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휩싸여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1일 오전 출근길에 대기중이던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15.04.21.   ©뉴시스

검찰이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61) 경남도지사가 '전달자'로 지목된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만난 시점과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특정했다.

검찰은 홍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윤 전 부사장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홍 지사의 사법처리 방향과 시기 등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검찰에 따르면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2011년 6월 당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두 사람이 만난 정황을 구체적인 증거와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확인했다.

검찰은 홍 지사가 2011년 6월 특정 시점에 윤 전 부사장을 국회 의원회관 707호 홍준표 의원실에서 만났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를 마친 뒤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검찰이 돈이 언제, 어디서 전달됐는지 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구체적인 시점과 장소를 모두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특정인의 동선에는 반드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를 다 확보했기 때문에 객관적인 동선과 관련해선 시비가 없을 걸로 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윤 전 부사장과 2010년에는 자주 만났으나 2011년에는 11월에야 한 차례 만난 것으로 기억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2011년 6월을 전후해선 만난 적이 없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홍 지사는 2010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상황이 담긴 제3자의 진술서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지사가 검찰에 제출한 제3자의 진술서에는 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과의 관계, 만남 횟수 등을 포함해 "홍 지사가 돈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시기에 윤 전 부사장을 만난 적 없다"는 홍 지사의 주장과 "홍 지사가 돈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제3자의 진술서 모두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넸다는 일시와 장소는 (이미) 특정하고 있었다"며 "단 한 번도 시기와 장소에 대해선 (검찰의 입장이) 흔들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 지사는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선거자금의 사용처 등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홍 지사가 소명한 내용 중에는 검찰의 조사 내용과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며 "(홍 지사) 나름대로 변명을 많이 준비했지만 어떤 부분은 소명이 충분치 않거나 자료가 부족해서 추가로 소명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 지사가 2011년 뿐만 아니라 2010년 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모든 과정, 경선 활동의 전후 과정, 경선 이후 정치 일정의 모든 과정에 대한 분석도 마쳤다. 이에 따라 홍 지사가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혐의 입증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홍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2011년 7월 전당대회 경선자금 등과 관련한 추가 소명자료를 검찰에 제출했다.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1년 7월 전당대회 경선자금을 변호사를 통해 검찰에 모두 제출했다"며 "모두 적법절차에 따라 금융자산이 계좌이체된 것으로, 단돈 1원도 불법자금이 없다"고 밝혔다. 윤 전 부사장과 관련해서는 "횡령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나를 물고 늘어지는 사람으로 변해 당혹스럽다"고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한편 홍 지사 측의 회유 및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전직 비서관 신모씨에 대한 참고인 소환조사는 또다시 미뤄졌다. 지난 7일 일신상의 이유로 일정 변경을 요청했던 신씨는 이날 또다시 일신상의 이유로 참고인 조사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홍 지사가 18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2000년대 중·후반부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을 때까지 그를 보좌했던 핵심 비서관 중 한 명이다. 특히 신씨는 2011년 6월 당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홍 지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씨를 상대로 윤 전 부사장 진술의 진위 여부를 재확인하는 한편, 홍 지사 측에서 윤 전 부사장을 접촉해 회유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회유 의혹을 받고 있는 홍 지사의 또 다른 핵심 측근 엄모(59)씨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홍 지사가 제출한 추가 소명 자료에 대한 분석과 홍 지사 측근들에 대한 보강 조사가 마무리되는 이번주 안으로 홍 지사의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은 홍 지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홍 지사가 측근들을 동원해 윤 전 부사장을 회유하려 했거나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배제하진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홍 지사의 진술, 주요 참고인(윤 전 부사장)의 진술 등을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이들의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양 측(홍 지사와 윤 전 부사장)의 진술 중 누구 진술을 더 믿을 것인지, 추가로 수집해야 할 자료가 있는지 등을 세세하게 확인하는 작업이 아직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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