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거를 실었을 때 거치대 모습
전거를 실었을 때 거치대 모습 ©서울시
"눈치 보여서 타고 내릴 수 있을지"
"시범 사업으로 끝날 듯"

서울시 '시내버스 자전거 휴대 승차' 시범사업 소식이 전해진 뒤 출퇴근 자전거 이용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댓글들이다.

서울시는 지난 26일부터 두 달 동안 차량 외부에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거나 내부에 자전거를 들일 수 있게 한 시내버스 22대를 시범 운행한다고 지난 23일 밝힌 바 있다. 택시·지하철에 이어 시내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탈 수 있게 한 것이다. 우선 시범사업을 한 뒤 부족한 점을 개선해 확대할 계획이지만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업의 현실성을 두고 회의적 전망도 나온다.

네티즌들은 "자전거 거치대가 뒤에 있어 거치 및 탈거를 기사가 확인 할 수 있을까", "거치대에서 자전거 내릴 때까지 버스가 기다려주겠나.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가 떠나버리면..." 등 궁금증을 나타냈다.

사업 대상은 한강·청계천·월드컵경기장 등 주요 관광지를 지나는 5개 버스 노선이다. 평일에는 출퇴근 시간(오전 7~10시, 오후 5~8시)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주말에는 전 시간대 이용할 수 있다.

버스 뒤쪽에 거치대를 설치한 버스는 6657번(양천공영차고지~까치산~가양동) 6대, 7730번(난지한강공원~백련산~북한산) 3대다. 거치대에는 최대 자전거 2대를 실을 수 있으며 버스 승·하차 시 자전거 탑승객이 직접 거치해야 한다.

내부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게 한 버스는 162번(정릉~명동~여의도) 5대, 6513번(가산디지털단지~여의도~서울대) 4대, 7612번(서대문~홍대입구~영등포) 4대다. 이 버스들은 휠체어 전용 공간이 있는 차량으로 자전거를 이 공간에 세워야 한다.

공간 제약이 있어 이동 중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에 타면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자전거 승객은 버스에서 내려야 한다. 이때 요금은 환불해준다고 서울시는 밝혔다.

이번에 서울시가 버스에 반입할 수 있게 한 자전거는 성인용으로 한정된다. 전동 킥보드, 전동 휠 같은 개인 이동수단이나 운반용 자전거, 유아용 자전거, 짐 등 부착물이 있는 자전거는 대상이 아니다. 노병춘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전동 킥보드는 아직 법제화되지 않아 규정을 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접이식 자전거, 유모차 등 이동 수단별 시내버스 반입 여부에 관한 기존 규정은 따로 없다. 서울시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에 나오는 규격에 따르면 된다.

서울시는 시범 사업을 위해 이 약관을 개정했다. 약관 제17조에 따르면 시내버스 휴대품의 차내 반입 허용량은 1인당 중량 20㎏ 미만, 규격 50x40x20㎤ 미만이지만 성인용 자전거는 이 규격에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자전거 승·하차 시, 운행 중 자전거로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자전거가 파손되면 자전거 소유자가 책임져야 한다. 외부에 거치한 자전거가 떨어지거나 파손돼도 일차적으로 자전거 소유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버스 측이 배상해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시내버스조합은 보상 한도 5000만 원의 보험에 가입했다.

서울시는 자전거 휴대 탑승 전 버스정보안내기(BIT), 카카오·네이버 버스 앱으로 정보를 확인하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자전거 휴대 승차가 가능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지자체는 없다. 제주도가 2010년 거치대 설치 버스를 운행했지만, 이용률 저조로 사업을 접었다. 서울시는 시범 운행 뒤 반응에 따라 내년 상반기 노선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버스 자전거 휴대 승차 소식에 "노선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며 환영하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버스 후면 거치대는 사용법을 모르거나 잘못 거치하면 버스 운행 시간에 차질이 생길 것 같다", "자리가 한정돼 있어서 효율성이 없어 금방 철회할 듯하다" 등 부정적 반응도 나왔다.

버스 기사·이용자, "배차 시간, 안전 문제 고려해야"

"자전거 내리다 차 출발하거나 뒤에 도착하는 버스에 다칠 수 있을 것 같다", "평일 지하철 앞뒤 칸에 비용 지불하더라도 타게 하면 좋겠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한 자전거 마니아는 "유럽 등 외국에 자전거를 싣는 버스가 많이 다니지만 시내가 복잡하고 교통량이 많은 서울에서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싣는 데 적어도 2~3분은 걸릴 텐데 버스 배차 시간과 안전 문제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이용자 온라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버스 운전기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운행 중 자전거 파손되면 승무원 자비처리가 우선시 될 것 같다", "승객끼리 싸우게 될 사업이다", "좁은 내부에 자전거를 태우겠다니..."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노 과장은 "배차 시간 우려 때문에 출퇴근 시간은 제외했고 전문가 시연으로 안전성을 시험했다"며 "3월 사전 조사에서 자전거 동호회 1480명 중 70%, 따릉이 회원 중 32%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어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우선 시범으로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 예산은 1400만 원(거치대 설치 600만 원, 홍보 800만 원, 보험비는 별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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