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이샛별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코로나19 브리핑에 매일같이 등장하는 수어 통역사 덕분에 모두의 관심사가 수어에 쏠린 지금의 분위기는 환영할 일이다.

필자도 이러한 분위기를 긍정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 잘못된 방향성을 띤 채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수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일부 단체에서 만든 캠페인이 수어 사용자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수어와 무관한 손 모양을 만들어내 홍보한 것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물론 단체 측의 사과도 받았지만, 아쉬운 건 여전했다.

지난 9월 14일 KBS 9시 저녁 뉴스에서 아나운서의 클로징 단계에서 '수어 릴레이'라는 목적으로 하나의 손 모양이 노출됐다. 양쪽 손의 엄지와 약지를 펴고 약지를 서로 맞댄 손 모양이었다. 이는 이번 추석에 고향에 내려가는 대신 전화로 마음을 전하자는 의미인 '전화 통화'를 표현한 것이다. 의미를 유추할 수 있었으나, 그 손 모양은 농인이 사용하는 수어가 아니었다. 수어 사용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에 알렸다면 좋았을 일인데 참 아쉬웠다. 수어와 전혀 다른 의미가 왜곡되어 전달되는 일이 공영방송에서 발생하고 말았다.

9월부터 KBS, SBS, MBC와 같은 지상파 저녁 뉴스에서 수어 통역 송출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방송사에서 수어 통역을 하고 수어 언어의 홍보에 애써 주고 있다는 일이 기쁘지만, 이처럼 잘못된 손 모양으로 인해 수어의 위치가 아직도 동등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 2016년에 시행된 한국수화언어법에 따라 한국어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할 한국수어의 현주소가 재조명되었다. 언어적 요소가 내포된 한국수어의 본질을 흐리고 일부 비장애인들이 만들어낸 잘못된 손 모양이 더 이상 알려지지 않기를 소망한다.

KBS 9시 저녁 뉴스 클로징에서 연출된 손 모양 ‘전화 통화’
KBS 9시 저녁 뉴스 클로징에서 연출된 손 모양 ‘전화 통화’ ©KBS뉴스 영상 캡쳐
이번 여러 계기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수어에 대한 올바른 관심과 인식을 가질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가족 사이에서 외로울 농인들을 위해 이번 추석 연휴 내내 수어로 영상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훈훈한 모습이 연출되었으면 한다.

이샛별(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 종합일간지 '기독일보 구독신청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