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앱, 스마트폰, SNS, 식탁 위의 메뉴들로 가득

김광연 교수
김광연 교수

2020년 올 한해도 중반이 되어가고 있다. 5월이 벌써 시작된 것이다. 5월에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겹쳐있고,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사람들은 화사한 작년 5월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5월은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와 항공업, 여행업을 비롯해서 경제적으로 모두가 힘들어 하고 있다. 많은 분들의 임시휴직으로 경제적 여건은 더욱 어렵게 되었다. 고스란히 가정 경제에도 적지 않는 타격이 시작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가정의 따뜻함과 사랑의 소중함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 1인가구의 증가와 나홀로 문화로 인해 가족끼리 식탁에서 시간을 가지는 기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의 소통으로 인해 이미 식탁 공동체에서의 모임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가족끼리 겨우 잡아놓은 저녁 식사시간에도 각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라 생각했던 가족 식탁에서도 우리는 이미 소통의 부재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식탁 위에서 스마트폰, 앱, 문자 메시지, 포탈 사이트, SNS의 메뉴들을 먹으면서 식사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가정의 달, 5월에 우리는 식탁 위에서 무엇을 먹고 마시는가? 혹시 SNS에서 주고 받는 이야기들로 가득 채우지는 않는가?

* 호모 파버(Homo Faber)에서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

인류는 오래전부터 손을 사용하여 도구를 만들었다. 호모 파버(Homo faber), 즉 도구적 존재로서의 인류는 밭을 갈기 위해 쟁기를 사용하고, 사냥을 하기 위해 창을 만들어 사용했다. 사람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존재이다. 도구는 인류의 삶을 유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도구는 인류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고 손에 가장 편리하고 익숙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다. 바로 모바일, 스마트폰, SNS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호모 사피엔스는 점점 진화되어 호모 모빌리언스(Homo Mobilians)가 되어 가고 있었다. 호모 모빌리언스, 즉 모바일을 사용하는 존재를 말하는데 오늘 우리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용어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점점 사람의 손이 엄지로만 사용하여 문자를 보내거나 정보를 검색한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을 엄지족이라 부른다. 우리의 다섯 손가락에 익숙해 있던 도구가 이제 두 손가락으만 사용되는 스마트론의 등장으로 새로운 인류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 가정의 달, 디지털 다이어트(Digital Diet)로

스마트폰이 발달되기 이전 시대에 우리가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가정 먼저 마주하는 것이 텔레비전(TV)이었다. 물론 잠을 자기 전에도 TV를 끄고 눈을 감았다. 특히 아침에 TV는 시간을 확인하는 기계이자 동시에 잠을 깨우게 해주는 역할을 했다. 일어나서 TV 소리를 크게 켜면 저절로 잠이 깨진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일어나자 마자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손에 집어든다. 그것도 어제 밤에 잠들기 전에 머리 밑에 둔 자리에 손이 먼저 간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 폰을 찾아서 시간을 확인하고 뉴스를 보거나 SNS를 본다.

스마트폰과 SNS는 이제 우리의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초조해도 스마트폰을 만지고, 엘리베이트에서 마주하기 꺼려하는 타인의 눈을 피해 저절로 스마트폰으로 시선이 간다. 혹시 우리들이 카페에서 자리를 찾을 때 어디를 찾는가? 우리는 제일 먼저 충전할 수 있는 자리를 보게 된다. 이미 우리의 가방 속에는 충전선이 들어 있기 때문에 충전 장소만 찾으면 된다. 카페나 식당에서도 이미 충전장소를 별도로 비치해 두거나, 심지어 스마트폰 종류별로 충전선을 비치해 둔 곳도 있다. 말 그대로 우리는 스마트폰의 홍수, 디지털의 과체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는 과식을 하거나 체중이 늘어날 경우, 산책이나 운동을 하면서 다이어트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오늘 우리는 혹시 SNS, 포탈 사이트, 온라인 쇼핑, 디지털 과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 우리가 너무 배불리 먹은 온갖 종류의 디지털을 잠시 내려두고 디지털 다이어트에 돌입해야 하지 않을까?

가정의 달, 5월에 우리는 스마트론 앱으로 꽃배달을 주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부모님께 카네이션을 선물하는 것은 정말 좋은 추억을 선물해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 바로 가족 간의 소통이다. 부모님께 전화 한통화로 목소리를 들려 주는 것, 아니면 저녁에 일찍 들어가서 부모님과 식탁에서 얼굴을 마주보고 식사를 하는 것은 더욱 값진 것은 아닐까? 디지털 다이어트, 소통의 시작일 것이다.

5월 가정의 달, 혹시 부모님의 얼굴을 뵌 지 오래되었다면, 그리고 가족끼리 식탁에 앉아 오순도순 식사를 한 시간이 오래되었다면, 잠시 손에 든 스마트폰을 내려두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 비만에서 탈출해서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우리의 일상에서 할애하는 것은 어떤가? 온라인 쇼핑에서 잠시 손을 떼어 오랜만에 가족끼리 전통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오순도순 장을 보러 가는 것은 어떤가? 모처럼 모인 식탁 위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가족끼리 얼굴을 보고 식사를 하는 것, 가족끼리 모여 TV를 보면서 일상의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5월의 한 주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가정의 달, 5월에 디지털 비만에서 탈출해서 가족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시간으로 채워지길 기대해 본다.

김광연 교수(숭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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