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사실상 결렬된 가운데 향후 정부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동안 노사정위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등 3대 현안에 대해 큰 틀에서의 공감대를 이뤘지만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통상임금의 범위와 관련해 노사 양측은 대법원의 판결을 법제화하는 것보다 개별사업장의 노사합의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와 관련, 노동계는 모든 근로자를 통상임금 대상자에 포함해 정기상여금 등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근무일수 충족에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경영계는 1개월 이내에 지급되는 임금만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도 노사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 나갔다.
원칙적으로 노사는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에 포함하고 주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으나 경영계 측에서는 추가연장 근로시간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노동계는 추가연장근로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정년 연장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노사는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임금 삭감을 반대했으며 경영계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법제화 하는 한편 임금 삭감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노사는 타협안을 찾지 못했다.
노동계는 기간제 근로자 중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도 경영계는 최대 4년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에 노동계는 2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특히 노동계와 경영계 측은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요건 가이드라인 제정,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 요건 명확화 등에 대해 첨예한 의견차를 보이며 맞섰다.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해고요건 가이드라인 제정은 사용자가 저성과자를 해고할 때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를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규정하는 제도다.
정부와 경영계는 "개인에 대한 해고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며 가이드라인이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된다고 받아들여지는 부분에 대해 부정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노동계는 가이드라인이 제정될 경우 고용 불안정이 심화될 수 있고 현행법상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된 부분에 위배된다며 수용불가 방침을 세웠다.
결국 한국노총은 그동안 논의를 통해 정부와의 현격한 입장차만 확인되자 3일 '폭탄 선언'을 했다.
핵심 쟁점 사안에 대해 정부가 노동계 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대타협 결렬'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다.
특히 정부의 전향적인 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회의에 불참한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논의 자체도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선 작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노사정위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용부 측에서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한동안은 노사정위를 통해 논의를 진행하겠지만 금명간 정부는 노사 양측의 주장이 담긴 공익위원의 안을 국회에 제출해 공을 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대한 관심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충분히 실현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특히 이번 대타협 실패로 인해 정치적인 부담을 지게 된 이기권 고용부 장관으로서는 선택할 여지도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정위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위에 참여한 관계자는 "노사 양측이 워낙 첨예하게 대립할 경우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며 "노사 협상이 안될 경우 정부로선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노동계와의 타협이 이뤄지지 않은 방안들을 일방적으로 국회에 넘겼을 때 발생할 사회적 파장을 예상하면, 향후 정부의 행보도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