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윤여상 박사 인터뷰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 윤여상 박사 ©노형구 기자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의 인권침해실태를 꾸준히 기록한 민간단체가 있다. 바로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다. 이 단체가 발간 중인 ‘북한인권백서’는 소속 연구원들이 하나원에서 녹취한 탈북민의 북한인권침해 증언을 토대로 제작된다. 현재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소장을 맡고 있는 윤여상 박사를 7일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어떤 계기로 북한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

A. 80년대 대학에서 북한학을 전공했다. 체제나 이데올로기보다 북한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하기 위해선 북한에 직접 가서 공부하는 게 맞는데 그럴 수 없으니까(웃음), 주로 탈북민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원래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살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분들은 주로 북한에서의 인권 침해 상황을 얘기 하시더라. 누군가는 이런 인권 피해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그래서 북한인권 관련 일을 시작했고, 탈북민에 대한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마쳤다.

Q. 북한인권 피해 상황을 기록한다는 게 어떤 효과가 있나?

A. 90년대 학위논문을 쓸 때 남한에 거주하던 탈북민은 600여명 정도였다. 그분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면 대부분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증언했다. 그런데 인터뷰가 끝나면 그분들이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누군가가 자신의 삶에 서린 한(恨)을 들어준 것만으로도 안도감을 갖는 것 같았다. 또 자신이 겪은 억울한 사건에 대한 진실이 공개될 수 있고,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인 것 같았다. 물론 기록이 당장 피해를 구제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인권침해 상황을 기록으로 남겨야 향후 피해보상에 도움이 된다. 기록 자체로 북한인권침해 행위를 막는 예방적 효과도 있다.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이런 자료가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Q. 14년째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하면서 기억에 남는 인권 침해 사례가 있다면?

A. 한 사람, 한 사람이 겪은 모든 일이 큰 상처다. 순위를 매겨서 말할 수 없다. 그 만큼 북한인권침해 상황은 심각하다.

Q. 한국 기독교계에서 ‘북한인권 개선’과 ‘인도적 지원’이 정치적 좌·우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교회가 이념을 뛰어 넘어 둘을 함께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교계 안에서도 북한의 인도적 지원에 주력하는 교파가 있고, 북한인권에 주로 목소리를 내는 교파도 있다. 기억하기론 90~2000년대 초반, 많은 교회와 사회복지기관들이 탈북민 지원 사업에서 손을 뗐다. 당시 관계자 말에 따르면, 북한이 탈북민을 지원하는 대북지원단체의 출입을 막겠다고 했다더라. 황당한 경험이었다. 대부분 단체들이 인도주의라는 명칭을 달고 후원을 받아서 북한 기아 해결, 탈북민 돕기 등을 포괄적으로 했었다. 그런데 북한에서 양자택일을 요구한 것이다. 북쪽 입장에서는 탈북민이 배신자니까 탈북민 돕는 단체는 거부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북지원단체들에게 ‘인도주의’라는 표현은 쓰지 말자고 주장했다. ‘인도주의’는 돕는 대상이 ‘적군이냐 아군이냐’를 구분하지 않는다. 만일 대북지원단체들이 탈북민은 소수고 북한 주민이 훨씬 많으며 북쪽 사정이 열악하니까 도움이 시급한 사람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탈북민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설명했다면 충분히 이해를 하겠다. 문제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북지원단체들이 북한이 제시한 틀에 따라 스스로 정치화된 것이다.

북쪽의 굶주리는 아이든, 탈북민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누구라도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가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서 도와줘야 한다. 북한이 앞선 요구를 했다면 단호히 배격하고 논쟁도 해야 한다. 물론 사안의 시급성에 따라 교계가 돕는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가령 탈북민 지원 사업은 다른 NGO 단체에 맡기고 재정적 지원을 계속 한다든지… 그런데 인도주의라는 이름을 쓰면서 북한 인도주의 지원과 탈북민 돕기 중 취사선택을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Q.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이 있다면?

A. 대북지원단체와 탈북민지원단체들이 각자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 대한민국은 다원주의 사회니까. 대북지원단체와 탈북민지원단체들이 서로 협력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렇다고 대북지원단체가 탈북민에 대한 지원은 외면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만일 편파성을 가지고 대북지원에만 주력한다면 ‘대북지원단체’라고 스스로 표현해야지, 인도주의단체라고 표방하면 옳지 않다는 말이다.

Q. 북한은 美 국무부에 의해 2001년부터 18년째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됐고, 오픈도어선교회에 따르면 19년 연속 기독교 박해 1위 국가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북한의 종교의 자유 침해 사례를 따로 수집해 발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북한인권정보센터는 2007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백서와 더불어 종교자유백서를 내고 있다. 국내 유일하다. 그런데 우리 단체가 NGO라서 재정 후원은 빈약한 실정이다. 나도 북한인권침해 중 종교 박해에 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아쉬운 부분은 종교자유백서를 매년 500권 발간하는데 10권도 안 팔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에 대북선교단체나 대형교회들이 많은데, 정작 후원이 없다. 실은 美 국무부가 내놓는 보고서도 우리의 통계를 빌려 발간한 것이다. 美 국무부가 우리의 주요 고객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 윤여상 박사 인터뷰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 윤여상 박사가 센터에서 발간하고 있는 종교자유백서와 북한인권백서를 들고 있다. ©노형구 기자

Q. 북한인권 분야 종사자로서 한국교회가 하고 있는 북한 선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북한 선교를 위해 많은 목회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극동방송의 라디오 선교, 중국을 통한 북한지하교회 선교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한국교회가 말하는 대부분의 북한 선교란 미래형이다. 통일 이후 북한에서 교세를 확장하겠다는 개념에 가깝다. 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 북한에서 종교 박해로 목숨을 잃고 순교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자신의 신앙을 증거하고 뼈가 으스러지는 고문을 당하는 북한의 신앙인들을 생각한다면, 미래형 선교에만 주력 할 수 있을까? 현재 한국교회는 그들을 구출하고 돕는 노력은 안하는 것 같다. 지금 북한에서 핍박받는 신앙인들을 구원하지 않으면서, 한국교회가 통일 이후 무슨 자격으로 북한에서 선교를 할 수 있을까?

탈북민 증언을 중심으로 통계를 내보자면, 북한에서 신앙심을 갖고 성경을 봤다는 사람이 2000년대는 1% 정도였다. 그런데 현재는 7.9% 정도로 대폭 뛰어 올랐다. 북한에선 목숨을 내놓고 신앙 생활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말이다. 북한 종교지형에 엄청난 변화가 온 것이다. 물론 선교사님들의 헌신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가 북한 선교를 위해 기도와 준비만 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지금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핍박받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행동해야 한다.

Q. 북한에서 신앙을 가진 사람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정확히는 모른다. 분석을 해봐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신앙을 가지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사회다. 통계만 놓고 보자면 대단한 변화인 것이다.

Q. 북한은 왜 종교의 자유를 박해할까?

A. 북한에선 김일성을 욕하는 것보다 종교를 가진 게 더 큰 죄다. 여기서 말하는 종교란 대부분 개신교다. 종교의 자유 박해 사례 중 99%가 개신교 박해다. 북한에서 개신교란 미 제국주의를 의미한다. 북한은 개신교가 체제를 위협한다고 본다. 북한이 가장 잘 안다. 그래서 가장 높은 처벌 수위는 신앙이다.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붙잡힐 때 먼저 받은 질문으로 ‘성경 본적 있나?’라는 걸 꼽는다. 만일 교회 갔다고 말하면 처형 혹은 정치범수용소에서 종신형 처벌을 받는다. 중국에 머무는 탈북자들 대부분이 중국교회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살려면 신앙이 없다고 대답해야 한다. 북한 보위부는 이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보위부가 탈북민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가혹행위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교회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의료나 식량은 지원하면서 같은 신앙의 이름으로 목숨을 내놓는 사람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있는가?

Q. 북한에서 자행되는 종교의 자유 핍박을 멈추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A.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당국에 직접 얘기를 하면 된다. 아니면 UN이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고. 또한 한국 개신교계에 영향력이 큰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확실한 방법은 북한에 직접 말하는 것이다. 종교의 자유 핍박을 어서 멈추라고 목소리를 계속 내면 된다.

차라리 대한민국 목사님이나 전도사님 1천여 명이 함께 손을 잡고 두만강 앞에서 시위라도 해보라. CNN, NHK, BBC 등 전 세계 언론이 생중계하면 북한은 공개처형은커녕 손가락도 까딱 못 할 것이다. 북한이 목사 1천명을 체포해서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기독교가 전 세계적으로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Q. 현재 북한에 억류중인 김국기·김정욱·최춘길 선교사와 우리 국적을 취득한 탈북민 3명을 구출하기 위한 정부나 한국교회의 노력을 평가하자면?

A. 한국교회가 나름 기도도 하고 노력을 하지만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자국민이 몇 년째 대한민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정부나 한국교회가 북한의 순교자들과 박해자들을 돕고 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Q. 한국 기독교계가 북 인권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A. 2014년 UN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권 침해가 북한에서 이뤄진다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듬해 유엔 총회에서도 이를 공식 채택했다. 북한인권 실태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 또 북한이 스스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할 수가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기본 원칙은 북한 내부에서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할 수 없으니까, 외부에서 누군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 외부의 누구여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정부, 인권단체, 종교인, 교회여야 한다. 이들이 맨 앞자리에 서야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의 정부, 인권단체, 교회가 북한인권 개선에 앞장선 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 호주, 영국 등의 교회나 시민 단체들이 북한인권 개선에 앞장서 왔다.

왜 그럴까? 나는 우리 사회가 북한 문제에 있어 진보·보수로 지나치게 이념화·파편화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신앙인들도 이념화의 대열에 선 것이다. 교회를 비롯해 우리 공동체가 제로베이스에서 사회의 본질에 대해 다시 성찰해야 한다. ‘진정으로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이다. 그 중심에 교회가 있어야 한다. 어떻게 교회가 진보·보수로 편을 가르고, 고통의 값을 순위로 따져야 하는가?

Q. 북한인권에 있어 한국사회가 성찰해야 할 본질은 무엇인가?

 A. 인권에 좌·우가 없다. UN 세계인권선언은 1조부터 30조까지 ‘모든 인간’을 주어로 한다. 이는 어떤 피부색·종교·국가를 지녔든지 모든 인간은 인권적으로 반응한다는 얘기다. 만일 물에 사람이 빠져 ‘살려 달라’고 소리친다고 가정해보자. 인간이라면 이를 듣고 어떻게든 구하려고 한다. 수영을 잘하면 뛰어들고, 못하면 구조를 요청하며 그것도 못하면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이것은 학습으로 된 게 아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창조하셨기 때문이다.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일상에서 말하는 인권에는 교육이 필요 없다. 만일 그게 안 된다면 사회적 학습이나 교육, 시스템을 통해 뭔가 오염됐다는 의미다.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뭔가 오염됐다는 느낌이다.

Q. 최근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 해상에서 북한 군인에 의해 피살된 사건도 있었다.

 A. 설사 월북을 했어도 사람이 위험에 처하면 구하는 게 우선이다. 그것이 하나님이 본래 창조하신 인간의 모습이다. 월북하면 총을 쏴도 되나? 정치인들이 인간의 생명이라는 본질을 완전히 왜곡했다. 잘못했다면 잘못했다고 정직하게 시인하면 될 일인데.

Q. 끝으로 한반도 통일을 위해 바라는 한국 기독교계의 역할이 있다면?

A. 관심부터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의 출발은 관심이다. 관심을 가지면 사실을 알려고 노력하고, 왜 그런지 판단하게 된다. 사람에 대한 관심, 인간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다. 인권이란 결국 고통 받는 사람의 절규와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것에서 출발한다. 교회가 그 절규와 고통에 귀를 기울이도록, 성도들을 독려해야 한다. 특히 북한 사람은 영어나 이라크어가 아니라 우리말로, 우리 민족의 정서로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고, 가장 잘 들어줄 수 있는 게 우리다. 우리 한국교회가 이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제일 중요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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