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 출간 기자간담회
"한국교회, 타문화권 교회 개척의 원칙과 전략 세워야"

'타문화권에서 교회 개척은 성도들의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일인가, 예배당을 건축하는 일인가.'

둘 다 맞는 말일지 모른다. 하지만 교회의 본질에 주목한다면 '신앙 공동체 세우기'가 교회 개척의 핵심이자 필수 요건이라면, '예배당 건축'은 때와 상황, 문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선교지에서 먼저 예배당을 세운 후 본질인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집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튼튼한 건물은 갖췄으나 성도들의 신앙은 허약한 교회를 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김한성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교수(네팔선교연구원)는 지적한다.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 출간 기자 간담회
그동안 한국교회와 선교계에서 선교지 교회 개척의 의미가 성도들의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일보다 예배당 세우기에 더 가깝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Unsplash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한국교회의 타문화권 선교 전략과 방법, 사역 대상에도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3일 출간된 김한성 교수의 저서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예영커뮤니케이션)는 한국교회와 선교계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교회 개척'이 '예배당 건축'과 동일시되는 현상을 선교인류학적 관점에서 관찰하고,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주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결국 "한국교회와 선교사는 본질로 돌아가 믿음의 공동체를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2016년부터 연구, 조사하여 2017년 발표한 그의 논문을 대폭 보강하여 펴낸 것이다.

8일 서울 신촌 더은혜교회에서 열린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2월 현재 우리나라 파송 선교사는 2만8,039명이고, 이 가운데 교회 개척이 주 사역인 선교사가 1만4,526명이었다"며 "그러나 한국교회와 한국 선교사가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우고 있고, 왜 그러한 사역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는 찾기 어려웠다"며 논문 작성 및 출판 배경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한국교회가 지난 수십 년간 강조하고 집중해 온 선교지 교회 개척 및 예배당 건축 지원을 '문화적 행동'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우선 한국 근대 사회와 한국교회는 압축 성장과 가시적 성과를 경험하면서 한국만의 아주 독특한 경험이 다른 나라에서도 당연히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 타문화권 사역 훈련이 부족하면서 한국에서의 목회와 교회 개척 방법을 선교지에서도 무비판적으로 적용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와 선교사들의 '온정주의'나 '경쟁 문화', 교회 개척과 예배당 건축에 대한 이원론적 접근과 같은 '이론과 실제의 괴리' 등의 문제도 있다.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 출간 기자 간담회
김한성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선교지에 예배당을 건축하는 사역보다 믿음의 공동체를 세우는 선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한국교회 역시 재정 수입의 감소 현상에 따라 재정지출 선교는 더욱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그러나 한국교회 역사를 살펴보면 처음부터 한국교회가 국내외에서 예배당 건축에 열심을 낸 것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 더군다나 외국의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이 가난해도 자력으로 예배당을 세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초기 한국교회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성도를 수용할 수 없자 스스로 헌금을 모아 예배당을 지었고, 결과적으로 교회는 더욱 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1884년부터 1934년까지 50년 동안 조선 땅에 세워진 1,500개 이상 교회 중 선교부에서 도움을 받아 지어진 교회는 20개를 넘지 않았다고 한다.

초기 한국교회의 해외선교도 마찬가지였다. 김한성 교수는 "1913년 한국 장로교회 교단 차원에서 중국 산둥성에 선교사 세 가정을 파송했을 때에도 가난한 한국교회는 예배당 건축을 꿈도 못 꾸었지만, 예배당을 건축하겠다는 생각 역시 하지 않았다"며 "다만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에 풍금을 살 돈을 모아 헌금한 기록은 나오지만, 1913년부터 1956년까지 예배당 건축 지원을 했다는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1957년 태국으로 선교사를 파송하고 1960~1970년대 비록 적은 수이지만 선교사들을 타문화권에 파송할 때에도 선교지에 예배당 건축 지원은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현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선교사와 사역 국가, 선교단체 숫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도약기에 이르러서는 선교지에 예배당을 지어 주는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가 경제력을 갖추면서 현지 교회 사역자들의 생활비 지원과 예배당 건축 지원 사례들이 나오게 된 것이다. 1990년 이후에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성전을 건축하여 분명한 성과물을 보이는 선교지 예배당 건축 지원이 본격화 2000년 들어서는 누구나 예배당 건축을 돕는 일이 일반화, 일상화됐다.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 출간 기자 간담회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 출간 기자 간담회가 8일 더은혜교회에서 열렸다. ©이지희 기자

김한성 교수는 "선교지에 예배당을 건축하는 마음은 하나님 앞에 너무나 귀한 헌신"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가져오는 기대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현지 교회의) 웃자람 현상이 있다"며 "우리는 예배당 건축을 도와주면 이를 발판삼아 빨리 성장하기를 원하는데, 건실하게 성장하기 보다 웃자람 현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지인 목회자나 성도들의 책임 의식이 저해된다는 문제도 있다. 김 교수는 "흔히 예배당 건축 지원을 받은 교회의 현지인 성도나 목회자들은 이번 (새로운) 프로젝트는 누가 도와주는지 선교사들에게 질문한다. 또 옆 교회에서 지원을 받으면, 우리 교회도 누가 도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방학마다 아시아의 가난한 나라를 방문하는데, 예외 없이 예배당을 지어달라는 현지 목회자를 만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예배당 건축 지원이 자칫 현지인들에게 기독교가 이질적인 외국 종교라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교회가 와서 예배당을 지어 주는데, 더군다나 주변 건물보다 훨씬 좋거나 현지식이 아닌 서양식 예배당을 짓는다면 현지인들은 기독교가 이질적, 외래적으로 보일 것"이라며 "심지어 서구 식민주의 경험이 바탕이 되어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 정부와 종교 세력으로부터 불필요한 관심을 불러오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기독교 교회가 소수 위치에 있는 이슬람권, 공산권, 힌두권, 불교권에서 외국 재정으로 예배당을 건축하였을 때 기독교인 증가가 실제보다 부풀려질 수 있고, 반발감이나 의심을 사 오히려 전도에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한다.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 출간 기자 간담회
김한성 교수가 신간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를 들고 있다. 책 표지는 신앙 공동체로 형성된 교회를 형상화한 이미지다. ©이지희 기자

이뿐 아니다. 예배당 건축 지원은 현지인들이 미래 어느 시점의 자립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김한성 교수는 "한국 선교사가 선교지 교회가 하루라도 빨리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예배당 건축을 지원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선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러한 온정주의적 행동이 자치와 자립을 저해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선교지를 마케팅해서 선교사가 유익을 본다는 오해' '현지 교회의 성장에 저해가 되는 가능성'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김한성 교수는 "한국교회는 현지 교회가 성장하기를 바라지만 결과는 현지 교회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며 "예배당 건축을 지원받은 현지 교회의 성도 숫자가 늘고 믿음의 깊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성장하기보다 주저앉아 있는 경우가 오히려 일반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선교지 예배당 건축 지원의 보편화 현상은 한국교회 재정 오남용 문제도 불러온다. 김한성 교수는 "최소 1천만 원~2천만 원으로 선교지에 예배당을 짓는데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라며 "그에 비해 복음을 전할 선교사들은 만성적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한성 교수는 "물론 화재, 자연재해로 예배당을 갑작스럽게 잃은 선교지 교회, 군부대 혹은 교도소 교회 등 특수한 교회를 위한 건축 지원은 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지 교회 성도들이 원하여 예배당을 건축할 때, 현지인들이 비용 대부분을 모으고 나머지 15~20% 정도를 한국교회가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또, 선교지의 필요에 따라 학교 교실, 도서관, 고아원, 병원을 짓거나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 등을 지원하는 방안, 현지에서 믿음의 공동체를 세우고 안정적인 사역을 할 수 있도록 한국 선교사들과 한국 선교단체를 위한 관심과 격려,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교사를 향해서는 △자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교회론과 교회 개척 이론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겸손과 양보를 바탕으로 협력 강화 △구체적으로 수립된 원칙과 전략을 일관되게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성 교수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이후 선교가 다 어렵다. 그런데 덜 어려운 분이 있고, 더 어려운 분이 있다"며 "덜 어려운 분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사역해오신 분들이고, 아무래도 돌봐야 할 예배당이 있는 분들은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선교지에 예배당을 건축하는 사역보다 믿음의 공동체를 세우는 선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고, 한국교회 역시 재정 수입의 감소 현상에 따라 재정지출 선교는 더욱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선교사님들은 안정적인 사역 방안을 고민해야 하고, 선교계도 믿음의 공동체를 세우는 전문인 선교사, 평신도 선교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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