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영적고향의 소유자 아브라함

권혁승 박사
권혁승 박사

이집트에서 위기를 넘긴 아브라함과 그의 가족은 다시 가나안 땅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면서 이스라엘의 남부 지역인 남방(네게브)을 거쳐 곧바로 벧엘로 직행했다. 왜 아브라함은 벧엘로 곧바로 올라왔을까? 성경은 벧엘이 아브라함에게는 영적고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브라함이 가나안 땅에 도착하여 가는 곳마다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한 단을 쌓았다. 가나안 땅에 들어와 아브라함이 하나님께 제단을 제일 먼저 쌓았던 곳은 세겜이었다. 그러나 제단을 쌓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던 곳은 벧엘이 처음이었다.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공식적인 예배를 의미한다. 고향을 떠난 아브라함은 일종의 실향민이었다. 그러나 그는 가나안 땅에서 하나님께 제단을 쌓음으로 그 땅을 자신의 새로운 영적고향으로 삼았다. 고향이란 부모와의 만남 속에서 생명이 탄생되고 부모의 보호아래 생명이 성장하는 곳이다. 생명의 탄생과 성장으로 고향은 의미화 된 특별한 땅이 된다. 아브라함은 벧엘을 의미화 된 땅 곧 영적고향으로 삼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불렀다.

고향은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돌아가고 싶은 귀소본능의 장소이다. 연어가 태평양 바다를 가로 질러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오듯이, 아브라함은 이집트에서 실패를 경험한 뒤 영적고향인 벧엘로 직행하였다. 아브라함은 그곳으로 돌아와 잘못을 청산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싶었다. 아브라함은 정처 없이 떠도는 장막생활을 하면서 “하나님의 경영하시고 지으실 터가 있는 성”(히 11:10)을 바라본 신앙의 인물이다. 벧엘은 그에게 하나님 나라의 그림자 같은 곳이었다.

가나안을 자신의 영적고향으로 받아들인 아브라함은 그 후 이삭과 야곱과 요셉,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들 전체에게 가나안 중심의 신앙을 물려주었다. 이집트에서 생을 마친 야곱은 마지막 유언을 통하여 자신을 이집트에 묻지 말고 조상이 묻혀있는 가나안에 장사지내줄 것을 당부했다.(창 47:29-30) 요셉 역시 출애굽 때에 자신의 유골을 가나안으로 옮겨 줄 것을 부탁했다.(창 50:25) 그런 신앙 전통은 계속 이어져 유대민족이 나라 없이 전 세계에 흩어져 보냈던 지난 2000년 동안 그들의 삶과 역사를 지켜준 힘이 되었다. 가나안은 그들에게 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함께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영적고향이었다. (계속)

권혁승 박사(전 서울신대 구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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