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1] 오늘은 참 슬픈 날이다. 코로나에 감염되어 많은 고생을 하신 시카고 지인 목사님이 오늘 천국으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본인은 모든 아픔 다 끝내고 천국에 가셔서 지금쯤 하나님 만나고 계시겠지만,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진다. 생과 사의 갭이 아주 멀게 느껴지다가도 이런 때면 그 간격이 종이 한 장 차이도 안 됨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2] 언젠간 나와 내 가족에게도 그런 일이 닥칠 텐데,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이 땅에 눈이 먼 채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한국인의 장점이 참 많다. 머리가 좋고 기술 또한 탁월하며 열정도 대단하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으니 오래 참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내가 턱없이 부족하단 말이다. 어떤 일을 하다가 잘 안 풀리면 끈기 있게 참고 버텨야 하는데 일순간 때려 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3] 때문에 한국인은 ‘인내’(忍耐)란 덕목을 갖추려 애써야 한다. 특히 신앙인들에겐 인내가 얼마나 중요한 자산인지 알 수 없다. 인내란 ‘참을 인’(忍)과 ‘견딜 내’(耐), 즉. ‘참고 견디는 것’을 뜻한다. 인내를 갖추었더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그 깊이에 차이가 있다. 인내가 소중한 덕목인 만큼 그에 관한 명언들이 많다.

[4] “인내는 가장 좋은 치료약이다.”(아랍 속담)
“인내는 미덕으로 변장한 사소한 절망이다.”(앰즈로스 비어스)
“인내와 뽕잎은 비단옷이 된다.”(중국 속담)
“끈기는 최고의 기질이며, 인내는 고결한 마음의 열정이다.”(제임스 러셀 로웰)
“인내는 지혜의 동반자다.”(성 아우구스티누스)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장 자크 루소)

[5] ‘인내’라고 하면 장 자크 루소가 말한 “인내는 쓰나 그 열매는 달다”(Patience is bitter, but its fruit is sweet)는 문장이 제일 많이 떠오를 것이다. 성경 속에 나오는 인내에 관한 구절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내용은 약 1:4절이다.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우리로 온전하고 부족함이 없게 함에 있어서 인내보다 더 좋은 도구는 없다는 것이다.

[6] 다음은 주님의 한 젊은 종이 쓴 일기의 서두들이다. 그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생각해보라.

*5월 5일 주일 오전: 성 안나 교회에서 설교함. 이제 다시 오지 말라는 말을 들음.
*5월 5일 주일 오후: 성 요한 교회에서 설교함. “나가시오. 여기 들어오지 마시오”라고 집사들이 말함.
*5월 12일 주일 오전: 성 유다 교회에서 설교함. 그곳에도 역시 다시 갈 수 없음.

[7] *5월 19일 주일 오전: 성 아무개 교회에서 설교함. 집사들이 특별회의를 소집했고 내게 다시 오지 말라고 함.
*5월 26일 주일 오전: 거리에서 설교하다가 쫓겨남.
*6월 2일 주일 오전: 마을 변두리에서 설교하다가 큰길로 쫓겨남.

[8] 만일 여러분이 이 일기의 주인공이라 생각해보라.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 나 같으면 5월 12일 주일 오전 이후의 일기 내용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참고 또 참았어도 6월 2일 주일 오전 이후의 내용은 결코 기록되지 않았을 게다. 그 전에 두 손 들고 포기했을 테니까 말이다. 한두 번 거부당하고 쫓겨났으면 됐지 무슨 놈의 설교를 더하려 하겠는가?

[9] “하나님, 당신의 말씀 전하는데 이리도 반대가 극심하면 누가 설교하겠나이까? 아버지께서 방해하는 무리들 막아주지도 않으시니 나 이제 목회고 설교고 그만 두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 불평과 원망을 토로했을 법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일기는 계속 된다.

*6월 2일 주일 오후: 오후에 목장에서 설교함. 1만 명 정도가 설교를 들으러 옴.

[10] 아, 드디어 성공했다. 그의 인내가 마침내 통한 것이다. 이 글들은 역대 위대한 부흥사들 중 한 명인 존 웨슬리(John Wesley)의 일기장에 실제로 나오는 내용이다. 그의 일기장에는 이런 종류의 핍박과 축복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자신이 하는 일이 하나님 나라에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이고, 하나님이 듣고 계시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았지만 그는 결코 하나님 신뢰하기를 포기하지 않고 인내로 나아갔다.

[11] 정말 대단한 믿음과 인내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스승으로부터 자주 들은 꾸지람이 뭐였는지 기억하는가? “믿음이 작은 자들아”(마 6:30, 8:26, 14:31, 16:8, 17:20, 눅 12:28, ‘you little faith’)였다. 인내가 부족한 자들이었다는 말이다. 믿음(신뢰)이 부족하면 인내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오늘 나는 인내의 사람이라 말할 수 있는가? 요한 웨슬레의 인내를 내게도 장착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신성욱 교수(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설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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