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과 전통의 붕괴

김광연 교수
김광연 교수

오늘 우리 사회는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불린다. 모더니즘의 사상을 거부하면서 태어난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큰 특징인 형이상학의 붕괴이다. 해체란 대명사를 탄생시킨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 사회에서도 다양한 해석의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전통적 가치의 붕괴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동성애와 임신중절 등 과거 전통에서 생각지도 못한 주제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여전히 이런 주제는 뜨거운 감자이다. 기존 전통에서 지켜나갔던 가치관들이 하나씩 붕괴되고, 전통적 가치들을 지켜나가기 위한 몸부림이 사회 곳곳에서 목격된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우리에게 많은 가치들을 생산할 수 있게 했다.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해체 또는 전통의 붕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우리의 가치관을 멍들게 하고 있었다. 전통을 고집하는 것만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전통에서 비롯된 긍정의 확신과 그것에서 비롯된 가치는 분명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윤리(ethic), 습관, 전통의 또 다른 이름

윤리의 기원은 에토스(ethos)에서 시작되었다. 에토스는 거주지, 습관, 전통이라는 의미를 말한다. 에토스 즉 윤리는 인간의 삶의 방식들이 계속 이어져 내려오면서 오래된 습관에 근거하여 ‘일치하는’ 태도나 방식을 말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살면서 선(善)의 행동들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하나의 생활방식이나 관습으로 자리 잡게 만든다. 반면 악한 행위들은 교훈으로 삼고 다시는 그러한 일들이 후손들에게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을 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생활방식들이 오랫동안 축적되고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올바른 전통, 관습이 형성된다.

전통은 우리들 삶의 방식들이 오래 누적되어 여기까지 전해 내려온 것이다. 전통, 우리가 지켜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윤리적 행위들은 인류의 지적 유산으로 축적되어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고, 그것이 다음 세대와 인류 공동체에 분명 기여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존속되었다. 달리 말해 인류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행위들은 후손에게 전해지지 않고, 이 세대에서 그것을 교훈삼아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어떻게든 막아내려고 한다. 윤리, 즉 올바른 전통은 이처럼 인류 공동체를 위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또 다른 가치관으로 전통을 붕괴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시 복고풍으로

가끔씩 패션계에서는 복고풍이 분다.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의미에서 복고풍, 이제 우리가 다시 전통의 가치로 되돌아가야할 때가 된 것이다. 가족이라는 소중한 울타리가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가족이라는 용어 자체가 새롭게 해석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성경에서 “가족은 남녀가 부모를 떠나 서로 다른 성(性)을 가진 타자가 하나가 되는 사건”을 말한다. 남녀 둘이 하나가 되어 가정을 이루는 모습이 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일 것이다.

교과서에 나오는 가족의 구성원은 3대가 함께 어울러 사는 대가족에서 점점 핵가족으로 거듭 변해갔다. 1970~80년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엄마와 아빠, 자녀 3대가 함께 가족 사진에 등장했다. 1990년대 가족 구성원은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빠 곁에 딸이 엄마 곁에는 아들이 서 있는 사진이 교과서에 실렸다. 그 이후, 가족의 사진에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가운데 부모의 손을 잡고 있는 자녀 1명이 가족 사진에 등장했다. 하지만 오늘날 1인가구의 증가와 1인 노인 가구, 심지어 동거 등 기존 전통에서 볼 수 있었던 가족 구성원과 동떨어져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우리는 복고풍의 패션을 입고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과거의 모습이 그리워지곤 한다. 우리가 다시 복고풍의 옷을 단정하게 입고 거리에서 데이트를 즐기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다시 전통적인 가치들을 그리워해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 가족이라는 소중한 전통,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의 흔적들 바로 부모님의 주름살이 아닐까?

어버이날, 가정의 달 5월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소중한 전통을 다시금 회복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아무리 전통의 가치관이 해체되고 모더니즘의 완고한 가치를 거부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고 해도 여전히 가족이라는 전통은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생활에서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사회적 책무를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역할일 것이다. 거리두기 실천의 연장선상에서 직접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 한통으로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실천은 어떠한가? 다시 복고풍 옷을 입고 거리에서 연인과 데이트를 하던 1980년대로 되돌아가는 추억을 한번쯤 만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전통, 우리가 무심코 거부만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광연 교수(숭실대)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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