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샬롬나비 회장 김영한 박사

[기독일보 오상아 기자] 28일 오후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을 주제로 제9회 샬롬나비 학술대회가 백석신학대학원 목양동 2층 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월호 사건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주제로 기조강연한 김영한 박사(샬롬나비 회장·기독교학술원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는 "21세기에 닥치는 재난들 가운데 세월호 사태는 안전불감증과 책임감 부재에서 왔지만 그 근저에는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에 경도된 한국종교사회의 풍토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고도성장을 겪으면서 안전 의식이 약했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교회도 이런 사회의 풍조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장단 맞추면서 성장제일주의에 빠졌다. 교회 건물 크게 짓고, 신자 수만 늘리는 게 부흥이라고 믿었던 것은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박사는 "한국교회는 구조적 부패를 방조하고 그 시류에 편승하면서 침몰하는 부패된 사회를 만든 것과, 사회적 약자들과 소외자들을 품고 상처를 치유하는 사명을 망각해 온 것에 대해서 철저히 반성하고 회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신자들이 정직하게 살고, 자신의 일터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걸 소홀히 가르친 책임이 크다"며 "막스 베버는 직업을 신이 주신 소명(召命)으로 해석, 기독교인들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정신적 기반을 제공했다. 기독교가 말하는 직업은 그 일 또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처럼 마음을 다해 성실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성공과 번영만을 지고의 가치로 보는 '유사(類似)유물주의'가 교회의 메시지를 지배했다"며 '희생과 헌신보다는 성공과 번영을 설교'했다고 질타했다.

김영한 박사는 '세계를 벼랑으로 끌고 가는 병든 자본주의'를 교회가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세상은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탐욕이 지배하는 사회다"고도 꼬집었다.

그는 "유럽이 150년에 걸쳐서 근대화를 이룬 반면 한국은 15~20년 만에 근대화를 이뤄냈다. 모든 것이 너무나 빠르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그 안에 수많은 위험 요소가 포함돼 있었고, 유럽과 달리 한국 사회는 그것들을 해결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며 "1차 근대화(성장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은 시기), 2차 근대화(근대화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시기)가 혼재한 사회였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볼 수 있는 '개발, 성장 위주의 사회가 만든 부산물'로 김영한 박사는 '배를 지켜야 하는 명예와 책임을 팽개친 선장이나 선원들'을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의식 문화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도성장을 위해 국민 안전과 연계된 사회 시스템의 구축을 외면했던 개발독재 시대가 낳은 기초의 부실을 민주인사들의 집권 기간 동안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며 "세월호 사태로 드러난 여러 문제는 이번 정권에서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쌓이고 쌓여 온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탈법주의, 편법주의 사회, 직업윤리가 부재하고 자기만 살겠다는 이기적인 본능이 지배하는 사회"를 비판하며 제복을 입고 있지 않고 무책임하게 승객들을 내팽개친 세월호 대리 선장과 선원들, 규정을 알면서도 화물 과적과 평형수를 채우지 않은 것을 봐준 공무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선장과 많은 선원에겐 살고 싶다는 본능적 욕망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수사기관에서도 '그때는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며 "그들의 사생관은 '내가 사는 게 최우선'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팽개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 가운데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줬던이들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그는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은 거의 90도로 기울어진 배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배가 많이 기울어졌다. 통장에 있는 돈은 아이 등록금으로 쓰라'고 했다. 그는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아내가 '지금 상황이 어떠냐'고 울어도 양 사무장은 '지금 아이들 구하러 가야 해. 길게 통화 못 해. 끊어'라고 했다. 그게 유언이 됐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그도 살고 싶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지켜야 할 자식이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자신의 생명만큼이나, 가족의 안위만큼이나 중요했던 무엇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달아나고 싶고, 살고 싶은 본능을 향해 '그래도 그럴 수는 없다'고 붙잡은 것은 마음 밑바닥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양심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배에 있는 학생들이 여승무원 박지영에게 '왜 언니는 구명조끼 안 입어요'라고 묻자 박지영은 '너희가 모두 탈출하면 나도 나갈거야'라고 했다"며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조끼를 남에게 주는 것은 죽음까지 생각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박지영의 죽음으로 학생 20여 명이 생명을 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대홍이나 박지영, 삼호주얼리호의 선장 석해균과 같은 사람, 포탄이 쏟아지는 연평도 부대로 되돌아가다 전사한 해병대원이나 한주호 준위 같은 군인은 자기의 양심이 말하는 직업의식에 충실한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김영한 박사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우리는 한편으로는 '과연 이게 국가냐'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편으로는 희망도 봤다"며 "무능한 수습과 더딘 구조를 비난하기에 앞서, 선장·선원들에게 돌을 던지기에 앞서, 나는 여기서 자유스러울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국가 개조'란 말을 했지만, 문제는 국가 체계가 아니라 사회의 도덕적 바탕이 부실하다는 사실을 바로잡는 것이다"며 "'희생당한 분들에게 속죄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 사회의 원칙과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사회를 이뤄가는 원칙과 책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그건 단순한 도덕의 문제가 아니다. 생명의 문제이고 공공의 삶을 지키는 문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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