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5.06.01.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정마비 우려를 지적하며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은 것은 사실상 법률안거부권 행사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가 정부 시행령의 수정을 강제할 수 있게 한 국회법 개정안의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국회를 압박한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예상외로 직접적이고 강력했다. 그만큼 이번 사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우려가 상당하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한 입장을 직접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달 29일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한 청와대의 반대입장이 나온지 사흘만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언급은 김 수석이 내놓은 청와대 입장과 내용면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국회 압박 강도가 한층 높아진 점이 특징이다. 김 수석이 삼권분립 위배 등 위헌 소지를 강조했다면 박 대통령은 민생과 직결된 피해에 무게를 둔 것도 눈에 띈다.

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을 했는데 이것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서 걱정이 크다"면서 야당의 연계전략을 비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히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그리고 우리 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행정부 기능자체가 완전 상실될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또 국회법 개정안이 삼권분립 위배라는 법리학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 과도한 간섭으로 경제활성화 입법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민생 차원의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는 향후 거부권 행사에 나설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라 보인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는데 이것은 국회 스스로가 이번 개정안이 위헌의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이라며 정부로 이송되기 전에 국회가 스스로 시행령 수정권 등 개정안의 문제점을 해소해 줄 것도 촉구했다.

지난 2000년에도 '시행령과 모법(母法)이 어긋나 있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가 시정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위헌 요소 때문에 원안은 폐기되고 시정을 요구한다는 표현 대신 '그 내용을 통보한다'는 수정안이 채택된 전례에 대한 언급이다.

이는 실제 거부권 행사가 가져올 정치적 후폭풍과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되면 박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결국 박 대통령으로서는 정부 이송 전에 국회 차원에서 재논의가 이뤄져 시행령 수정의 강제성이 배제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법을 통과시킨 양 당사자인 여야가 개정 국회법 조항에 강제성 있다, 없다를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어서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국회 시행령 수정·변경 요구의) 강제성 유무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먼저 통일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구의 강제성 유무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국회가 수정을 요구한 시행령을 정부가 반드시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의무 조항'이라고 맞서고 있다.

만일 여당이 주장하는 대로 국회의 시행령 수정 요구가 강제성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굳이 거부권 행사에 나설 필요는 없게 된다. 그러나 야당 주장이 관철된다면 박 대통령은 이날 언급처럼 거부권 등 가능한 모든 방침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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