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목사
박현숙 목사

수년 전 미국에 거주할 때의 일이다. 버스에서 동네 몰앞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줄지어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몇몇 사람들을 눈여겨 보며 혹 전도할 찬스를 찾으며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정류장 바로 앞 잔디 위에 모자를 푹 눌러쓴 한 남자가 앉아 있는게 보였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순간 나도 모르게 예의 1분 전도를 했다.

예수믿으면 구원받으며, 유일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되시는 주님 외엔 구원의 방법이 없고, 죽음 후엔 심판이 오는데 영멸이냐 영생이냐는 바로 당신의 믿음에 달렸다고 전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의 눈에서 계속적으로 닭똥같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보였다.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혹 먼지 바람으로 인한 알러지 때문인지 어쩐지 짐작할 수 없어 짐짓 모르는체 지나치려 하는데 그가 반쯤 몸을 일으키더니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의식이라도 한듯 내게 저쪽 벤치로 잠깐 가서 얘길하자는 제스쳐를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몇 발자국 정류장용 벤치로 가서 앉아 상대의 얼굴을 가까이 보니 정말 울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낮인데 입에선 술 냄새가 풍겨져 나왔다. 뭔가 심상찮은 기미를 느끼고 측은한 마음도 생겨서 무슨 일로 울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조금 전 자기 아들을 만나고 왔다는 답변이었다. 생김새를 보니 콧등이 반쯤 눌린듯한 모습에 매우 창백한 안색에 꽤나 예민한 인상이었다. 카우보이 모자만 쓰면 영락없이 개성파 컨츄리 송 가수로 어울릴 것 같았다.

그의 상황이 대충 짐작이가 부인과 별거 상태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일년 전에 이혼을 했다고 하면서 다시 손등으로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치었다. 나도 나이가 먹어가는 탓인가… 내심 부인 속도 어지간히 썪혔겠다는 생각이 나도모르게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아들이 몇살이냐고 물으니 열세 살이라고 답하면서 일순 얼굴 표정이 다시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심히 고통스런 안색이 되었다.

그러더니 자기 가슴을 가리키면서 아들이 자기의 가슴을 걷잡을 수 없이 갈기갈기 찢어 놓아서 무척 괴롭다고 신음하듯 호소를 하는 것이었다. 다시 눈물이 그의 야윈 볼을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그의 너무도 리얼한 표현에 마음이 한껏 무거워져가면서 필시 그 어린 아들이 겪을 고통마저 함께 내게 전달되오는 듯 하였다. 그래서 난 당신의 고통을 이해할수 있다고 말하며 아이를 위해서 다시 한 번 당신의 상황을 재고해 보는게 어떻겠느냐고 운을 떼어갔다. 그러면서 혹 교회에 나간 적은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이에 하나님은 당신을 찾으시고 당신을 사랑하신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서둘러 감정을 정돈하면서 별안간 또 다른 이슈라도 만난듯 정색을 하며 자기는 과학자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내게 진화론을 안믿고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었다는 전설을 정말 믿느냐고 사뭇 황당하다는듯 도전조로 묻는 것이었다.

이럴때는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어느정도 상대의 상태에 대해 영적으로 진단이 내려지고 사명감이 불타오르는 순간이다. 사실 며칠 전에도 한 청년이 내게 이 남자와 같은 말을 하였었다. 마치 내겐 그동안 숨어있던 진화론자들이 다시 여기저기서 시위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급해진 나는 무척 답답해서, 아니 그러면 당신은 아직까지 생명체의 기원이 우연에 의한 것이고 자연선택에 의해 인류와 동식물을 포함한 모든 종이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진화해 온 것이라 믿느냐고, 그러니까 당신과 원숭이의 조상이 같다고 믿느냐고 외쳤다.

그러자 그는 술기운이 다 가신듯 분명 제정신으로 대꾸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하여 나는 진화론은 어디까지나 가설일뿐이며 입증된 과학적 사실이나 진리가 아니라고… 창조론을 비과학적인 것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나는 점진적 진화론을 믿는다고. 즉 하나님이 일정한 종류의 기본 생물들을 창조하시고 그 종류 안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환경에 따라 각기 진화되었다고 믿는다고. 그러므로 사자와 물고기와 새는 서로 진화 관계가 아니라고, 그러자 그는 화제를 바꾸어 술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숨을 몰아쉬며 빅뱅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나는 들어주는 척하면서 재빨리 화제를 좁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사람은 달리 특별하게 창조되었다고. 다른 생물들처럼 종류대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다고. 하나님은 인류와 만물의 창조자시라고… 당신의 영적 아버지라고…당신에게 영적인 직관이 있다면 적어도 이를 부인할 수는 없을거라고…

나는 예민한 그의 기분이 다칠까봐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계속 눈치를 보며 그러나 힘있게 말을 이어갔다. 오늘 당신이 아들을 보고와서 슬퍼하므로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한번 생각해보라고… 만일 당신의 아들이 당신이 자기의 아버지인 것을 모르고 부인하거나 다른 사람을 아버지라 부르면 당신 심정이 어떻겠느냐고…우리에 대해 하나님의 심정도 이와 같으시다고…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시는데 하나님을 모르는 우리를 생각하실 때에 너무 마음이 아프셔서 기어코 우리를 찾아 예수님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시지 않을 수 없으셨다고… 그래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친히 십자가에서 대속의 보혈의 피를 흘리신 것이라고 …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우리를 사랑하시고 언제나 불쌍히 여기시는 우리의 하늘 아버지라고… 오늘 아들로 인한 당신의 슬픈 마음을 통해 당신으로 인한 하나님의 마음을 한번 헤아려보라고…

그는 묵묵히 내 말을 듣는 동안 계속 신경을 등뒤로 쏟으며 버스가 올까봐 초조해 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윽고 벌떡 일어서서 한결 밝은 표정으로 큰 소리로 작별을 고하며 버스를 향해 뛰어갔다. “난 당신의 말은 썩 내키지 않지만 당신이란 사람에 대해선 뭔가 마음에 듭니다…”

그와 헤어져 걸어오면서 난 스스로 놀라며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보다 하나님께서 더 어떻게 확실히 보여주시겠는가…? 정말 전도 대상자들이 사방에 널려있는 것이다. 울고 있는 영혼들이, 신음하고 있는 영혼들이, 누군가의 위안이 필요한 사람들이… 궁극적인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주여, 이 딸의 부족함을 용서하여 주시고 오늘 만난 주님의 한 잃어버린 영혼을 부디 기억하여 주옵소서. 그의 눈물과 고통이 헛된 것이 아니게 하시어 주님을 찾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게 하시고 그의 불쌍한 아들과 전처를 구원하여 주옵소서. 아멘.

박현숙 목사(프린스턴미션, 인터넷 선교 사역자)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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