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도시화', 고속철도의 확대 등에 주목하라"

'중국선교'나 '선교중국'에 관심 있는 한국교회 지도자나 선교사들에게 이 같은 말을 하면 얼른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인의 오늘의 삶과 내일의 희로애락이 정치, 경제, 사회 및 환경 여건 변화와 떼려야 뗄 수 없음을 생각할 때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도시화는 선교가 더 이상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도시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삶은 점차 녹록지 않게 된다. 부족한 일터, 주택, 교육, 의료, 식수, 교통, 위생 시설 등으로 인해서다. 변방에 있던 미전도종족들이 도시로 이동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나갈 공산이 크다. 이들은 지방에 있는 자신의 종족과도 여전히 밀접한 교류를 맺게 된다. '몸 따로, 생각 따로'가 아닌 것이다. 지역을 뛰어넘어 '몸과 생각이 공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스러운 인구와 계층 이동, 사회경제적 변화는 선교적으로도 보다 다양한 툴을 요구하게 된다.

도시화 통해 내수확대와 미래성장 동력 추진

최근 중국은 내수확대와 미래성장의 동력을 도시화에서 찾고 있다. 도시화는 그동안 급속하게 진행된 바 있지만, 앞으로 추진될 도시화는 다른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른바 '신형 도시화'는 도시 인구의 단순 확대가 아니라 적정 수준의 인구밀도를 유지하는 한편 도시 간 연계를 고려하게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도시화 비율을 60%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42조 위안(한화 7,200조 원)을 투입하려고 한다. 도시화 건설 목표가 실현된다면 도시 상주인구가 8억5,000만 명에 이르게 되고 도시 호적인구 비중 또한 2013년 35%에서 2020년 45%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도시선교의 중요도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국가발전계획위원회는 중국 전역을 특성에 따라 클러스터(산업단지)화하는 '신(新) 도시군 규획'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도시군이란 1개 이상의 특대도시 및 3개 이상의 대도시로 구성된 지역 클러스터 개념이다. 교통, 통신, 인터넷 등 인프라 상호연결을 바탕으로 경제사회적 일체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이다. 신 규획 제정의 특징은 3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국가급(5개), 광역(9개), 지역(6개) 도시군으로 구분해 20개 도시군으로 재구성한다. 둘째, 총칭과 청두, 우한이 국가급 신형 도시화 전략에 포함된다. 셋째, 내수확대 및 민간자본 활성화를 꿈꾼다. 중국에서 도시는 상이한 경제발전 수준과 지리적 위치 등에 따라 그 규모와 삶의 질, 도시화 수준, 인구 밀집규모 등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같은 행정 등급에 속하더라고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과거 행정구역은 기본적으로 성급(省級), 현급(縣級), 향급(鄕級) 등 3개 등급으로 구분됐다. 현재는 성급과 현급 사이에 지급(地級)이 신설돼있다. 지급 행정구역은 지구(地區), 자치주(自治州), 행정구(行政區), 맹(盟) 등을 포함한다.

 

중국 시안의 대안탑 야경
중국 시안의 대안탑 야경. ©중국어문선교회

 중국의 도시등급

도시등급을 좀 더 살펴보면 최고 단위의 도시이자 성과 동격인 4개의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톈진, 총칭), 성의 행정중심이자 지방 정부 소재지인 27개의 성도 도시(허베이성 스자좡, 랴오닝성, 선양, 장쑤성 난징, 허난성 정저우, 쓰촨성 청두, 산시성 시안 등)가 있다. 행정지위가 지구에 해당하는 256개의 지급시(地級市)가 있다.

지급 이상 도시, 즉 287개 도시를 경제발전 수준과 소비자 규모에 따라 분리하면 좀 더 분명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1선에서 4선까지 나눌 수 있는데. 1선은 베이징, 광저우, 상하이 등 3곳, 2선은 총칭, 톈진, 선양, 난징, 우한, 청두, 다롄, 우시, 창저우, 쑤저우, 항저우, 닝보, 칭다오, 옌타이, 창사, 선전, 포산 등 17곳, 3선은 하이커우, 구이양, 후허하오터, 쿤밍, 스자좡, 샤먼, 난창, 원저우, 정저우, 동관, 란저우, 양저우 등 98곳, 4선은 수이화, 우란, 리장, 라싸, 원청 등 169곳이다.

1선의 경우 외국 브랜드의 중국 진출 증가로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자들의 요구 또한 더욱 까다로워지면서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가 하락해 고객 유치 및 유지 비용이 증가했다. 따라서 1선 도시에 브랜드를 구축한 업체들은 1선 도시 이외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 3선 도시의 경우 일부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1선 도시를 능가한다. 1선 도시의 생활비가 증가하고 2, 3선 도시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삶의 질, 생활비, 급여수준 등에서 2, 3선 도시가 우위를 보이는 것이다. 정부의 중서부지역 개발, 실물경제의 내륙 이전 등이 2, 3선 도시의 인재 유치도 촉진한다. 만일 중국 정부의 신 규획이 이뤄지면 1선에서 4선까지의 도시별 분류와 더불어 도시선교 전략을 수립해나가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5대 국가급 도시군과 3대 전략적 지역협력발전정책

현재까지 중국 정부가 세워놓고 있는 5대 국가급 도시군이란 직할시와 성도를 핵심지역으로 한다. 이들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된 자원과 부담을 분산시켜 역내 일체와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5개 국가전략 도시권의 핵심 도시에는 상주인구 1000만 명 이상인 베이징, 톈진, 상하이, 총칭 등 직할시 외에 500만~1000만 명 수준인 청두, 우한 등 성 정부 소재지가 포함된다. 베이징-톈진-허베이(징진지, 京津冀)는 자원 및 부가 편중된 베이징 일부 기능을 톈진 및 허베이로 분산해 균형 발전하려는 프로젝트로 교통 인프라 구축작업과 관련된 수혜가 기대된다.

장강삼각주 지역은 중국 정부의 3대 전략적 지역협력발전정책 중 하나인 장강경제벨트에 속하는 곳이다. 주강삼각주 지역은 홍콩, 마카오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광저우, 선전 등 대외무역 창구도시를 바탕으로 한 남부지역의 최대 도시군이다. 향후 중국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대외무역 교두보 역할로 무역자유화와 글로벌화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 발표된 신형 도시화 규획에서는 징진지, 장강삼각주, 주강삼각주 등 3개 지역만 국가급 도시군에 속했다. 이번 신 규획으로 청두, 우한 등 장강 연안지역이 새롭게 편입되면서 중국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창장경제벨트 전략과 연결돼 창장 수로개발, 연안지역 협력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급 도시군보다 한 등급 낮은 9개 광역도시군에는 주요 중공업 기지인 하얼빈, 창춘, 선양 등과 반도체 산업기지인 시안 등이 포함돼있다. 이들 지역은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FTA,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 등 국가전략과 관련된 곳으로 대외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할 것으로 보인다. 6개 지역도시군은 주로 서북부와 서남부 도시들로 기존의 서부대개발 전략(2000년에 발표된 정책으로 청두, 총칭, 시안, 란저우, 쿤밍, 난밍 등이 포함됨)과 관련 있는 곳이다. 6개 도시군 발전을 통해 경제가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 간 협력발전을 이루려는 것이다. 이같은 도시군 구축으로 인해 건설업뿐만 아니라 사회보장 서비스 등 연관 산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 기존 중국의 행정지에 따른 사회보장체제 개혁을 가속화하고 보다 자유로운 인적 유동을 이끌어 인구, 소비구조 개편 또한 촉진할 것이다.

신형 도시화의 핵심은 '사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신형 도시화는 사람이 핵심인 도시화라는 점이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신형 도시화는 도시인구의 단순 확장에 머물지 않는다. 도시유입 농민, 이른바 농민공의 도시민화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2012년 농민공은 2억6300만 명, 그중 타지 진출 농민공은 1억6300만 명, 현지 거주 농민공은 1억 명이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2012년 현재 52.6%, 15년간 연평균 0.64%씩 완만히 높아지다가 1996년 이후 연평균 1.39%씩 급속히 향상돼왔다. 문제는 타지 진출 농민공이 도시인구의 23%에 달하지만 향유하는 공공서비스는 도시민의 45.2%, 생활수준은 50.77%에 불과해 불완전 도시민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형 도시화는 도시 유입 농민들이 도시민과 동등한 사회적 대우를 향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시도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사람의 도시민화를 위해 호적제도와 토지제도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중국에서 사회복지 혜택이 상당 부분 호적과 연계돼 있고, 이농에 따른 토지 보상금이 미미한 한 터라 불안정한 도시거주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제도적 장치의 개혁은 소비능력을 갖춘 도시민을 확대하고 이를 통한 내수 중심 발전까지 도모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도시호적 부여를 위한 호적제도 개혁과 관련해 3가지 모델을 고려할 수 있다. 광저우 모델, 청두 모델, 상하이 모델이다. 광저우 모델이란 7년 정도의 포인트 정립 방식이다. 요건 충족 시 호적을 신청할 수 있다. 즉 12개 호적부여 평가지표를 둔다. 기본항목(연령, 교육, 기능 등), 가산항목(직업, 업종, 경력 등), 각 항목을 평가해 85점을 채우면 호적을 전환시켜준다. 청두 모델은 조건 없이 이주자 모두에게 호적을 제공하는 호적 통일화다. 도농 상호 이주가 가능하고 이주 시 해당지역 호적을 부여하고 본지 주민과 동일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상하이 모델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인재에게 선별적으로 호적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재 표준을 설정해 인재별 호적부여 시기를 결정하는 이른바 인재 유치형 제도다. 일반 인재는 거주증을 받고 7년 이후 일정 조건에 부합하면 호적 전환 신청이 가능하다. 고급 인재인 경우 즉시 호적을 부여한다.

그동안 지방 정부는 호적제도 개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지방 정부의 복지 재원 분담 비율이 현격히 높은 상황에서 공공서비스가 호적과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 위생 지출 관련 지방 정부 분담비율은 각각 80%, 70% 이상이다. 또 도시 규모가 클수록 복지 지출 부담이 크다. 그런 점에서 광저우 모델과 같은 점진적 방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 대상별 맞춤 선교전략 요청

톈진, 총칭, 청두, 항저우, 우한, 난징, 선양, 다롄, 시안 등 9개 도시는 발전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지역개발 추세나 향후 계획이 중국 정부의 구조개혁 방향과 맞물려 있어 2선 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젊은 인재들도 갈수록 이들 지역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2014년 '도시평가보고서'를 보면 선전보다 청두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과 더불어 '핵심도시'로 선정됐다. 2014년 베이징대 졸업생들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에서도 청두가 선전은 물론 상하이를 제치고 베이징, 광저우에 이어 세 번째로 선호하는 곳으로 드러났다. 이들 지역에서의 한국 기업들의 투자 및 활동 패턴도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

하물며 교회는 어떠하겠는가. 지역별, 대상별 맞춤 선교전략이 필요하다.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하는 보다 긴 호흡이 요구된다. 신 도시군 규획이나 1선~4선 도시 등에 좀 더 치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국가기관조차 10, 20년을 내다보면서 기존 도시들을 군집화시켜 발전해나가는 것을 고민하지 않는가. 눈앞에 보이는 성과와 열매에만 집착하면 곤란하다. 이는 중국교회 역량만으로 감당하기엔 버거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국교회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도 역부족이다. 따라서 중국교회, 중화권교회, 한국교회는 물론 서구교회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복음화와 세계선교의 기여를 꿈꾸고 있다면 '함께'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조차 나누기를 원하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고 자기 만족이 아니라 현지가 가장 유익하게 느끼는 걸 찾아야 한다.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도시 간 경제 통합의 가능성을 높이고 경제교류와 인적 왕래가 촉진되듯이 도시화의 촉진은 중국교회가 세계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자립, 자치, 자양의 정신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중국 특색의 도시선교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 각국 교회의 선 경험을 나눠줘야 한다.

왕빈 중국전문가
중국어문선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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