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영 변호사
정소영 미국 변호사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치의 혼란을 극심하게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옳다고 믿고 당연하게 행해왔던 일들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과거에는 금기시되었거나 피해야 할 것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지거나 권장할 만한 것으로 간주되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사실이나 현상에 대해 가치 판단을 내리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나의 사실이나 현상 안에 옳고 그름이 섞여 있어서 어디에 선을 그어서 판단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인식이 온전하지 못한 인간으로서 참 어려운 일이다.

일례로 미국의 '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을 살펴보자.

원래 이 사건은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라는 한 흑인이 위조지폐를 유통하려다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숨진 사건이었다. 숨을 쉴 수 없다고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무릎으로 목을 짓누르는 바람에 한 사람의 귀한 생명이 죽음에 이르게 된 가슴 아픈 사건이다.

그런데 초기에 평화롭게 진행되던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원래의 의미를 상실하고 점점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공공의 질서를 위협하고 선량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며, 경찰들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일들에 대해 손을 놓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라며 거리로 뛰쳐나온 흑인 시위대가 아시아인의 가게를 파괴하고 물건을 훔쳐가는가 하면, 시위과정에서 같은 흑인들 특히 어린아이들까지 목숨을 잃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사실 조지 플루이드는 전과 9범의 범죄자였고 위조지폐 유통의 용의자였는데, 어느새 인종 차별에 맞선 영웅 대접을 받고 있고 대부분의 선량한 경찰들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나오는 악당과 같은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

범죄자는 체포되어 처벌받아야 마땅하고, 사회에서 격리되어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경찰의 과도한 행동으로 범죄자가 자신이 받아야 할 처분 이상의 것을 받거나,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면 그 경찰 역시 자신의 역할을 벗어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될 일이었다. 정의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인종차별의 역사를 아킬레스건으로 가진 미국 사회에서 누군가 이 일을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는 것 같다. 무엇이 악인이고 선인지 헷갈릴 뿐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 '변희수 하사'라는 직업군인이 휴가기간 중 스스로 성기를 제거하여 여자로 성별 정정을 한 후 군대로 돌아갔다가 강제 전역을 당한 사건이 있었다. 변희수 하사는 국방부가 자신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눈물을 흘리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인권과 관련된 사건이 아니다. 변희수라는 사람이 직업군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몸과 정신이 군인이 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자신의 선택으로 여자가 되어 원래의 고용 계약을 어기는 행동을 했으니 당연히 군대에서는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군인이라는 특성상 육체적 조건이 중요한데 그 조건이 변했으면 고용 계약을 파기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이 사건에서 변희수 하사는 그저 고용계약을 먼저 어긴 당사자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일이 인권의 문제라면 변희수 하사뿐 아니라 이제 여군으로 복무하게 될 변희수 하사와 한 내무반에서 생활해야 하거나 함께 훈련해야 하는 다른 여군들의 인권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만약 다른 여군들이 변희수 하사와 함께 지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이것 역시 차별과 혐오이며 인권침해인가? 여기서도 사건의 본질은 희석되고 엉뚱한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변희수라는 한 사람의 인생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낙태문제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분명 살인죄에 해당하는 행위인데 태아를 죽이는 것이 여성의 권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태아를 죽이지 못하게 막으려고 하는 것은 여성의 인권을 말살하려고 하는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매도한다. 생명을 죽이는 일이 선이고, 생명을 살리려고 하는 일은 악이 되어 버렸다.

북한에 대한 시각에도 차이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전단이나 성경책을 풍선에 넣어 보내는 선교단체나 북한 인권단체들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평화'를 방해하는 '악'이라고 규정한다. 반면에 한반도 전체를 핵무기로 위협하고 2천만 북한 주민들을 노예로 삼으며, 그들의 육체적 영적 자유를 억압하는 김정은 정권을 손을 맞잡고 함께 가도 괜찮은 정치 세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체제를 유지시켜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것을 평화를 위한 일이고, '선한 일'이라고 말한다. 도대체 누가 악하고 누가 선한지 모를 일이다.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께서 주신 영적인 눈으로 세상이 이렇게 이상하게 변할 줄 미리 보셨나 보다.

"악을 선하다 하며 선을 악하다 하며 흑암으로 광명을 삼으며 광명으로 흑암을 삼으며 쓴 것으로 단 것을 삼으며 단 것으로 쓴 것을 삼는 그들은 화 있을진저" (사 5:20)

정소영(미국 변호사, 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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