는 전통적으로 인간의 개입이 불가능했던 생식과정이 완전히 인간의 인위적인 조작에 의하여 대체되고, 자녀출산은 부부간의 성교행위로부터 단절된다. 시험관 수정은 “하나님에 의하여 주도된 인간의 출산”을 “과학기술적 출산”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인간의 비인간화를 더욱 심화시킨다.

S양의 비혼 출산은 배우자간 수정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성윤리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첫째로, 부부의 경우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아내가 임신하면, 아내는 본의 아니게 제3의 남자와 성관계를 가진 결과가 나타나며, 난자를 제공받아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켜 임신하면, 남편이 본의 아니게 제3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결과가 나타난다. 미혼 여성이 정자은행에서 익명의 남자로부터 정자를 받아서 임신하는 경우에는 혼외정사를 한 것과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둘째로, 이와 같은 결함은 비 배우자간 수정을 통하여 탄생한 아이의 정체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 미혼여성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경우는 그 위기가 한층 더 증폭된다.

부부가 정자를 제공받는 경우에 아이의 아버지가 정자제공자인가, 아니면 법적인 양육자인가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난자를 제공받는 경우에는 아이의 어머니가 난자제공자인가, 아니면 법적인 양육자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정자와 난자를 모두 제공받는 경우에는 아이의 부모 양편에 모두 혼선이 발생하며, 여성의 자궁까지 빌려오는 대리모의 경우에는 여성이 한사람 더 첨가됨으로써 문제는 한층 더 복잡해진다.

미혼여성은 어떤 인격적인 사랑의 관계나 생물학적인 성관계도 없는 상태에서 자녀를 출산하게 되므로 자신과 자녀 사이의 부모관계가 해소될 수 없는 결함을 안은 상태에서 출발하게 되며, 자녀의 출생의 기원에 대하여 풍부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할 수 없게 된다. 자녀가 태어나면 자녀는 아빠와 엄마의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라는 풍부한 인격적 환경 안에서 호흡하며 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조부모와 증조부모 등으로 길게 연결되는 풍부한 가족의 족보에까지 연결되는 출생의 기원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익명의 남자의 정자로 태어난 자녀는 이 풍요로운 출생의 터전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된다.

셋째로, 비 배우자간 수정은 인간관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상적인 출산의 문을 열어 놓는다. 낙태된 태아에게서 난소를 채취하여 나이든 여성에게 이식하거나 그의 난자를 이용하여 아이의 출산을 시도한다든가, 죽은 남자의 정자를 채취하여 살아있는 여성의 난자와 수정시켜 아이를 출산하게 만듦으로써 죽은 남자가 아버지가 되게 하거나, 레즈비언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를 갖게 하려는 시도를 하게 할 수 있다.

넷째로, 비 배우자간 수정은 정자와 난자를 매매의 대상으로 전락시킴으로써 돈으로 환산되어서는 안 될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존엄성에 심각한 손상을 가한다.

다섯째로, 정자와 난자를 판매하는 과정에 우생학이 개입된다. 구매자는 냉동되어 있는 정자나 난자 중에서 자신의 목적에 맞는 최적의 대상을 찾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섯째로, 비 배우자간 수정의 총아인 대리모 출산의 경우에 대리모의 역할을 하는 여성에게는 고가의 대가가 지불되는 것이 통상적이므로 대리모제도는 사실상 “어린이매매” (the sale of children) 행위다.

따라서 비혼 출산은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더욱이 비혼 출산에 따르는 심각한 문제점들에 대한 진지한 토의를 거치지 않은 채 법제화하는 일은 더더욱 있어서는 안 된다. 자녀출산은 결혼과 가족이라는 지평(地平)안에서, 부부간의 연합적 사랑과 이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의 열매로서 나타나야 한다.

이상원(총신대 교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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