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평화통일연구소 소장, 평통기연 운영위원 박삼종 목사
한국기독교평화통일연구소 소장, 평통기연 운영위원 박삼종 목사

연암 박지원의 호곡장론은 박지원이 자제군관으로 건륭제의 여름별장 열하에 70세 생일 축하 사신으로 다녀온 기록이다. 호곡장론은 박지원이 넓디 넓은 요동땅을 보고 여기가 울음을 터트릴만한 곳이라 탄성을 내뱉은 것이다. 연암은 이를 마치 아기가 좁은 어머니 자궁에서 벗어나 넓은 세상의 첫호흡을 시원하게 터트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다. 가도 가도 끝이 산 하나 없는 광활한 땅이 있는데 좁디 좁은 조선땅에 갇혀 넓은 세상을 몰랐다는 탄식이기도 하다.

한반도를 밤에 찍은 사진을 보면 휘황찬란한 남쪽에 비해 북쪽은 어둠에 잠겨 있다. 그 장면을 보며 그 쪽이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보다 어디 갈데 없이 사방으로 막혀 섬과 같은 우리의 처지가 눈에 들어왔다. 사방팔방이 바다와 벽으로 막혀 세상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자궁 속 아기 같은 모습은 흡사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자폐아의 모습과 비슷하다.

연암 박지원은 시지핑이 통치모델로 삼았다는 청 건륭제 치하의 중국이 온갖 수레가 온갖 물품을 싣고 규격이 정해진 길을 따라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모습에 감탄하고 놀라워한다. 중국의 시지핑 주석은 일대일로를 앞세워 조선의 동해서 이란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광대한 길을 개척해 가고 있다.

우리도 역사적 조건이 바뀌는 중대한 국면에서 우리의 생존과 안보, 다음세대를 평화로 열어갈 성장동력 전략을 모색해야 시점이다. 박지원은 오랑캐라 부르는 청이 세상의 중심에서 온갖 자원과 사람들 문화가 모여드는 것을 보고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이미 망한 명에 대한 사대를 주장하는 사대부들을 북학의 눈으로 한심하다고 비판한다. 자기 것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사대주의 허위의식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지난 세월의 개발독재의 성장패러다임이 그 생명을 다하고 죽어가는 장면을 보고 있다. 청년실업은 하늘 높이 치솟고 절망한 이들의 자살은 줄을 잇는다. 이제는 작동하지 않는 과거의 유물 같은 냉전시대의 자폐증 같은 좁은 시각을 버리고 온세상으로 난 평화와 화해의 길을 따라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때가 되었다. 연암은 중국의 수레가 조선땅에 오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비슷하게 러시아의 철도가 남쪽에 닿지 못한다. 부산이 일대일로의 종착점이 된다면 그 막대한 물류는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 아마도 100년 이상 갈 새로운 양강의 시대에 한반도는 남의 것을 탐내는 호랑이나 먹잇감이 되는 토끼가 아니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양날개로 삼아 절묘한 균형 속에서 온세상을 품고 날아오르는 한반도 평화나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유라시아의 길, 중앙아시아의 길, 남방항로의 신실크로드 3대전략을 우리의 성장동력으로 삼아 적어도 100년을 살아낼 다음세대를 세워가야 한다. 유라시아의 길을 통해 유럽으로 직접 통하는 길을 만들고 중앙아시아를 관통해 중동까지 곳곳에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가고 남방항로를 무해통항권이 보장된 평화의 바다로 선포하고 전세계의 청년들을 모아 평화보트를 띄워 세상 사람들 만나가는 것도 좋겠다. 북측과도 값싼 노동력과 자본의 결합이라는 낮은 수준의 경제협력을 지나 고도의 기술력과 고급인력과 자본이 만나는 고부가가치 협력 모델을 만들어 볼 필요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정이 들고 믿음과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만들어지면 함께 밥거리를 만들어 가게 된다. 평화와 통일로도 어쩌면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굳이 통일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서로 만나고 밥거리를 만들어 가다 한 50년 100년 후에 이리 둘이 사는 것이 불편하니 하나로 살림을 합치자고 하면 그게 통일이다. 서양의 해양세력이 동진해왔던 세계사의 큰 장 하나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세계사의 장이 쓰여지는 중대한 역사의 조건이 변화되는 시점에서 우리 민족이 좁은 한반도의 낡은 이념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나비로 날아올라 평화와 화해의 길을 온세상에 전하기를 바래본다.

/평통기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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