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정재계 총수 모아 간담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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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일본이 반도체 등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데에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을 빌미로 경제에 타격을 주는 조처를 취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10일 오전 10시 반부터 LG, 현대, SK 등 정재계 인사들을 초청한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었다. 한 발 나아가 문 대통령은 “일본이 더 이상 막다른 길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로 사실상 한·일 간 안보 문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시도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반박한 것이다.

지난 1일 일본은 반도체 제조의 필수적인 3가지 부품에 규제를 단행했다. 일본 강제징용 노동자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무역 보복조치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일본 미쓰비씨에 강제징용 노동자에 대한 배상판결을 내린 후, 일본은 강력 반발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끝난 문제라는 것이다.

그 사이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해군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비행 논란이 터지면서 한·일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기 시작했다. 외교문제를 경제적 힘의 우위로 풀려는 일본의 시도로 보여지면서, 일각에선 무역전쟁으로 치닫는 가능성도 조심스레 예측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7일 “한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지켜야 한다”는 근거 없는 발언으로 수출 규제 명분을 강화했다. 경제산업상, 관방장관 등 일본 정부 관료들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강대국 간의 무역 갈등이 국제 교역을 위축시키는 상황”에서 “일본의 조처는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와 연결시켜 일본의 수출규제 정당화 시도는 경제를 볼모삼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정부는 일본 측의 수출 규제 조처를 철회할 것을 공식 요청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했다. 당시 문대통령은 “긴밀한 협의를 하되 한국 기업에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면 필요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 경고했다.

이번 간담회에서 이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정재계와 긴밀한 소통을 통해, 일본의 부당한 수출 제한 조치의 철회와 대응책 마련에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반도체 등 주력산업의 핵심기술, 부품, 소재 등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을 정재계 지도자들에게 당부했다. 또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자고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인허가 등 행정절차가 필요할 경우 그 절차를 최소화 할 것”이라며 “빠른 기술개발과 실증, 공정테스트 등을 위해 국회의 협조를 얻어 추경예산에 반영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는 부품·소재, 장비산업의 육성과 국산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앞으로 점차 확대해 갈 것”이라며 “세제와 금융 등의 가용자원도 총동원할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대기업의 협력을 당부하면서 “부품·소재 공동개발에 있어 중소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더욱 확대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양국의 경제에도, 이롭지 않은 것은 물론”이라며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므로 국제적인 공조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WTO 제소 카드를 들이대며, 일본의 조치는 자유무역에 어긋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일각에선 제소 기간이 2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WTO 제소는 강력한 조처는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WTO에 제소함으로, 외교 문제를 경제적으로 대응하려는일본의 부당함에 대한 선례를 남겨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WTO 제소는 원칙을 위해 가는 것일 뿐, 최선의 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 와중 한 일간지 설문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지속된다면,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답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통신 장비 등 일본의 수출 규제로 직접적으로 타격받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다.

WTO 제소 카드도 빈약하고, 중소기업도 부품소재를 개발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과연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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