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사건 당사자들의 증언과 주장이 2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잇따라 보도되면서 새로운 의혹들이 더해지고 파문은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 중 한명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정씨와 최근 연락을 취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문건의 신빙성이 60% 이상이며 제3자에 의한 유출 가능성을 조사할 것을 청와대에 건의했지만 묵살당했다고도 했다.

반면 정씨는 자신이 사람을 시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을 미행했다는 주간지 보도에서부터 유출된 청와대 문건까지 조 전 비서관이 소속돼 있었던 민정수석실이 조작한 것이란 주장을 내놓았다.

검찰 수사를 앞두고 사건 관계자들 간의 엇갈린 주장이 터져 나오고 현직 청와대 인사들까지 의혹에 얽히게 되면서 수사 결과에 더욱 관심이 쏠리게 됐다.

◇조응천 "이재만, 지난 4월 정윤회와 연락"

조 전 비서관은 이날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이 비서관이 정씨와 연락을 취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 비서관이 지난 7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2003년인가 2004년에 만난 적 있다"고 답한 것과 어긋난다.

조 전 비서관은 인터뷰에서 "지난 4월10~11일 이틀에 걸쳐 청와대 공용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는데 모르는 번호여서 받지 않았다"면서 "그 직후 '정윤회입니다. 통화를 좀 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정씨가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로 정씨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화가 나 있는 상황이었고 순간적으로 고민하다가 받지 않았다"면서 "(전화를 받지 않은 이후) 4월11일 퇴근길에 이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 와 '(정씨의)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이 비서관에게 '좀 생각을 해보고요'라고 답변했으나 정씨와 통화는 하지 않았다"는 게 조 전 비서관의 설명이다. 이로부터 나흘 뒤인 4월15일에는 당시 상관이었던 홍경식 전 민정수석으로부터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그만두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올해 1월 정씨가 이 비서관을 비롯한 10명의 청와대 내외부 인사와 매달 두 차례씩 만나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올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비서관은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나의 거취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속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정씨와 절연(絶緣)한 것처럼 얘기해온 이 비서관이 정씨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고 '도대체 이게 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에는 정씨를 본 적이 없으며 2003~2004년께 만난 게 마지막이라는 이 비서관의 국회 답변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또 "나는 청와대 '워치 도그(watch dog·감시견)'였다. 위험을 보면 짖는 게 임무였고 그 임무에 충실했다"면서 이번에 논란이 된 문건의 신빙성에 대해 "6할 이상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조 전 비서관은 "(첩보가 맞을 가능성이) 6~7할쯤 되면 상부 보고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문건의) 내용이 실제 (정씨와 청와대 내외부 인사의) 모임에 참석해서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한 것이었다. 나는 그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으로부터 그 이야기가 나왔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조 전 비서관은 문건 유출과 관련해 "지난 5~6월 민정에 올라간 한 문건에는 박(관천)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돼 있다. 나는 당시 사퇴한 뒤였기 때문에 평소 친분이 있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그 문건을 빨리 조사해 조치를 취하라'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며 "아마 민정수석실은 박 경정이 범인이라고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된 것을 나중에 뒤집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 내부 문건을 유출한 것은 작성자인 박 경정이 아니며 이같은 사실을 민정수석실도 알고 있었지만 묵살하고 박 경정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는 게 조 전 비서관의 주장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 비서관과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핵심 비서관 3인방이 인사에도 관여한 듯 하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그는 "올봄에 청와대에 근무하는 행정관들을 선임행정관(2급)으로 승진시키는 인사가 있었다"며 "이 비서관에게 '2급이면 인사 검증 대상이니 미리 명단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냥 발표가 나버렸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 파견 경찰관 1명에 대한 검증 결과 부적격 취지의 판정을 내렸더니 안 비서관이 전화해 "이 일을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고 한 달 뒤에는 민정수석실 소속 경찰관 10여명을 한꺼번에 내보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했다.

특히 그 후임들은 검증이 필요 없도록 후보자가 단수로 정해져 명단이 내려왔다고 설명하면서 "당시 경찰 인사는 (안 비서관이 속한) 제2부속실에서 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정윤회 "민정수석실이 조작…국민 중 안 당할 사람 누가 있나"

반면 정씨는 자신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문건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 회장을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까지 모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이날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민정수석실에서 계속 이런다면 나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의 배후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지목했다.

그는 "시사저널 문제(박 회장 미행 보도)가 터졌을 때도 나는 조작이라고 직감했다. 지금 사건이랑 똑같다"며 "너무 유치하다. 어떻게 이렇게 유치한 짓을 최고의 기관인 민정에서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의 조작 근거로 "만약 보고서 내용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에서 확인해 일벌백계를 해야지 그냥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갈 일이냐"며 "민정에서 하는 일이 그것인데 (안 했다면) 직무 유기다. 뭔가 감추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건 제작자로 알려진 박 경정에게 전화해 따졌더니 '위에서 지시한 대로 타이핑만 했다'고 하더라. 더 큰 문제는 조작된 문건을 공식 문서화했다"며 "직감적으로 이건 누가 나를 음해하려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정에서 첩보 수준을 조작해 정보를 만들고 그걸 보고했다. 그런 걸 국가 최고기관에서 하면 대한민국 사람 중 안 당할 사람이 누가 있나"라며 따졌다.

◇靑 "수사과정 지켜보겠다"

한편 청와대는 이처럼 사건 관계자들의 주장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앞둔 본인들의 갖가지 주장들"이라며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런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수사의 쟁점 아니겠느냐. 수사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문제라 생각하고 수사과정을 지켜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 비서관과 정씨가 지난 4월 연락한 적이 있다는 조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듣기 위해서 (이 비서관에게) 전화를 해보지 않았다"면서 "궁금한 점이 있겠지만 우리가 일일이 반응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이해해달라"고 언급했다.

지난 5~6월 민정수석실에 올라간 보고에서는 문건 유출이 범인이 박 경정이 아닌 제3자로 돼있었다는 조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 부분도 검찰 수사의 쟁점이 될 것이다.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며 "사전에 미리 맞다 틀리다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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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정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