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국제부] 무슬림 다수 지역인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섬에서 필리핀 기독교인 300여 명이 이슬람국가(IS)에 충성맹세를 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들로부터 성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민병대를 조직했다는 소식이다.

'CNN필리핀'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풀라한'(Pulahan)이라는 이름의 이 민병대는 현재 이들과 맞서 싸우기 위한 훈련에 돌입한 상태이다. 풀라한은 '하나님의 붉은 전사'(Red Warriors of God)나 '붉은 하나님 수호대'(Red God Defenders)로 번역되며, 이번 주 언론에 첫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풀라한'은 1990년대 민다나오섬에서 대부분 농부로 구성됐던 자경단의 이름이기도 하다. 당시 이들은 당시 공산주의자들과 로모 반군들에 대항해 싸웠으며, 기독교인 민병대에 '풀라한'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이들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필리핀은 인구 다수가 카톨릭으로, 민병대 대원들이 모두 카톨릭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부분 지역 농부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필리핀 내 제일 큰 이슬람 무장단체인 '방사모르 이슬람 해방 전선'(Bangsamoro Islamic Freedom Fighters, BIFF)과 여기에서 떨어져 나온 '모로 이슬람 해방 전선'(Moro Islamic Liberation Front, MILF) 등의 공격으로부터 가족들과 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병대를 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옹 형제(Brother Asiong)라고 자신을 밝힌 한 민병대 대원은 22일(현지시간) 'CNN 필리핀'에 대원들이 IS의 깃발을 불태웠다고 밝히고, "우리는 공격을 원하는 민병대가 아니라, 우리의 땅을 보호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들 테러단체로부터 항상 공격 받아왔다"고 지적하고, "농장에서 일하고 있을 때도 공격했다"면서 "스스로 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손을 놓고 아무 것도 하지 않다가 죽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민병대의 무기는 이슬람 테러단체들의 그것보다 열악한 상황이다. 이들 무기들 중 일부는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남겨 놓은 것들 중에서 얻은 것이기도 하다. 또 기독교 민병대 결성으로 이슬람 테러단체들의 공격이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민병대는 이들 테러단체들에 맞서 기독교인 보호를 위해 한 곳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필요한 곳은 어디든 가서 싸우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더불어 민다나오 섬 지역에서 테러단체들의 확산 방지를 바라고 있다.

한편 BIFF 아부 미르시 마마흐(Abu Misry Mamah) 대변인은 풀라한 결성 소식에 대해 "민간인들이 무장하고 필리핀 정부가 이를 방관한다면, 그들은 정부군의 일부"라면서 "그들도 우리의 적이 될 것"이라 했다. 더불어 에스마엘 망구다다투(Esmael Mangudadatu) 마긴다나오(Maguindanao) 주지사도 풀라한이 무장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방 당국은 민간인들의 무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지사는 "민다나오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 말했지만, 평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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