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주의 국가에서 어떻게 기독교가 실재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하 조그련)이 남북교회 관계에서 갖고 있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조그련이 남북 관계의 물꼬를 트는데 있어 민간 교류 창구로서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다. 때문에 조그련을 이끌어 온 지도자인 강영섭 위원장의 별세는 한국교회로 하여금 남북교회 교류의 역사와 현재의 역할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한다. 본지는 강영섭 위원장의 타계를 추모하는 한편, 새롭게 이어질 조그련과 한국교회의 관계를 큰 틀에서 전망하는 기획대담을 준비했다. 대담에는 강문규 선생(전 WCC 회장, 지구촌나눔운동 이사장), 서광선 박사(전 세계 YMCA 회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오재식 박사(전 월드비전 회장)가 참여했다.
 
조그련을 중심으로 한 남북교회 관계를 큰 틀에서 전망한 이들 에큐메니칼 원로들은 이제는 남한교회가 주도권을 내려놓아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얹으라는 식으로 북한교회를 이끌려 하는 자세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2013년 한국교회에서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 통일 문제가 적극 논의돼 남북교회 교류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대담 전문.
 
김진한 편집국장(이하 사회자): 조그련의 새 지도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강문규(이하 강): 강영섭 위원장의 아들이 후계자가 되었다는 뉴스가 있다. 그가 신학을 공부한지 목사안수를 받았는지는 잘 알 수 없다.
 
오재식(이하 오): 북에서 정치체제가 변할수록 종교의 역할도 커질텐데 북한정권이 어떤 식으로 막는다 해도 그 추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도 커지는 지하교회를 어쩔 수 없이 감싸 안으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 중요한 시대적 전환점에서 걱정되는 것은 오히려 남한 교회의 역할과 자세다.
 
“남한교회는 북한교회를 ‘끌고가려고만’ 한다”
 
그런데 우리 교회들은 북한교회도 우리 식으로 끌고가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 것을 따르라’는 식이 아닌, 북한의 체제 안에서 종교의 역할을 잘 분석하고 그 역할을 지원해주는 여유와 배려를 가져야 할 때다. 남한교회에는 북한의 가능성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 강문규 선생

강: 오는 2013년 한국에서 열리는 WCC 총회를 계기로 남북교회 관계에 크게 개선될 수 있는데 이것을 지혜롭게 잘 활용하면 좋겠다. 이전처럼 남한교회의 상대적 우수성과 비대성을 과시하려 혈안이 되어, 가시적으로 보여줄 무엇을 만들려고만 한다든지 혹은 봉투를 준다든지 하는 식의 일을 더 이상 있어선 안될 것이다. 이번에 기차를 유럽에서 출발시켜 남한으로 오게 하는 ‘평화 열차’를 기획한다던데 그것의 실행가능성이 어느정도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가 다 만들어놓고 '당신들 참여하시오'라는 식이 아닌, 처음 기획단계부터 같이 의논하는 자세가 있길 바란다.
 
사회자: 남북교회 교류가 어느 순간부터 막힌 감이 없지 않은데 이것이 남북교회 어느 쪽의 문제인가

서광선(이하 서):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 남한교회 대 북한교회 이런 식으로 놓으면 너무나도 엄청난 비대칭적인 관계다. 그렇다고 남한교회가 북한교회를 육성하겠다는 자세도 우스운 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의 교회 그 자체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서로 더 알려고 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자세다.
 
강: 북한교회를 남한의 잣대로 보려는 관행은 한국교회에 깊이 뿌리 박혔다. 이것의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한 일화가 있다. 일본에 천주교 박해로 인해 나가사키에 신부가 200~250년 동안 없었는데 그 이후에 신부들이 가서 같이 미사를 드렸다. 물론 많은 형식들이 변형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겐 신앙이 있었다.
 

▲ 서광선 박사

서: 일본에서 있었던 한 국제모임에서 강영섭 목사가 어느날 아침 느닷없이 자기가 연설하는데 통역을 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내 머리에 바로 떠오른 것은 국가보안법이었다. 그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것에 해당될 수 있었기에 고민 끝에 통역을 맡기도 했다. 그 후에 나에게 그 부탁을 왜 했을까 여러 번 곱씹어봤다. 아마도 추측컨대, 한 민족이라는 느낌, 같은 민족이니 부탁을 하면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 같은 크리스천이라는 동지애 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목사님, 북한에는 하나님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오: 84년 일본 도잔소회의에서 있었던 일이다. 러시아 주교도 왔었는데, 한국의 한 교단 총회장이 그에게 ‘북한에도 교회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러시아 주교가 대답하기를 ‘제가 질문을 먼저 하겠습니다. 목사님 맞으시죠? 목사님은 북한에는 하나님이 없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했다. 총회장이 두손 들었다는 이야기다. 하나님께서 북한에 반드시 남한과 같은 형식의 교회가 세워져야 역사를 하시나? 그렇지 않다. 북한 치하에서 교회를 지키려 하는 자들에게 가져서는 안될 자세이고 교만한 자세이다. 우리는 교회 외형적인 것보다도 ‘하나님의 역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깊이 있게 통찰해야 한다. 분단역사가 몇십년 되었는데 우리가 아직도 이분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역사를 개척해갈 수가 없다.
 
사회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신앙인들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까요.

강: ‘우리가 가서 교회를 세우자’ 식이 아닌, 북한과 함께 상생할 방법을 찾고 또 한편으론 북한에 숨겨진 크리스천들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 생각한다. 물론 숨겨진 크리스천들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일단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오: 나는 크리스천의 숫자보다도 10명 중의 1명이라도 우리의 행동들이 하나님의 뜻에 맞게 맞추려고 성찰하는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진보진영이 왜 북한의 인권문제를 말하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는데, 인권의 가장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이다. 일단 먹고 사는 권리는 인정해야 하는 것이고, 거기에 ‘너희가 우리 식대로 하면 도와주겠다’ 이런 식으로 거꾸로 뒤집는 것은 인도주의의 기본 원칙을 뒤집는 것이다. 교양인답게 기본원칙을 살려야 한다.
 
서: 우리 손주 2명이 초등학교 3학년생과 1학년생인데, 하루는 손주들이 음식을 남겨서 북한 아이들을 생각해보라고 그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다고 했더니 큰 손자가 하는 말이 ‘굶어 죽으라지 못된 놈들’이라고 했다. 내가 엄청 놀라서 지켜보는데 그 1학년짜리 동생이 ‘오빠 그 애들이 불쌍하지 않아?’라고 물었더니 큰손주가 ‘나쁜 놈들이 굶어 죽는 것은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 아이가 어떻게 그 같은 사고를 하게 되었을까 눈여겨보다가 손주가 배우는 교과서에 반공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반공교육이 이 시대에도 계속 된다면 우리가 돈을 모아 쌀을 보내고 우유를 보낸다 해도 반공의식에 꽉 찬 상태에서 하는 행위들이 아닌가. 나는 반공교육의 대안으로 인권교육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남북교회의 교류 관계에 있어 중국교회 리더십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강:
중국교회가 수적으로 굉장히 팽창해서 큰데, 신학적으로 미숙한 것은 상상을 초월했어. 기독교가 아니에요. 우리가 볼 때는. 말이 기독교이지 기독교가 아닐 정도다. 사람이 많고 크지만 생각 외로 신학적 수준이 정말 낮다. 목회자가 없는 곳도 많아서 제 각각이고 우상이 있는 곳도 있다. 누가 파트너가 되어서 이북과 접근할 것이냐. 문제가 참 많은 것 같아요.
 

▲ 오재식 박사

오: 남북교회 관계에 있어 지향점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이나 러시아 할 것 없이 남이나 북이나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지향점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지향점이 같으면 차이는 극복할 수 있는 것이거든. 10년이든 20년이든 지향점만 같으면 차이는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같은 민족이 언제까지나 이렇게 (서로를 적대시 하며)갈 수는 없지 않느냐. 거기에 대한 준비 과정에서 아이들 교육도 필요할텐데 이런 것들을 안한다. 우리 사회적 시스템 전체가 긴급 상태이다. 남북관계도 그랬다. 그때 그때 발생한 일을 처리하는데 급급했다. 정말 연습이 필요하다. 교회부터 3년, 5년, 10년 계획을 세워 나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신학자들도 100년을 내다보고 제 역할을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강: 중국은 당보다 종교가 앞선다. 짧은 역사를 가진 당이 종교를 탄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세칙이 있다. 중국 정부의 종교정책은 괜찮다. 중국교회 리더십이 너무 약하다. 그보다 오히려 (남북교회 교류 문제에 있어)인내심을 갖고 남북이 직접 진솔하게 대화로 풀어가는게 낫다.
 
사회자: 원로로서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은

오: 지금은 냉전체제가 확실히 끝난 상태이다. 조금 남은 것은 뒷치닥거리 정도밖에 안 된다. 이념적으로 그 시대가 지나갔는데 요즘 희안하게 그런 것에 집착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의 문제에 너무 소모적인 논쟁과 활동들을 한다. 그것에서 아직 못 벗어나는 것은 소수자의 콤플렉스, 약자의 콤플렉스다. 그런 것에 정력을 쏟을 바에 훨씬더 미래지향적인 가치에 투자를 하는게 옳다. 새로운 세대 리더십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일들을 해야할 것이다.
 
강: 낡은 문제제기다. 지금 용공, 반공이 어디있나. 새 시대를 맞아 새 시대에 맞는 사고를 해야하는데 지나치게 과거의 이념에 집착되어 있는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역사적으로 이미 심판이 끝난 논쟁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역행이고 그것은 거꾸로 반동이 된다. 낡은 사상으로 돌아가자는 얘기 밖에 안돼. 예를 들어 국보법 폐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시대의 흐름상 곧 폐지될 수 밖에 없는 것인데 여기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쓴다는 것이다. 국보법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좀 더 원대한 생각과 비전이 필요하다. 사고들이 너무 교조적이다. 사람들이 유연성을 가져야지. 새 시대를 맞이했으면 새 시대 맞는 사고를 해야지. 다시말하지만, 국보법은 역사적으로 이미 심판이 끝난 논쟁이고, 사상이다.
 
서: 용공, 반공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을 하는 것을 못 봤다. 사람을 정죄하고 판가르는데는 사용하는데 공개적으로 토론을 안한다. 반공쪽에서도 토론을 하는 것을 못봤다.
 
강: 사실 이념 논쟁도 권력 투쟁이다.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서: 맞다.
 
강: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국보법이 폐지될 것 같은가? 천만에 말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주 단세포적인 사고다. 그것은 단지 희망 사항에 불과한 것이다.
 
서: 차라리 국보법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겠는데 원대한 생각을 가져야지.

[대담= 김진한 편집국장, 사진 및 정리= 이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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