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문
김휘문 연구원

최근 수 년 사이에 그 동안 낯설었던 ‘젠더’, ‘퀴어’, ‘페미니즘’, ‘LGBTQ’와 같은 단어들을 유튜브나 교과서, 뉴스와 같은 대중매체에서 쉽게 접하고 있다. 문화 상대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 익숙한 세대들에게는 여성차별, 인종차별과 더불어 동등한 위치에 놓고 지켜야 할 것만 같은 용어들이다.

익숙한 것이 다 옳은 것일까? 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나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생각해야만 하는 것일까? 의문을 던지게 된다. 젠더이데올로기와 포스트모더니즘이 지배하는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책을 한 권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 여성 사회학자가 쓴 <글로벌 성혁명(The Global Sexual REVOLUTION)>(정소영 옮김)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과 폭력에 신음하던 세계인들은 UN, EU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자 갈망했다. 하지만 지금의 UN과 EU는 처음 창설 당신의 UN이나 EU가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제도권과 정치권력을 장악하고자 시도하던 젠더주의자들은 비로소 그 목표를 이뤄냈고 지금의 국제기구들은 젠더이데올로기를 각국에 관철시키는 교두보로 변질 되어 버렸다. 이들의 목표를 책은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1960년대 이후 유엔과 유럽연합, 그리고 미디어의 지원 아래 사회의 가치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는 강력한 로비와의 싸움이 진행되어 왔다. 목표는 모든 자연적⸳도덕적 제약으로부터 해방된 절대적 자유였다. 이것은 인간 존재를 단지 ‘벌거벗은’ 개인으로 본다. ‘타고난 본성의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는 절대적 자유를 위해서는 모든 자연적 규범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장애물로 간주된다. 자유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면, 거기에는 ‘선함’도 ‘악함’도 없게 되며 아무런 기준도 없어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과 UN과 같은 국제기구들이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도 차별금지법을 만들어 이런 나라들을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의 힘으로 자연적인 이성애적 사랑, 가정과 결혼 안에서의 자유를 강제로 파괴하고 이 모든 것을 해체시키고자 한다. 옳고 그름은 온데 간데 없어진 채, 그저 ‘내가 좋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더욱이 무서운 점은 겉으로는 ‘차별을 금지’한다고 하지만 실제 내용은 “자연스런 이성애적 사랑으로 돌아오라”, “성경은 동성애를 죄라고 지적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입을 막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자유의 이름으로 자유를 파괴’하는 것이다. 가브리엘 쿠비 박사는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러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한층 더 깊은 차원의 문제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관한 것도 아니고, 우월한 인종의 지배에 관한 것도 아니다. 만일 이것이 공포체제에 관한 것이었다면, 그 체제는 압제자로 인식되어 12년 혹은 60년 정도가 지나면 제거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공격은 인간의 깊은 내면에 자리한 도덕체계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 도덕 체계는 인간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주는 근원이다. 그런데 지금 도끼가 그 뿌리에 놓여 있다.”

이는 단순히 다른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벌써 우리의 현실이 되어 버렸다. 필자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퀴어 축제를 막고자 반대집회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수많은 10대 청소년들이 동성애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서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다. 그 중 지체 장애인으로 보이던 한 젊은 남성은 휠체어를 탄 채 반대진영의 사람들을 향해 꽃을 휘두르며 “차별하지 마”를 연거푸 외쳐댔다. 그 남성을 이끌고 퀴어 축제 현장으로 들어가고자 시도하던 여성은 가정으로, 이성애적 사랑으로 돌아오기를 외치는 진영을 향해 쏘아보며 ‘혐오사회’라고 적힌 책을 들어 보였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이렇게 병들게 만들었을까? 가정의 해체, 교육의 부재, 그리고 제 역할을 해야 했던 교회와 시민사회의 무관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런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쿠비 박사는 다음과 같은 조언으로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우리에게는 아직 자유가 남아 있고, 그것을 수호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이를 위해 사람들은 누가 자신들의 이기적인 이익을 위해 우리의 자유를 축소시키고 있는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격언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주어진 자유를 수호하고자 행동할 때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어떤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글로벌 성혁명>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기 바란다.

김휘문(한국성과학연구협회 학술연구원)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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