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나래 기자] 기독문화영화관 '필름포럼'이 2016년을 돌아보며 기독교인들을 위한 추천 영화를 선정하고, 2017년 극장가를 전망했다.

필름포럼은 "2016년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영화가 쏟아졌다"고 말하고, "그 가운데 2016년 한국 사회를 살펴볼 수 있는 영화와 기독교 가치관으로 추천할 수 있는 영화들을 꼽았다"면서 "종교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영화, 그리고 사람의 사람됨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를 한데 모아 봤다"고 했다.

더불어 필름포럼은 2017년 극장가 전망에 대해 "2017년 한국 영화계의 화두는 ‘변화’가 될 것"이라 말하고, "다가오는 해에는 정치적으로 국가 리더십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종교적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면서 우리 사회와 교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영화계 역시 대중들에게 접점을 이뤄줄 작품들을 선보일 것"이라며 "2016년이 변화를 위한 예열기간이라면 2017년은 변화의 한복판에서 많은 일들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이 될 것"이라 전했다.

한편 필름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선교연구원은 교회가 하나님의 문화명령을 수행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 가는 선교사역을 돕기 위해 1998년 설립됐다. 현재 교회들과 협력해 대중문화의 역기능으로부터 교회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나아가 올바른 기독교 문화를 형성하는 데 작은 도구로 사용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음은 필름포럼 선정 2016년 추천 영화 10선과 2017년 극장가 전망.

1. 다음 침공은 어디? (감독 및 출연 : 마이클 무어)

미국 국방부의 SOS를 받은 마이클 무어가 다른 나라들의 장점만의 빼앗아 오기로 결심하고 전 세계 침공을 시작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1년에 8주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프랑스, 핀란드, 슬로베니아, 독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9개국의 교육, 역사, 복지, 인권 등의 장점을 다큐형식으로 취재한 영화다. 이탈리아의 국가재정위기 등은 언급되지 않는 등 전작의 마이클 무어 작품처럼 감독의 편향성을 감안하고 영화를 본다면 의외로,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한 대안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많은 통찰을 있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2. 동주 (감독 : 이준익│ 출연 :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일본이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혼란스러운 시대에 살았던 꿈 많은 청년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내밀히 펼쳐진다. 나라 잃은 현실에서 부끄러움을 안고 살아가며 시를 썼던 동주와 직접적인 독립운동참여를 통해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했던 몽규의 삶을 대조적으로 그려낸다. 흑백 화면 속 사이사이 윤동주의 시가 낭독되며 그가 어떤 마음으로 시대를 살았을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비전과 현실 참여를 고민하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놓치지 말고 보시길 권해 드린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3. 밀정 (감독 : 김지운│ 출연 : 송강호, 공유, 한지민)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으로서 일본경찰이었던 이정출과 독립운동을 하는 김우진이라는 두 인물이 대립에서 협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어느 한쪽을 무조건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던 시대를 배경으로 그려진 첩보물이라는 연출의 변처럼 영화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훌륭히 묘사해 낸다. 영화 <동주>가 수묵으로 그린 동양화같은 작품이라면, 같은 시대를 그려낸 <밀정>은 세련된 미장센과 속도감ㅠ는 전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려한 서양화같은 영화이다. 주인공 이정출을 보고 있으면 예수님을 배반했으나 후에 순교의 증인이 됐던 베드로가 연상된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4. 부산행 (감독 : 연상호│ 출연 : 공유, 정유미, 마동석)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에 퍼지는 가운데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국내 영화로는 첫 좀비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외국영화에서나 보아왔던 좀비가 한국적 상황과 사연으로 녹아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것이다. 좀비는 인간의 ‘비인간성’을 극대화한 메타포임을 감안할 때, 메르스 등으로 인한 공포와 혐오사회로 일컬어지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극심한 거부가 어느새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상징적인 흥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랑하는 이와 약자를 위해 끝까지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는 주인공과 조연의 연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5. 부활 (감독 : 케빈 레이놀즈│ 출연 : 조셉 파인즈, 톰펠튼)

예수의 죽음과 부활, 그 3일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부활>은 예수의 제자나 가족이 아닌 로마군 호민관 ‘클라비우스’의 시선을 통해 재구성된다. 무신론자의 눈으로 본 예수 부활 사건은 ‘믿음’이 곧 은혜임을 반증한다. ‘부활’이라는 기적적인 사건과 동시대에 살았더라면, 우리는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주인공의 시선으로 예수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는 동안, 부활의 의미를 잊은 채 살아가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부활의 신비를 다시 경험하는 작은 기적을 기대해 봄직하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6. 불의 전차 (감독 : 휴 허드슨│ 출연 : 벤 크로스, 이안 찰슨, 니콜라스 파렐)

1924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에릭리델과 해롤드의 실화를 1981년 영화화해서 그해 아카데미상을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작품이다. 올해 재개봉해서 이 영화를 이미 본 세대와 처음 이 영화를 접하게 된 세대가 함께 관람하며 세대 간 소통의 가교역할을 했다. “주일엔 달릴 수 없습니다”라는 에릭리델의 감동적인 대사와 함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여전히 이 시대에도 신앙과 헌신, 열정이 유효함을 증명하는 스포츠영화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7. 순종 (감독 : 김동민, 이주훈│ 출연 : 김영화, 김은헤, 한성국)

우간다와 레바논에서 그 곳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랑을 나눠주는 선교사들의 다큐영화다. 우간다 내전으로 깊이 상처 입은 딩기디 마을 사람들에게는 김은혜 선교사가, IS의 테러와 만행을 피해 레바논으로 탈출한 난민들에게는 김영화 선교사가 친구이자 치유자로 사역한다. 이 영화의 장점은 선교사들의 삶과 사역을 아름답게만 그리지 않고, 그들의 상처까지도 진솔하게 그려낸다는 데 있다.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어 교우들이 함께 보기에 좋은 믿음의 영화로 추천한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8. 우리들 (감독 : 윤가은│ 출연 :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초등학교 4학년 여자 어린이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는 어린이의 세계를 그렸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 어른들을 위한 영화임을 알 수 있다. 풀잎에도 손을 베일 수 있는 것처럼 그들 사이에 우정, 질투, 화해를 향한 열린 결말 등은 어른들로 하여금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고,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섬세한 자녀들의 세계에 이해를 더해주는 마음을 선물로 얻게 될 것이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9. 일사각오 (감독 : 권혁만│ 출연 : 이지형, 설지윤, 최원)

복음이 진리이기에 이천년이 지난 오늘도 목숨을 던져 이 길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의 순례는 계속 된다. <일사각오>는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죽음을 선택했던 주기철 목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초대교회에 스데반 집사의 순교처럼 한국 기독교의 초기 역사에 오롯이 남은 주기철 목사의 순교는 후대의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을 때 많은 열매를 맺는’(요 12:24) 믿음의 법칙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언해 준다. 핍박 없이 신앙을 가질 수 있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한 번쯤 믿음의 유산을 물려준 선배들에게 대한 감사와 더불어 참 신앙인의 길을 걷기를 다짐하는 데 이 영화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10. 터널 (감독 : 김성훈│ 출연 : 하정우, 배두나, 오달수)

평범한 한 가장이 터널붕괴사고로 갇혔다가 구조되는 과정을 그린 재난영화이다. 영화를 보며 안타까웠던 점은 불행에 닥친 개인을 구조하는 데 있어서 공적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점에서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또한 지연되는 구조 작업으로 인해 인근 터널 완공에 큰 차질을 주게 되자, 이를 둘러싼 생존과 구조를 두고 분열되는 여론의 모습은 다시 한 번 우리로 하여금 생명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구조대장의 모습은 그리스도인이 한 영혼을 어떤 자세로 대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 빠뜨리면 아쉬운 영화

11. 나의 산티아고 (감독 : 줄리아 폰 하인츠│ 출연 : 데비드 스트리에소브, 마르티나 게덱, 카롤리네 슈허)

독일의 인기 코미디언 하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적 순례기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연예인이 과로로 쓰러지면서 휴가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전의 습관대로 편하고 안전한 길만 선택하던 주인공이 차츰 내면의 소리를 듣고 순례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마침내 순례의 여정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마음의 수련회를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해 드린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12. 드롭박스 (감독 : 브라이어 아이비│ 출연 : 이종락 목사, 주사랑공동체)

서울 난곡동에 위치히나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와 정병옥 여사 부부는 버려진 아기가 제때 발견되지 못해 목숨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해 ‘베이비박스’를 만든다. 예상보다 더 많은 아기가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면서 이들의 사역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양육을 포기한 수많은 부모의 사연들을 뒤로한 채 아이들은 작은 박스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이 사역을 통해 8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생명을 보존한다. 생명의 소중함과 하나님 앞에서 진실 되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도전을 주는 영화이다. (기독교성 ★★★★★ 작품성 ★★★ 대중성 ★★★)

2017년 극장가 전망

2017년 한국 영화계의 화두는 ‘변화’가 될 것이다. 500년 전, 견고하기만 한 수도원과 성직자 중심의 사회에서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이 하나의 발화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신도를 중심으로 영적 부흥에 대한 시대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하반기에 일어난 국정농단은 수백만의 국민이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들게 했고, 그 결과 탄핵 발의가 되었다. 교계는 몇몇 대형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 등의 영향 속에서 ‘작은교회운동’, 1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가나안 성도’, 다양한 형태의 ‘미셔널처치’ 운동 등 기존의 패러다임과는 다른 목회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가오는 해에는 정치적으로 국가 리더십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종교적으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면서 우리 사회와 교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영화계 역시 대중들에게 접점을 이뤄줄 작품들을 선보일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그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사회비판적인 영화와 변화의 시기에 불안한 대중들의 심리상태를 반영하는 미스테리물 또는 스릴러 류의 영화들이 다수를 이룰 것이다. 2016년 국내 첫 흥행 좀비영화였던 <부산행>이 천만관객을 돌파하고, <곡성>이나 <터널> 류의 영화가 불안과 재난에 대처하는 소시민들의 군상을 그려냈던 영화들처럼 컨트롤타워로서의 정부나 리더의 부재 속에 ‘각자도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지난 해에 <부활> <드롭박스> <신은 죽지 않았다2> <두 유 빌리브> <벤허> 등 다양한 국내외 기독교영화가 개봉되었지만 2017년에는 그보다 비슷하거나 적은 수의 기독교영화가 개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월 개봉 예정인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원작으로 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사일런스>, 지난 해 개봉 시기 조율 중에 있었던 <라스트 데이즈 인 더 데저트(광야에서의 40일)>가 서울국제사랑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을 찾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종교개혁자들을 그린 몇몇 작품들이 개봉 또는 재개봉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크리스천 감독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본 기독교 세계관이 녹아있는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이며 계속 세상과의 소통과 의미 있는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16년이 변화를 위한 예열기간이라면 2017년은 변화의 한복판에서 많은 일들이 본격적으로 일어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 비유로 진리를 말씀하셨듯이 세상을 향한 비유가 담긴 영화를 통해 우리는 2017년 급격히 변화하는 대한민국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도 하나님의 나라가 여전히 이 땅 위에 이루어지는 일들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자료=필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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