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니즘에서 포스트휴머니즘으로

김광연 교수
김광연 교수

근대 이후, 인간 중심적 사고의 패러다임은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극에 달했다. 인류가 자신 스스로를 세계의 주체로 파악하고 난 뒤, 인류는 ‘휴머니즘 구현’에 총력을 다했다.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이 발전되면서 인류는 과학과 함께 두 손을 잡고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과학의 발달은 형이상학의 추락을 예고한 듯, 전통적 세계관을 마음껏 흔들게 되었다. 휴머니즘 지상주의가 되어버린 근대 이후, 이 사회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의 등장이다.

포스트 휴머니즘, 말 그대로 휴머니즘 이후의 세계관을 말한다. 휴머니즘,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우리는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었던가? 더 이상 나아갈 것이 있는가? 예측과는 달리 휴머니즘 이후의 새로운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포스트 휴머니즘 또는 트랜스 휴머니즘이 기다리고 있었다.

* 포스트휴머니즘과 트랜스휴머니즘

포스트휴머니즘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은 인간중심주의 즉 휴머니즘 세계관의 새로운 변형을 말한다. 기존의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서 새로운 가치관이 만들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을 트랜스휴머니즘이라고 부른다.

포스트휴머니즘, 또는 트랜스휴머니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개량주의’이다. 개량주의는 신체를 증강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술들이 개입된다. 기존의 의술, 다시 말해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의 의술의 개입과 너무 차원이 다른 형태가 앞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프로스테시스, 즉 인간과 기계의 결합 기술을 비롯해서 유전자를 편집해서 우수한 아이를 만드는 맞춤형 아기(designer baby), 사람의 두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억향상약물, 인지 기술 등 다양한 기술의 영역들이 우리 앞에 전개 될 것이다.

* 가타카(GATTACA), 맞춤아기 현실로

1997년 인간의 유전자를 편집하여 맞춤아기, 즉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를 주제로 한 영화 가타카(Gattaca)가 개봉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 부부는 맞춤아기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자연적으로 출산한 아이와 생명공학 기술의 도움을 받은 '디자인 아기'로 태어난 형제의 삶을 그린다. 이 영화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열성 유전자는 제거하고 건강하고 우수한 유전자만을 골라 선별하여 아이를 만드는 '유전자 맞춤 시대'를 조명한다.

영화에서 자연적으로 출생한 아이와 달리 맞춤형 기술로 태어난 아이는 신체적인 면에서 탁월하다. 자연적으로 출생한 형과 달리 인공적 기술로 태어난 동생이 형의 키를 순식간에 따라 잡았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는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는 질병도 없고 신체도 건강하기 때문에 직업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

비록 영화에서 등장할 법한 공상과학 영화이지만, 지금은 영화가 개봉된 당시, 1997년이 아니다. 그 동안 과학 기술의 발달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Francis Crick Institute)의 캐시 니아칸(C. Niakan) 박사가 주도한 '유전자 편집 실험'을 제한적으로 허용되었다. 이 기술을 연구한 팀들은 크리스퍼(CRISPR-Cas9)로 불리는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여 특정한 유전자를 잘라 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제 인간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교정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되었다.

영국 의회는 세계 최초로 부모(성인) 3명의 유전자를 결합해 아기를 낳는 '세 부모법'을 허용했다. 비록 치료 목적으로 아주 제한적이지만, 질병(유전병)을 가진 부모의 일부 유전자를 제거하고 건강한 성인의 유전자를 대체시켜 건강한 아이를 태어나게 하는 기술이 허용된 것이다. 세 부모법은 성인 세 명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태어난 것을 일컫는다.

지금의 기술로는 충분히 맞춤아기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생명공학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주소이다. 무엇보다 이런 기술의 발달로 종교적 믿음의 결여와 도덕적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문제들이 앞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기술이 인공지능(AI)기술이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 존재, 휴머노이드(humanoid)의 세계가 곧 펼쳐지고 있다. (계속)

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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