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하루에도 수십 번 화가 일어나고 다시 가라앉고 하기를 반복하는 게 우리네 일상입니다. 올해도 우리는 무수히 화를 냈고, 지금도 잔뜩 화를 품은 채로 이 해 저무는 세밑까지 왔습니다. 왜 이렇듯 화가 나는 걸까요? 누구나 평온한 마음으로 항상 웃으며 살고 싶지만 세상이 나를 가만 두지 않고 자꾸만 내 심기를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주 화가 치밀고 또 화가 나면 기분이 몹시 격해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집니다.

최근 국민일보가 창간 27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앤컴퍼니와 공동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자신이 지금 행복하다고 답한 사람은 겨우 3명뿐이었습니다. 종교인별로는 개신교 신자들이 10명 중 5명(47.3%)이 행복하다고 답해 행복지수가 가장 높았고, 불교 36.7%, 무교 31.6%, 가톨릭 29.8% 순이었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왜 이렇게 불행할까요? 사회생활, 인간관계, 가족관계, 부부관계, 종교생활 등에서 오는 온갖 갈등과 분노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살인, 상해, 방화, 폭력 같은 사건들의 상당 부분은 다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범죄들이라고 합니다. 외국의 경우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흔히 우울증과 불안으로 나타나는 데 반해 한국인의 경우는 대단히 파괴적인 분노로 나타나 이제는 욱하는 <분노 범죄>가 아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분석입니다.

성경에도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살인자인 가인의 분노 얘기가 나옵니다. <가인이 몹시 분하여 안색이 변하니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가 분하여 함은 어찌 됨이며 안색이 변함은 어찌 됨이냐>(창 4:5-6). 결국 그 분노가 가인으로 하여금 동생 아벨을 살해하게 한 것입니다. 물론 성경은 화나 분노 그 자체를 죄악시 하지는 않습니다. 분노는 기쁨이나 슬픔처럼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또한 분노는 외부의 자극에 대응할 힘을 갖게 하고 자존감을 유지하게도 하며 때로는 내 안의 부정적인 정서를 배출하게도 하는 긍정적인 역할도 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화나 분을 아예 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고도 파괴적인 화를 줄이는 것과 또 불같이 일어나는 화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고 통제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대개 자존감이 약하거나 열등감이 많습니다 그래서 흔히 자신의 분노의 이유를 외부로 돌리는데 그러나 냉정히 성찰해 보면 화는 주로 내게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남의 탓이 아니라 대개는 내 탓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편도 <너의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며 불평하지 말라. 오히려 악을 만들 뿐이라>(37:8)고 했습니다. 분노는 한꺼번에 쏟아내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순식간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사실 울컥, 열 발은 상황에서 자신의 화를 냉정하게 마주 대한다는 것, 또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노여움을 전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 점 때문에 화나 분노는 다루기가 결코 쉽지 않은 감정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에게 틈을 주지 말라>(엡 4: 26-27)고 합니다. 분을 내더라도 해가 지도록 오래 품지 말라고 합니다. 최장수 부부로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미국인 부부 퍼시 애로스미스(105세) 씨와 플로렌스 애로스미스(100세) 부인은 장수의 비결을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 부부도 남들처럼 종종 다투는데 그러나 절대 해가 지도록, 화난 상태로 잠자리에 들지는 않습니다>하고 답했습니다.

얼마 전 모방송사에서 한국인의 감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분노>라고 보도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누구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발 해가 지기 전에,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화를 풉시다. 해를 넘기면 그 화가 곧 내 마음과 육신의 치명적인 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 내 영혼까지도 해칠지 모릅니다. 부디 좋게 말 할 때 내 속의 모든 분노를 묵은 해와 함께 저 망각 속으로 던집시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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