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 ⓒ 뉴시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 뉴시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일 3박4일 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가운데 미국과 진전된 논의가 이뤄졌을지 주목된다.

이 본부장은 지난 27일부터 30일까지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비건 부장관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고, 미 행정부 인사들과도 두루 접촉했다. 지난 7월에는 비건 부장관이 한국을 찾은 데 이어 두 달 만의 만남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이례적으로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긴밀한 협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 방미는 북한군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총살한 후 이뤄졌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 필요성을 제기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한 직후 진행되면서 한미 간 협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건 부장관은 이 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 직후 취재진과 만나 한국 공무원 총살 사건에 대해 "충격적인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반도에서 우리의 외교를 계속 증진시키기 위한 건설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다"고 밝혔다.

특히 비건 부장관은 "미국과 한국은 외교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 한국인들의 밝은 미래, 북미 관계 정상화를 가져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논의한 창의적 아이디어에 많이 감사하다"며 "하지만 미국과 한국, 우리만으로 할 수 없다.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고, 그들이 준비됐을 때 논의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비건 장관이 언급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건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종전선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본부장은 미국 현지에 도착해 "모든 관련된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종전선언을 얘기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 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미 협상이 지난해 2월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미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에 나설 가능성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을 거론해 왔다.

이에 이 본부장은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든 배경을 설명하고 미국의 이해를 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청와대는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로 들어서자고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도훈 본부장은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관리하고 대화를 어떻게 재개할지, 대화 속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라는 양국의 공동 과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며 "최근 가졌던 대화 중에 가장 좋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건 대표와 다양한 수단과 계기를 통해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비건 부장관이 "북한의 관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비핵화 상응 조치가 없는 종전선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한미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추석 연휴 직후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 대선 전 북미 접촉 등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이 미중 갈등과 같은 지역 정세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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