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차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정기학술대회
제39차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주요 인사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가 최근 서현교회(이상화 담임목사)에서 ‘국가재난과 교회의 공공성-신앙고백과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로 제39차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온라인 줌(Zoom)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주제 발표 첫 번째 순서로 박홍규 박사(전 침신대, 웨신대 조직신학 교수)가 ‘신앙의 자유와 전염병: 영국의 청교도 운동과 1665년 런던 대역병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박사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전염병의 상황에서 신앙의 자유와 정부의 역할과 관계는 종교개혁과 이후의 개신교 운동을 관통하는 국가와 교회라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종교개혁으로 말미암아 로마 가톨릭이 무너지고 개신교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교회를 국가의 통제 아래 두려는 시도와 성경에 따라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으려는 신자들의 교회를 세우려는 이상 사이에서 일어난 문제였다”며 “우리는 이 대표적인 예를 영국에서 소위 ‘위로부터’ 국가 주도의 종교개혁이 일어나고, 이런 국가 주도의 개혁에서 벗어나 더 철저한 성경적인 개혁을 요구했던 청교도 운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이 기간 발생한 전염병은 이미 국가교회라는 이념 아래 신앙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앙의 자유를 더 위축시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당시 청교도들이 어떻게 이 문제를 이해하고 신앙의 자유를 향한 그들의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오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사는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앙의 자유를 찾고자 오랜 세월 온갖 희생과 불이익을 감수하고 투쟁했던 영국의 청교도 운동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신앙의 자유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준다”며 “국가적 재앙 앞에서 청교도들이 보여주었던 국가와 교회와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오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의 역할과 교회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의미 있는 교훈을 준다”고 했다.

특별히 “근세기 일제의 강점기 아래서 일어났던 3·1 만세운동처럼 국가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를 위한 선조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는 국가적이며 신앙적인 자유를 누리고 있다”며 “비록 코로나19로 말미암는 상대적인 제약이 있어도 우리는 헌법상 신앙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청교도들이 대역병 상황에서 하나님께 회개하고 하나님의 얼굴을 구했던 것처럼 우리의 죄악을 돌이켜보고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신앙을 개혁해야 할 때”라고 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박찬호 박사(백석대 조직신학)는 ‘기독교 창조론과 생태계 위기:린 화이트에 대한 세 가지 반론’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박 박사는 “린 화이트(Lynn Townsend White Jr., 1907~87)는 1967년의 ‘우리의 생태 위기의 역사적 뿌리’라는 논문에서 산업혁명 이후 도래한 생태계의 위기를 자연에 대한 중세 기독교 신학의 태도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의 생태계 위기에 대한 책임이 기독교 신학 특별히 중세의 신학에 있다는 화이트의 주장에 대한 반응은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먼저는 기독교만이 아니라 기성종교 전반이 인간중심주의를 지향하고 있기에 오늘날의 생태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 개진되기도 했다”며 “그런가하면 범신론(pantheism)에 반대되는 유대 기독교 신학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통치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통해 화이트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화이트의 주장에 대한 기독교의 반응은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며 “먼저는 복음주의권에서 환경문제에 무관심했던 것에 대한 인정과 동시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기꺼이 동참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생태 위기의 역사적 뿌리가 기독교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발뺌하는 자세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일단의 책임이 분명히 우리에게 있음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린 화이트의 주장 가운데 부풀려지거 나 과장된 부분에 대해서 바로잡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독교 창조론 특별히 중세 신학이 오늘날 생태계 위기의 원인이라는 화이트의 주장에 대한 세 가지 반론은 먼저, 기본적으로 창 1, 2장에 대한 바른 주해는 화이트의 주장처럼 오늘날의 생태계 위기의 원인이 되는 하나님 형상의 담지자인 인간의 자연에 대한 착취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즉 화이트의 주장은 창 1, 2장에 대한 잘못된 주해에 근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둘째, 근대 자연과학의 태동의 원인으로서의 중세신학에 대한 탐구는 너무나 복잡하여 탐구자로 하여금 길을 잃어버리게 할 정도라고 할 수 있다”며 “이 말은 오늘날의 생태계 위기라고 하는 것이 과학기술의 남용으로 인한 것이고 이 과학기술의 출처가 바로 중세의 기독교 신학이라는 화이트의 주장이 역사적인 사료들과도 잘 맞지 않는 주장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셋째, 기독교 사회였던 서구의 발전이 탈기독교화 과정을 거쳐 세속화되는 과정에 우리가 주목한다면 오늘날의 생태계 위기의 원인이 기독교창조론이 아니라 도리어 기독교창조론을 버린 것이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는 반론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화이트의 주장은 여러 가지로 부정확한 부분들이 많이 있음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오늘의 생태계 위기의 바로 그 역사적 뿌리(the historical root)가 기독교신학이라는 주장은 여러 방면에서 뭇매를 맞을 수 있는 주장일 수 있지만 한 가지 역사적 뿌리(a historical root)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환경 문제에 대한 부담은 회피할 수 없는 막중한 사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 번째 발표자로 윤형철 박사(총신대 조직신학)는 ‘우상의 또 다른 얼굴, 이데올로기:이데올로기의 우상화와 우상적 기능에 대한 소고’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윤 박사는 “‘우상’이란 말은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표상으로 와 닿는가? 현대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시대를 우상과 연관시킬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히브리인들이나 바벨론 포로기의 난민촌에 유배된 이스라엘 백성들이 경험한 방식과 다르게 현대의 우상을 인식하고 체감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우상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며 “고대부터 있던 우상은 현대에 합리성과 체계성을 가장하여 이데올로기로 재등장했다. 우상은 폭로된다고 해서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항상 숭배의 대상, 모방할 형상을 찾는 인간은 이데올로기의 우상을 선뜻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 시대의 우상은 쉽사리 특정하기도 폭로하기도 쉽지 않은 교묘한 얼굴로 안방과 시장과 도시로 숨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데올로기의 우상으로서의 힘은 모두 언어에서 기인한다. 이데올로기의 우상 신전은 거짓과 허위, 선동과 조작, 교활한 수사를 통한 속임수와 세뇌를 통해 세워지고 유지된다. 우상숭배와 이데올로기는 근본적으로 언어로 구성된다”며 “교회가 이데올로기를 극도로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가장 강력한 언어의 힘을 발휘하는 혹은 발휘해야 하는 교회와 신학이 이데올로기 우상이 기생하기 최적화된 환경이기 때문이다(교회 외에 가장 유력한 이데올로기의 터전은 단연 정치판이다). 교회의 예전적 구조와 신학의 지적 체계성 역시 이데올로기에 의해 도구화되기 쉽다”고 했다.

더불어 “인간의 모방적 욕망과 그로 인한 형상화의 존재성을 고려할 때 교회는 가장 놀라운 의의 도구로 쓰일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불행한 불의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롬6:13)”며 “교회가 선포하는 복음의 메시지와 신앙고백이 이데올로기적 표명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 그리스도인이 날마다 읽고 묵상하는 성경 텍스트가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들리고 귀 기울이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은혜로 변화를 받아 성령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자신을 부인하는 해석학적 노력과 공동체적 실천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네 번째 발표자로 길상엽 박사(웨신대)가 ‘교회와 국가의 관계:종교의 자유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길 박사는 “안타깝게도 교회와 국가의 관계나 교회의 예전(禮典)에 대한 신학적 견해가 오늘날과 같은 구체적인 상황 아래에서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종교행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인지, 또 교회는 어느 정도까지 정부에게 협조해야 하는 것인지, 정부의 종교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한계는 무엇인지 그 어느 것도 명확한 해답을 주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국가와의 관계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이뤄가기 위한 상호 독립적이면서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서는 기독교 시민의식을 가진 기독교인들을 많이 배출하여 기독교적인 세계관이 우리 사회의 문화와 제도에 반영될 수 있도록 내적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공적 기독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그리스도의 정의를 세상에 밝히 드러내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면, 법의 영역에서도 교회의 선지자적 역할은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것이다. 그리스도와 연합된 교회는 인간을 위하고 인간과 더불어 고통을 나누기 위한 존재로서 인간의 진정한 권리를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의 법이 하나님의 정의(완전한 법)의 한계를 넘어설 때, 교회는 법의 한계를 분명히 주장하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교회는 법을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법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 투쟁은 교회만을 위한 투쟁이 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인간을 위한 투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이러할 때 한국교회는 시민들로부터 진정한 신뢰를 얻게 될 것이고, 국가와도 협력적이고 동반자적인 관계를 제대로 맺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정의를 위한 투쟁에 나설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리스도의 통치는 십자가에 달리신 자의 통치이며, 기독교 신앙의 승리에 대한 확신 역시 십자가 아래에서의 확신이요, 희망의 확신이라는 사실”이라며 “바로 여기에 국가가 하나님의 법에 어긋날 때 교회는 그 한계를 분명하게 지적하고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때로는 국가와 투쟁을 벌이기도 해야 하지만 한편, 국가의 법에 단순히 징벌의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양심의 동기에 따라 복종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은퇴 교수 공로패 전달식과 함께 권문상 교수(웨신대)가 회장임기를 마치고, 박찬호 교수(백석대)가 신임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어서 권문상 교수 감사패 전달식도 진행됐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공로패 및 감사패 전달식
공로패 및 감사패 전달식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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